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쉬반
쓰라린 달(The Bitter Month):Cheshvan
헤슈반은 어둠이 지배하는 시기이지만, 지표면 깊은 곳에서는 이미 생명의 싹이 트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히브리 달 헤쉬반(Cheshvan)은 전통적으로 마르헤쉬반(Marcheshvan)이라고 불립니다. 이 이름의 첫 두 단어를 합치면 ‘마르(mar)’라는 단어가 됩니다. 히브리어로 이 단어는 ‘쓴’을 의미하는데, 일부 설교자들은 이 달에 특별한 행사가 없다는 사실과 이를 연관 짓기도 합니다.
두 성전의 파괴를 애도하는 달인 아브(Av)조차도 “쓴” 달로 불리지 않습니다. 일 년 중 슬픈 날들은 우리가 어디에서 잘못했는지 성찰할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축제일뿐만 아니라 비통한 날들 또한 영성과 연결되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날은 물론 슬픈 날조차 없는 달은,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성찰할 계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더 쓰라립니다.
이 달의 원래 이름이 마르헤쉬반이 아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 바빌로니아식 이름은 유대인들이 제 1성전과 제 2성전 사이의 70년 유배 기간을 겪을 때 채택된 것입니다. 이 달의 원래 히브리어 이름은 ‘불(בול, Bul)’이었는데, 이는 가을이 다가오면서 나뭇잎이 썩기 시작하는 것처럼 ‘마르다(drying up)’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분명히 마르헤쉬반, 즉 ‘불’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달은 어둠과 쇠퇴의 달입니다. 실제로 성경의 『열왕기』에는 솔로몬 왕이 제 1성전 건축을 완료한 달로 ‘불’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비록 성전 봉헌식은 1년 뒤인 히브리 달 티슈리에야 비로소 거행되었지만 말입니다. 이것의 더 깊은 의미는 무엇이며,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주요 사건
더 자세히 살펴보면, 헤쉬반월에 일어난 다른 두 가지 사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노아 시대의 대홍수입니다. 대홍수는 헤쉬반월 17일에 시작되어 이듬해 헤쉬반월 27일에 물이 빠지면서 노아와 방주에 타고 있던 다른 이들이 하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불(בול, Bul)’이라는 이름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이 달이 이스라엘의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이름은 ‘마불(מַבּוּל, mabul)’ 즉, 홍수—과도한 비—라는 단어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대홍수가 원래 헤쉬반월 11일에 시작될 예정이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그러나 메투셀라(Methuselah: 므드셀라-에녹의 아들, 노아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사망 후 7일간의 애도 기간을 존중하기 위해 대홍수가 연기되었습니다.
헤쉬반월에 일어난 두 번째 중요한 사건은 언뜻 보기에는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바로 야아콥의 아내 라헬의 죽음과 베냐민의 탄생으로, 이 두 사건은 모두 헤슈반월 11일에 일어났습니다. 이는 메투셀라가 세상을 떠난 날이자, 대홍수가 원래 시작될 예정이었던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토라에는 우연이 없으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합니다. 이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은 무엇이며, 이 사건들은 헤쉬반 달의 본질에 대해 무엇을 드러내는 것일까요?
조상 라헬과 그녀의 아들 베냐민이 각각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 보면, 라헬은 유배 중인 유대 민족을, 베냐민은 이스라엘 땅에서 완성된 유대 민족의 상태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헬은 평생 이스라엘 밖에서 살았으며, 야아콥과 그의 가족이 성지에 들어서는 바로 그 순간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대 현인들이 말하듯이, 그녀의 영혼은 유대 민족이 바빌론 유배를 떠날 때 그들과 함께했으며, 최종적인 구원이 올 때까지 유배지에 있는 자녀들을 위해 울부짖는 이 또한 바로 그녀입니다.
반면, 베냐민은 야곱의 막내아들이자 열두 지파 중 열두 번째 지파로, 그의 탄생은 이스라엘 민족의 완성을 상징합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 땅에서 태어난 야아콥의 유일한 아들이며, 따라서 이스라엘 땅에서 유대 민족이 이룬 완전한 상태를 상징합니다. 람칼이 설명하듯이, 유대 민족의 첫 번째 왕인 사울이 베냐민 지파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 점을 더욱 강조해 줍니다. 게다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귀환하고 제 2성전이 건축되기 직전에 일어난 푸림의 기적은 베냐민 지파 출신인 모르드개와 에스더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깊은 동면
더 깊이 탐구해 보면, 라헬의 죽음 그 자체가 베냐민의 탄생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유배 그 자체가 구원을 낳는다는 생각과 일치합니다. 어둠 속으로의 추락은 미래의 빛을 위한 잠재력을 만들어 냅니다.
이 주제는 대홍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록 이전 상태의 세상이 끝을 맞이했지만, 동시에 노아를 통해 새로운 시작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메투살라의 죽음 그 자체가 노아가 다음 세대의 지도자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전 질서의 죽음은 새로운 성장의 잠재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달에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밝혀진 헤쉬반 달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헤슈반은 성장과 영적 연결의 기회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쓴” 시기입니다. 나뭇잎이 시들고 세상이 깊은 동면 상태에 접어드는 것처럼, 쇠퇴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며, 미래의 성장 잠재력이 뿌려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영적 어둠이 지배하는 시기이면서도, 표면 아래 깊은 곳에서 영적 성장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라헬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모든 것이 암울해 보이고 유배의 어둠이 다가오는 바로 그 순간이며, 유대 민족의 완성된 상태를 상징하는 씨앗인 베냐민이 그 어둠 속에 뿌려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헤쉬반은 마지막 명절인 수콧과 다음 명절인 유월절 사이의 긴 기간을 시작하는 달입니다. 그동안 유대력 티슈레이월에 뿌려진 영적 씨앗들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여 물을 받고 자라나, 마침내 이듬해 니산월에 모습을 드러내고 열매를 맺게 됩니다.
헤쉬반의 메시지는, 어둠이 있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 어둠 덕분에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의 성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 순간에 그 성장을 가꿀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티슈레이 달의 명절들에서 얻은 씨앗을 모아 심고, 겨울 내내 정성껏 물을 주어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우리는 머지않아 우리가 가꾸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봄의 풍요로움을 감탄하며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By Rabbi Ari Goldwag (a prolific writer, lecturer and musi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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