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뇌는 왜 커진 걸까?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지금 이 순간 주변을 한번 살펴보자. 물론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이 글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독자들은 아마 집, 카페, 회사 같은 실내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인간이 상상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들로 가득한 현대사회. 약 1만년 전 정착하기 시작한 인류는 문명과 기술을 만들어냈고, 어느덧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인간을 통해, 그리고 인간을 위해 리모델링되어 버린 지구. 그런데 사실 우리는 지구를 우리 마음대로 바꾸어 놓아도 된다는 허락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지구 생명체 중 가장 똑똑하기에 우리 스스로가 우리에게 지구 소유권을 넘겨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흥미로운 질문을 할 수 있다. 지구 모든 생명체 중 몸 크기에 비해 가장 큰 뇌를 가지고 있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왜 이렇게 커진 걸까? 처음부터 지구를 지배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뇌가 커지지는 않았을 거다. 불을 발견하고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뇌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혼자서는 절대 생존할 수 없는 나약한 동물이기에, 우리 조상들은 협업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고, 더 큰 뇌를 기반으로 더 효율적으로 소통과 협업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뇌가 정확하게 어떤 이유로 호모 하빌리스, 그리고 호모 에렉투스 시절부터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는지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지만, 반대로 인간의 뇌가 최근 다시 작아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만큼은 과학계에서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큰 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문명과 기술 덕분에 더 이상 뇌를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인류 문명 최고의 기술인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바로 그런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한 “자연지능”이 다시 퇴보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