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해대 3학년 시절은 1년간 여러 해운사에 배치되어 실제 상선에 승선하여 실습하는 실습사관으로 경력과 경험을
쌓아야 했다. 해운회사 마다 실습 수당이 달랐는데 일본 Sanko Kisen이 월 50불로 제일 많이 주었는데 서로 경쟁 지원을
하였는데 당연히 학창시절에는 모든게 성적 순이었다. 다른 국적선사는 약 5불이었고 ..
당시에는 달러당 한화는 330원이었고 일본 엔화는 360엔이었으니 한화가 더 쎄던 시절이었고 1973년 해군 소위로
받은 첫 월급이 9800원이었고 순두부 백반이 99원 하던 때라 월 50불 약 16000원의 수당은 상당한 액수였으니 아껴
모아서 4학년때에는 부모 도움 없이도 학비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모든 물자가 귀하던 시절이라 1년가량 실습을 마치고 귀국할 때 선원들이 갖고 가라고 Sea Bag 가득
이것 저것 챙겨 주던 것들이 우리나라에선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고 가족들에게 난생 처음으로 줄 선물도 준비했었다.
그 중에는 판소리를 즐기시던 선친에게 드릴 Sony 스테레오 카세트 테잎 라디오와 공테잎들이었는데, 그 때는 진공관
시대가 지나고 트랜지스터가 몇개 들어갔는지에 따라 칠석이니 팔석이니 하며 본체보다 큰 밧데리를 고무줄로 칭칭
돌려 멘 금성 라디오를 하나 장만해도 큰 재산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선친 친구 중에 왜정때 일본 유학도 하시고 시골에서는 특이하게 Aiwa 전축에 300여장의 레코드판을 갖고 계신분이
있어서 한 일주일 걸려 여러가지를 녹음했는데 이조 말기 국창 이동백, 임방울, 이화중선등이 취입한 흥부가, 수궁가
심청전, 적벽가등의 판소리와 흥타령, 육자베기 등 남도 창들을 녹음하였고 불경들도 다수 녹음하였었다,
라디오에서 어쩌다 듣던 창과 소리를 언제든지 몇 시간도 들을 수 있으니 동네에 소문이 나고 동네 어른들이 그것을
들을려고 몰려 들었는데 그러면 나는 냄비 솥에 물을 끓여 갖고 온 커피와 사카린에(설탕은 비싸고 귀해서) 프리마를
타서 커피잔이 없어 대접으로 한대접씩 돌리며 미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요 하며 외국 다녀온 인사를 하였었다.
어쩌다 손으로 돌려 틀던 레코드 축음기 밖에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이런거는 군수 집에도 없다며 흥겨워 했고
소문을 들은 뒷산 계룡산의 팔룡사 주지스님이 초파일등 절에 무슨 제를 올리거나 행사가 있으면 카세트를 빌리러
왔는데 스피커를 연결해 불경을 틀어대서 온 동네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그때 우리의 대학 무렵 흑백 TV도 하나둘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아직 없었고 면장 집에 처음 들어 왔는데
연속극 여로가 방영 될 때는 면장집 대청 마루에 내 놓은 TV를 볼려고 마당에도 북새판이 벌어 지기도 했다.
중학 때 물상 선생님이 머지않아 시침과 분침이 돌아가는게 아니고 숫자로 몇시 몇분이 나타나는 손목시계를 차고
다닐거다고 했을 때는 무슨 까마득한 꿈같은 이야기로 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 귀하던 손목시계도 이젠 귀찮아서
차고 다니지도 않고 핸드폰 하나면 전화에서 지도야 유투브를 보고 다니며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다니다 보면 언제 어느새 아런 꿈같은 세상에 살고 있나 싶어 새삼 놀라게 되기도 한다.
6살 손자가 행성 모형을 갖고 놀며 영어로 새턴, 쥬피더 하는 걸 보면 아마 너거들은 해외 여행이 아니라 아마도 우주
여행을 계획하는 날이 머잖아 오리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든디. 내가 꿈같은 이 세상을 어느새 살고 있듯이...
신기한 걸 보면 흔히들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고 하는데 이제 그리 오래 살 일도 아니다 싶으니 좀 서글퍼 지기도 한다..
첫댓글 SANKO LINE ... 70년대 .. 커피 . 면세 외제 화장품. 죠니워카 .. ..
나는 그때 마구로 원양어선으로 일년동안 인도양에서 조업하고 귀국을 해서 처음 감천에서 버스를 타면 주위 사람들이 다 슬슬 피하고 했지요. 고기 비린내가 너무 심하니까 .. 그러나 몸빼이 입고 충무동 자갈치 뒷골목 다방에 들어가면 예쁜 다방 아가씨들이 양옆에 앉아서 그 비린내가 좋다고 하니까 하루에 커피를 열잔 스물잔을 시키곤했는데 .. 밤이면 젓가락 장단에 밤새도록 풋사랑 노래도 부르고 ...
그때가 낭만이 있었고 순수했던것 같아요 .. 요사이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서 비바람속에서 작업하는 꿈을 꾸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