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자의 배경을 알아야 한다...
작자는 이미 고3 때 '서시'라는 이름의 시를 쓴 적이 있다...
내용은 즉슨
"수능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언어영역 118점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점수를 아끼는 마음으로 모든 오답을 체크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겠다
오늘 밤에도 영어가 내 귀를 스치운다..."
위의 시를 읽다보면 참으로 오만방자한 면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으로 채찍질을 하여 보다 나은 점수를 바라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이 것이 시의 작자의 고등학교 때의 모습이다.
그러나 자유 분방한 대학생활에 심취한 작자는 내외적 요인으로 인해서 결국 타락의 길을 걷고만 것이다. 이 글을 올린 조웅현 이란 필자 역시 이 작자와 별로 상이하지 않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주제는 관점에 따라서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 먼저 작가 중심의 표현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낮은 성적으로 인해 자신을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정도가 이 시의 윤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시대를 위주로한 상황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성적에 따라서 대학으로 들어와 학점에 따라서 직장이 결정되는 고정적인 대학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심화 시켜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의 케이스를 거울로 삼아서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도 중고등학교 때의 면학의 의지를 망각해서는 아니되겠다고 볼 수 있겠다...
=>통상 계절학기는 6학점이 최대인데 재수강을 통해서 이 학점들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아서 F는 생각보다 적게 뜨고 대신 D정도의 낮은 성적이 나온 것이 6학점, 그리고 나머지는 재수강의 부담이 없는 F과목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성적표뒤 학점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A+를 4.5점으로 잡고 등급 별로 0.5점씩 내려서 등급 환산 점수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F의 경우에는 평점 환산시 0으로 보는데 위에 있는 표현 역시 나에게 주어진 학점이 상당히 낮아서 계산하는데에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성적표에 하나 둘 새겨지는 학점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학점수가 너무도 다양한 까닭이요,
플러스, 마이너스가 너무 복잡한 까닭이요,
헤아려봐야 밑의 평균과 다를 이유가 없는 까닭입니다.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 적어도 한과목만은 A를 받겠다는 심정으로 공부한 것 같다. 그래서 단 하나의 A로도 성적 표가 다양하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A 하나에 기쁨과
B 하나에 안도와
C 하나에 씁쓸함과
D 하나에 괴로움과
F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학점 지상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불 수 있겠다. A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F에서는 어머니를 들먹이면서 어머님을 한하는 것을 보여주면 자식들의 이기주의와 삐뚤어진 부모님의 자식사랑 또한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어머님, 나는 학점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미적분학 수업에 대출을 해줬던 아이들의 이름과 포트리스 ,프리첼, 스타크래프트
이런 이국단어들의 이름과, 벌써 통신 폐인이 된 기숙사넘들의 이름과, 가난한 동기,
=>사건이 커지고서야 실토를 하고 있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양간은 항상 소를 잃기 전에 미리 고쳐야 하는 법이다.
선배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선배들과의 컨닝을 간접적으로 실토하고 있다. 선배들 역시 작자와 마친가지로 쟁쟁한 권총 잡이 였음이 시험성적이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네들은 현실과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A학점이 아스라이 멀듯이,
=>작자가 일말의 양심으로 A를 하나 받기는 했지만 그것이 상당히 고되기에 모든 A학점이 힘들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노력하기 나름임을 인식하자...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계십니다.
=>이 작자는 아무래도 지방 유학생인 것 같다. 역시 하숙자취의 대책없고 문란한 생활을 이 시의 전체에서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나는 무엇인지 궁금해
이 복잡한 학점이 내린 성적표 위에
내 이름자를 쓱 보고,
얼른 봉투 속으로 집어넣어버렸습니다.
=>비록 성적은 제대로 나오지 못했지만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객지로 공부하라고 보내주신 부모님께 성적표는 보여드리려고 하는 작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딴은 밤을 새워 마시는 넘들은
부끄러운 학점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바록 작자가 학고를 맡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친구 중에는 그 보다 더 학점이 나쁜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친구들은 큰 실의에 빠진 나머지 술담배로 자신을 달래며 재기의 기회를 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고 나의 학점에도 족보가 먹히면
버들골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성적표에도
자랑처럼 A+이 무성할 게외다
=>대부분 절망적인 분위기의 시가 그렇듯이 이 시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마무리를 짓고 있다.
'학점에도 족보가 먹힌다'는 표현에서 비록 성적을 올리되 꾸준히 경력을 쌓아가면서 차츰 발전한다는 의미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의미대로 이 구절을 분석해 본다면 나중에는 결국 성적표에 A+이 가득차겠지만 그것을 요행으로 바라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천명하고 부단히 노력할 것을 다짐함을 보인 구절이라고 하겠다.
위의 분석을 통해서는 우리는 이 시가 단순히 웃고 넘어가야 할 것이 아닌 아주 심오한 내용을 두루면서도 동시에 대중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한마디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