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끝
챌린저 해연
어둠 속의 생명체들
극한의 세계
발광하는 생물들
지난 3년간, 삶이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거대한 쇠망치로 하루종일 두드려 맞은 대장간의 모루가 된 시간이었다. 어두운 바다로 끝도 없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추락하는 꿈! 남편 오르페우스의 손을 놓친 에우리디케처럼 지하로 빨려 들어갔다.
태평양 바닥에 세상에서 가장 깊은 심연, 마리아나 해구가 있다. 상상할 수도 없이 먼 밑바닥의 삶은 어떠할까?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자들이 있다. 인간은 우주도 모르지만 바다도 알지 못한다. 불가능의 경계를 넘고자 하는 그들이 심해로 갔다.
2012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홀로 잠수정을 타고 6시간을 내려갔다. 가장 깊은 11033미터 챌린저 해연(Challenger deep)이라고 알려진 지점을 향했다. 에베레스산을 거꾸로 처박은 것보다 훨씬 더 깊다. 달정복만큼이나 위험하고 힘든 일이었다. 이제 바다에 대한 탐사는 시작일 뿐이다. 우샤인 볼트가 18분 아래로 달리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은 극한의 세계이다.
2019년 에베레스트와 양극을 탐험한 월가의 억만장자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가 심해 잠수정 리미팅 팩터호를 타고 마리아나 해구로 갔다. 깊고 어두운 바다의 은밀한 그곳을 그가 방문했다. 바다의 비밀을 엿보고 온자, 그가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
흐물거리는 육체만이 견딜 수 있는 곳이다. 강인하거나 꼿꼿하거나 뻣뻣하면 살기 어렵다. 인생도 그러하다. 지나치게 강하면 부러진다. 최악의 삶이 오면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스스로를 탐험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성인 코끼리 1800마리가 누르는 압력을 견뎌야 살 수 있다. 진화하라! 진화하라!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진화하라. 먼 우주만큼이나 신비로운 곳, 까마득한 그곳, 심해에선 평범하면 살아날 수 없다. 살기 위해 스스로를 기괴한 모습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예쁘거나 좋은 비율을 상상해선 안된다. 죽음의 공간에서 생존한 것들은 무엇일까?
생명체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최강의 심해 생물들은 좀비고기, 귀신고기, 바이퍼피시, 배럴아이, 마귀상어, 해삼도 살고 있었다.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서 그들은 번성하고 있었다. 엄청난 수압과 차가운 온도에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마라아나 곰치는 새로운 학명을 하사 받았다. 신종해파리는 빛이 없는 곳이어서 스스로 발광하고 있었다.
심해에 사는 종들은 평안하고 살기 좋은 곳에서 한계로 밀려난 것들일까? 스스로 택한 것일까? 그들은 왜 극한의 상황으로 갔을까? 강철도 찌그러뜨리는 극한에서 그들은 핑크빛 피부를 가지고 연약한 모습으로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다. 상상 속의 인어와 심청이와 토끼가 다녀온 용궁도 없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빅터 베스코보가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비닐재질의 쓰레기였다.
세상에서 제일 깊은 곳은 사실 끝을 알 수 없는 극도로 깊은 인간의 이기주의의 심해였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난 오늘도 공부를 한다.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