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벅과 농부의 대화.
《대지》의 작가 펄 벅이 우리나라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녀는 우선 농촌부터 둘러보았다.
펄 벅이 황혼의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는데, 한 농부가 소 달구지를 끌고 귀가하고 있었다.
달구지에는 짚 단이 조금밖에 실려 있지 않은데도 농부는 자기 지게에 따로 짐을 지고 걷고 있었다.
합리적인 서양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상하게 볼 광경이었다.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실어버리면 아주 간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부도 소 달구지에 타고 가면 더욱 편할 것이다.
펄 벅이 농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소 달구지를 타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말했다.
"에이, 어떻게 타고 갑니까?.
저도 하루 종일 일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일했는데요.
그러니 짐도 나누어서 지고 가야지요."
펄 벅은 자기가 기다리고 있던 대답이라는 듯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역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것은 따뜻한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는 당신입니다.
※ 가슴이 따뜻한 사람은 아마도 손도 따뜻할 것입니다.
그 따뜻한 열정으로 메마르고 어쩜 삭막하기 조차한 현실의 가로 막힌 서로의 불신들을
말끔히 씻어주고 이어주는 징검다리의 사랑으로ᆢ
디딤돌로 거듭 날 수 있어
아직은 세상은 따뜻한가 봅니다.
<또 다른 이야기>
어느 농부가 소 두 마리를 데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지나가던 과객이 농부에게 다가가
"어르신, 수고 많으십니다. 날씨도 무더운데 얼마나 힘드십니까?
소 두 마리나 데리고 일을 하시는데 저 소 두 마리 중 어느 소가 어르신께 더 도움이 되시는지요?"
하고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과객에게 다가와 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지나가던 과객의 손을 잡고 그 자리에서 좀 비켜서더니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다니요? 저 소 둘은 제게 아주 소중한 소들입니다.
물론 어느 소가 더 일을 잘하는 게 아니고 둘 다 아주 일을 잘하고 저의 고마운 재산이랍니다."
하며 소가 들을 쎄라 조용히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미물인 소를 가족처럼 아끼고
농부의 진정한 동반자처럼 여기는 생각이 감사히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쇠뭉치>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