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兆 피해 남기고… 화물연대 ‘빈손’ 파업철회
조합원 62% 찬성, 15일만에 파업종료
파업 플래카드 철거 9일 화물연대 조합원이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에 주차된 화물차에 붙어 있던 파업 관련 플래카드를 걷어내고 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16일째인 이날 조합원 61.84%의 동의로 이번 파업을 종료했다. 의왕=홍진환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16일째 이어진 총파업을 9일 철회했다. 화물연대가 뒤늦게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고 ‘빈손 철회’했지만 정부가 “이미 무효화된 제안”이라며 원점 재논의 방침을 밝히면서 새로운 갈등이 생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총파업 종료 및 현장 복귀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61.84% 찬성으로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지난달 24일 시작돼 이날까지 16일 동안 이어지면서 2003년과 동일한 역대 최장 기록을 썼다.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가 입은 피해가 약 4조1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6월에 진행됐던 화물연대 파업 피해액(약 2조 원)의 2배 규모다. 이번 파업 때는 산업계가 부품을 미리 확보하는 등 사전 준비에 나서 피해가 비교적 줄었다. 하지만 유조차가 새로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하면서 일부 주유소에선 기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며 “화물업계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노사 문제에서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청년세대 일자리 확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개선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물연대 측은 파업을 철회하면서 “안전운임제 지속과 확대를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화물연대는 당초 안전운임제 영구 적용과 품목 확대를 내걸고 파업에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기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하지만 정부는 파업 직전 화물연대에 제안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이 화물연대의 파업 시작으로 이미 무효화됐다고 선언했다.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품목 확대 논의도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파업 시기 업무개시명령 거부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현장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자 처벌도 파업 철회와 관계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주애진 기자, 세종=김형민 기자, 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