조던과 코비의 비교로 며칠동안 조금 카페가 많은 활기를 띄었다면 띄었다고 할 수 있고 또 반면에 불필요한 논쟁이 불거진 감도 없지는 않군요. 사실 스타는 농구 자체보다는 오히려 미디어에 의해서 좌우되고 또 대중의 상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어떤 스타가 최고다 아니다라는 논쟁은 무의미한 탁상공론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알고있는 일천한 지식만으로 볼 때 어떤 엔비에이 선수가 신인으로 입단해서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가는 길을 한번 짚어 보았습니다.
(1) 1단계- 드래프트 당시 인상적인 특징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특징이란 단지 검증되지 않은 농구실력보다는 어떤 수상경력이나 아니면 신체상의 특징, 또는 NCAA 우승 및 상위입상 경력, 그 밖에 뭐 괴물같은 운동능력 등등 입니다. 아직 신인이 확실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힘드니까요. 대부분 NBA 1라운드 픽들은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운이 없어서 2라운드로 밀린 다크호스들까지 포함해서요.
(2) 2단계- 첫해에 팬의 관심을 끌만한 그 뭔가가 있어야 한다
신인은 빈털털이 상황에서 팬들에게 나서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나 아니면 상황적인 면에서 일단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거나 관심을 끌만한 코트 내외적인 활동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스티브 프란시스 처럼 뱅쿠버에서는 죽어도 농구 못하겠다고 배찢어서 결국 휴스턴으로 트레이드 되던가...아니면 페니처럼 샤크와 경기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발언을 해서 결국 웨버와 트레이드 되던가..뭐 그런것까지 다 포함해야겠지요. 조던의 경우 1순위로 지명되었는데 샘 보위 뒤로까지 밀린것이 당시 조던이라는 대학생의 네임밸류에 비해 상당부분 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만년 하위팀 시카고에 드래프트 된 것까지 포함해서요.
(3) 3단계- 코트에서만은 기존 선배들보다 뒤지지 않아야 한다
당장 신인시절부터 정규 스타팅 멤버를 꿰차야 합니다. 정규 스타팅멤버가 안되면 적어도 꾸준히 등장해서 15분 이상의 출장시간에 득점형 선수라면 적어도 15득점, 볼 공급을 맡으면 10어시스트, 빅맨이라면 10리바운드에 2블락 정도는 해주어야 합니다. 기존 멤버를 박차고 스타팅멤버로 들어갈 정도의 실력이라면 적어도 상위 드래프트 픽에 팀성적이 하위권이거나 아니면 해당 포지션이 취약점이거나 그런 조건이 결부되어야 합니다. 일종의 운이 따르는 경우겠지요. 쿠티노 모블리나 자말 틴슬리 처럼 해당 포지션의 고참이 부상이거나 기대 이하라면 이런 행운을 꿰찬 셈이지요. 대부분의 상위 드래프트픽이라면 트레이드 목적이 아닌이상 구단에서 즉시 전력으로 써먹을 선수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조건에 달합니다.
(4) 4단계- 진짜는 2년차부터다
신인왕 타이틀을 획득했던 안했던 진정한 스타로서의 도약은 바로 2년차부터입니다. 루키년도에 돌풍을 불어왔더라도 그 다음해에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이나 구단은 점차 그 선수의 실력에 확신을 가지게 되고 또 잔부상이나 각종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리는 신인이라면 일단은 상당부분 스타하고는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스타로서의 요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붙박이 선수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어짜피 연고지를 초월해서 스타로 되기 위해서는 일단 연고지 팬들의 확실한 서포트가 필요하니까요. 이때부터 팀의 간판스타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해야 합니다.
(5) 5단계- 이기더라도 극적으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해라
어짜피 1승이야 어떻게 이기던 팀 성적하고는 상관없지만 농구의 경우 마지막 슛하나로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인상적인 버저비터나 멋진 플레이로 승리를 나꿔챈다면 팬들은 승패여부보다는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농구의 경우 축구와는 달리 한정된 코트에서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더 자세히 판단할 수 있고 야구와 달리 선수가 게임에 집중하지 않는 순간까지도 관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조차도 유사 평론가나 해설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선수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 동작 하나하나에 팬들의 시선을 모을만한 기량이 돌출해야 합니다. 화려한 덩크모션이나 적시에 터지는 삼점슛, 또는 해괴한 어시스트 등은 스타로서의 전매특허입니다.
(6) 6단계- 올스타 투표에서 항상 상위권에 올라야한다
스타로서의 검증된 입장이라면 일단 올스타전에 출전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 포지션 중복으로 올스타 탈락이 있더라도 항상 꾸준한 득표를 유지해야 하고 또 하다못해 삼점슛 컨테스트나 덩크 컨테스트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면 이미 그 선수는 스타의 초보반열에 오른셈입니다.
(7) 7단계- 외모가 중요하다
외모는 일단 타고난 것이라서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농구선수로서의 우락부락한 이미지보다는 팬들에게 수와브한 이미지로 GQ와 같은 패션잡지에 등장하거나 아니면 각종 CF, 또는 드라마나 영화에 찬조출연하는 경력은 스타로서의 도약에 한층 도움이 됩니다. 또한 굳이 외모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신체 컨트롤을 위해서 워크아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고 또 체중조절이나 기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이미지 연출을 하는게 중요합니다. 이미 확실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 집단에서 팬들이 더 좋아하는 선수는 아무래도 외모가 매력적인 선수겠지요. 팬들은 단순합니다.
(8) 8단계- 코트 내외적으로 항상 관심을 끄는게 필요하다
여기는 일단 기자들이 인터뷰 할 경우 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정도의 입심과 또 세련된 말투 내지는 기자들이 딱히 쓸 기사가 없을때 무조건 찾아가서 인터뷰 신청해도 즉시 기사거리가 쏟아져 나올 수준의 농구외적인 지식이나 준평론가적인 농구지식이 필요합니다. NBA독서주간이니 해서 선수들 및 청소년들의 책읽기를 권장하는 행사가 있는 만큼 NBA를 포함한 다른 분야의 스포츠에서 어느 수준의 지적인 자질은 그만큼 스타로 거듭나는데 중요한 자산입니다. 대부분의 흑인선수들이 인터뷰나 결장시 말쑥한 슈트차림으로 등장하고 또 흑인 액센트를 자제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캔들이나 약물복용과 같은 비교육적인 부문에서 항상 매스컴의 감시에서 벋어나야 한다는 그런 능숙함도 곁들여져야 합니다.
(9) 9단계- 우승
더도 덜도 없이 NBA참피언 반지만 있으면 일단 그 선수는 이후 스타의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NBA는 비지니스 엔터테인먼트라는 정의 이전에 사나이들끼리 체력을 바탕으로 벌이는 투쟁의 현장입니다. 승자는 항상 세인의 주목을 받고, 패자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잘생겼고 또 입심이 좋더라도 일단 선수로서의 신빙성에 뒤집니다.
(10) 10단계- 운
여기까지 도달한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운이 뛰어나게 좋은 선수임은 부정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필연적으로 결부되어야 할 운은 바로 자신의 힘으로도 어쩔수 없는 상황을 포함합니다. 일단 팀내에서 확실한 스타로 자리잡고 또 우승을 했더라도 자신의 스타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데는 팀동료들의 뒷받침이나 사생활적인 부분, 심지어는 부상여부까지도 포함해야 합니다. 빌 월튼의 경우 블레이저스를 우승으로 이끌고 아직까지 백인의 우상으로 자리잡고는 있지만 그 이후 부상에 시달리면서 그다지 뛰어난 전력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데이비드 로빈슨도 우승은 했지만 팀 덩컨이라는 신예의 그늘에 가려서 이제는 솔직히 프랜차이즈 플레이어라는 간판도 빼앗긴 상태입니다.
지금까지로 볼 때 이러한 10단계를 다 거친 선수의 경우 NBA에서는 그 선수의 은퇴여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진정한 스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명예의 전당 헌액은 말할것도 없구요. 그럼 신인시절부터 위에 10단계를 차근차근 거친 선수들을 대충 한번 뽑아볼까요?
센터- 조지 마이칸, 빌 러셀, 압둘 자바, 윌트 챔벌레인, 모제스 말론, 하킴 올라주원, 샤킬 오닐
포워드- 닥터 제이, 앨진 베일러, 래리 버드, 팀 덩칸
가드- 매직 존슨, 아이지아 토마스,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조던의 후계자나 아니면 조던을 능가할만한 사람으로 코비가 자꾸 거론 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NBA는 실력보다는 선수의 페르소나 및 캐리어로 더 판단되는 경우가 많고 또 선수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팬입니다. 각종 기록이나 결과는 그런 팬들이 돈을 내고 경기를 관전하는 것에 대한 부수적인 데이타이지 팬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코비는 조던이 10년여에 걸쳐 이룩한 것을 불과 5년안에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 조던 세대들이 닦아 놓은 미끄럼틀을 유유히 타고 온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조던과 코비의 차이는 마지막 10단계인 운이라고 보입니다. 앞으로 엄청나게 많이 남은 코비의 앞길은 마지막 걸림돌인 10단계, 즉 운에서 좌지우지 될 지 모릅니다. 이 10단계를 무사히 통과하면 코비는 충분히 조던을 능가할 만한 인물이고 그렇지 않으면 조던에게는 역부족인 스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