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이야기
요즘 수박은 ‘국민 과일’로 무더운 여름은
수박과 함께 시작하여
수박과 함께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에는 수박이 귀하여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1441년
조선 초 세종대왕 시절의
수박값)에 해당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는 수박 한 통을 훔친 ‘수박 도둑’에게
곤장 100대를 때리고 귀양을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수박은 양반용이라 서민은 참외를 먹었다.
고려후기 문신, 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은
그의 목은
시고(牧隱 詩藁)에 실려있는
‘수박을 먹다’ 라는 시에서 “마지막 여름이
이제 다해 가니 / 수박(西瓜)을 이미 먹을
때가 되었도다
/... 하얀 속살은 얼음처럼 시원하고 / 푸른 껍질은 빛나는 옥 같구려 /
달고
시원한 물이 폐에 스며드니 / 몸이 저절로 맑고 서늘하구나” 라고 적었다.
필자는 여름이 되면 1950년대 고향 대구에서 보낸 학창
시절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수박 화채(花菜)가 생각난다.
당시는 6ㆍ25 전쟁으로 대구에도 피난민들이 많았고
냉장고가 가정에 보급되기 전이라 펌프로
차가운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박을 담가
두었다가 차가워지면 숟가락을 넣어 잘게
떠내어 설탕을 뿌려 먹었다.
‘수박 화채’는 수박의 꼭지를 보시기 크기만큼 도려내고
그곳으로 숟가락을 넣어
잘게 떠내어 씨를 파낸 다음 설탕이나 꿀을 섞어 다시 넣고 꼭지를 덮어
얼음에 채워서
먹는다. 요즘에는 수박을 냉장고에서 섭씨 8-10도 정도로 식힌 후 화채
스쿱이나
계량 스푼을 이용하여 동그랗게 파내어 화채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블루베리, 파인애플 등 과일을 추가하고 우유, 사이다, 얼음을 넣어
'수박
화채'를 만들어 먹는다. 또한 태국식 수박 주스인 ‘땡모반’도 인기다.
수박의 녹색 껍데기 부분은 질겨서 생으로 먹긴 힘들지만,
‘수박 김치’를 담그면
백김치처럼 시원하고 새콤하다. 수박 겉 부분을 까서 나오는 하얀
부분은 나물처럼
무쳐 먹을 수 있어 ‘수박 나물’이라고 부르고 '수박 나물'에 고추장을 넣고
비빔밥처럼
비비면 맛있다. 수박 껍질을 썰어 말리면 박고지와 별로 다르지 않다.
제주도에서는 막걸리로 수박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수박은 무더운 여름에 갈증을 풀어주는 우수한 과일이다.
요즘은 질 좋고 맛 있는
음식을 골라 먹는 시대가 도래하여
수박도 상당히 비싼 편 (8 kg 기준 2만5천원 이상)인
‘1% 수박’이 잘 팔린다. 또한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는 2030세대 사이에선 수박이
‘채식주의자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광주에는 그 지역에서만 자라는 ‘무등산 수박’이 유명하다.
무등산 수박은 우리나라 토종
수박으로 씨앗이 하얗다.
무등산 수박은 무등산(無等山) 중에서 토질이 맞는 곳에서만 자라며,
이름값과 희소성이라는 이유로 20 kg대는 기본으로
20만원 이상이며, 30 kg 이상은 부르는
게 값이다. 무등산 수박은
달진 않지만 시원한 맛이 나고 옛날 무등산 수박은 임금님에게
올리는 공물(供物)이었다.
수박은 남아프리카의 열대ㆍ아열대 건조한 초원지대가
원산지이며, 이 지역에서는
요즘도 다양한 야생 수박이 발견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약
4천년 전에 수박을
재배했으며 시나이 반도를 통해 9세기에
인도로, 12세기에 중국으로, 15세기에
동남아시아로, 16세기에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몽골을 통해 도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에서는 수박을 서역(西域)에서 온 박과 작물이라는
뜻으로 서과(西瓜)라고 부른다.
수박은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터키, 미국, 이란, 이집트 등의
생산량이 뒤를 따른다.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늦은 봄에서
초가을까지 재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온실에서 묘목(seedling)을 키워서 여름에
밖에 이식하거나 비닐하우스에서
주로 재배한다.
수박은 열매의 모양, 표면의 무늬, 과육(果肉)의 색깔
등이 다양한 품종이다.
우리나라는 모양이 둥글고, 표면에 무늬가 넓으며 과육이 붉은 품종을
주로 재배한다.
따라서 우리는 수박하면 대개 초록색 바탕에 동그란 모양, 검은 줄무늬
그리고
새빨간 속살을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에는 수박을 반으로 쪼개면 빨간색 대신 샛노란
과육이 나타난다.
겉모양과 속살 색깔 때문에 ‘망고 수박’이라 불리며, 당도(糖度)는
일반 수박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반대로 겉이 노란 수박도 있으나 속은 겉과 달리 빨간 수박
그대로다.
과육이 적색인 수박이 라이코펜 (lycopene)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껍질에 줄무늬가 거의 없고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녹색을
띠는 ‘흑피(黑皮)수박’은
일반 수박에 비해 당도가 높아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
‘애플
수박’은 사과처럼 깎아 먹으며, 무게는 1 kg이 채 안될 정도로 작고 껍질이 얇아
칼로
깍아 먹을 수 있다. 길쭉한 베개 모양으로 생긴 ‘베개 수박’도
있다.
‘씨없는
수박’이란 식물 호르몬인 콜히친 (colchicine)을 사용하여 염색체 수를
보통 수박(2배체, 2n=22) 의 배로 한 4배체 (2n=44)의
수박을 만들고 거기에 다시
보통 수박을 교배해서 만든 3배체 (2n=33) 수박으로,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수박의 약 50%가 3배체 수박이다.
말린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은 것을 중국
요리에서 전체(前菜)로 이용하고 있다.
수박씨에는 단백질이 18.9%, 지방 27.4%,
당질 41.6% 등이 들어 있다.
박과에 속하는 일년생의 덩쿨성 쌍떡잎식물인 수박은 호박과
같이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서 피는데 7 :1 정도로 수꽃이 많다. 아침에 담황색
꽃이 피고 오후 이전에
수분(受粉)이 일어난다. 수분(受粉)은 야외에서는 주로
벌류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온실에서는 인공수분을
한다. 수분(受粉) 후 30-35일
정도에서 수확한다.
뿌리가 덩굴보다 길게 뻗고 씨는 검거나
붉다.
‘수박 겉핥기’라는 말이 있듯이 수박은 껍질이 많아 먹을
수 있는 가식부(可食部)가
60%에 지나지 않는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수박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면서
매우 담백하고 독이
없다.
답답하면서 목이 마른 것을 풀고 서독(暑毒)을 없애며, 속을 느긋하게 하고 기를 내리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혈리(血痢)와 입이 허는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박을
먹었을 때 몸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몸을 차갑게 하며 이뇨(利尿)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수박에는 시트루린 (citrulline)이라는 특수 성분이
들어있어 단백질이 요소(尿素)로
변하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을 도와 주기 때문에 이뇨 효과가
크며, 신장병에 유효하다.
수박 속의 당분은 대부분 과당(果糖)과
포도당(葡萄糖)이어서 쉽게 흡수되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당분은 수박의 중심부에 더
많다.
소변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세포와 세포 사이에 필요없는 조직액이 늘어나 몸이 붓는다.
이에 소변량이 적고 몸이 부을 때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수박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수박은 해열과 해독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따가운 햇볕을 받아
메스껍거나 토하려고 할 때 수박을 먹으면 효력이
있다.
수박은 100
g당 20-30 kcal 의 낮은 칼로리를 갖고 있어 체중조절 식품으로 권장하고 있다.
또한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포만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수박에 함유되어
있는 콜린 (choline) 성분은 불면증 완화에 도움을
주며, 간의 지방 분해 기능을 도와 세포
조직을 유지하는 기능도 있다. 이 성분이 몸속에 충분하면
뇌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수박은 크고
단단하여 알맹이의 상태를 짐작하기가 어렵고, 자르기도 만만치 않다.
즉 비싼 과일에 속하는 수박은 열어 보지 않고는 좋은 수박인 지를
알 수 없다.
브랜드 상표가 붙은 수박의 경우 당도 측정 방식의 개선으로 일정 브릭스
(Brix)를
넘기지 않으면 상품으로 출하하지 않기 때문에 당도는 어느 정도 보장되나
대개 과일은
10-15 Brix 범위에 있다.
좋은 수박을 고르는 방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수박
껍질을 두들겨 익은 정도를 판단한다.
즉 수박은 익을수록 단단한 흰 부분과 붉은 부분의 경계가
뚜렷해지므로 잘 익은
수박일수록
속이 빈
듯한 고음의 ‘통통’하고 청명한 소리가 난다.
덜 익은 수박은 ‘깡깡’하는
금속음이, 너무
익은 수박은 ‘퍽퍽’과 같은 둔탁한 소리가 난다.
수박은 썰기 전에 겉면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는 칼로
절단할 때 겉면에 남은 세균이나
미생물이 과육에 묻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집안 식구들이 둘러
앉아 시원한 수박을
나눠
먹으면서 정담을 나누고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것도 더위를
잊는 좋은 방법이다.
- 박명윤 /
보건학 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
첫댓글 며칠전부터 혓바늘이 돋아 뭘 먹으면 따갑고 불편해서 평소 다니던 내과에
갔더니 간단한 약 처방을 해 주면서 의사 말이 요즘 날씨에 무리한 운동을
하면 체력이 따르지 못해 신체의 허약한 부분이 터지면서 경고를 준다고 하네요.
"사실 요즘같은 무더위에 매일 10,000보 이상 걷는다고 구슬땀을 흘렸으니...
기분은 좋았는데,신체는 다소 힘이 들었는것 같네요.해서 서늘한 시간대에 걷는
거리도 조금 줄여서 조정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불편하시겠습니까?
카톡으로 면역력 강화를 위한 발지압을 위한
자료를 보냈습니다.
전화주시면 간단히스스로 맛사지하시게 설명드릴게요.
빠른 건강회복을 빕니다.
좋은 글과 자료들 항상 감사합니다.
높은 습도의 차이가 땀을 흐르게 하는 무더위 입니다. 화씨 100도 이면 우리와 비슷한 기온이지만 별로 땀을 흘리지 않았던 딸네집 날씨에 비해서 입니다. 모자를 쓰니 땀에 흠뻑젖고 너무 더워 걷기를 중단한 처지 입니다. 주말 말복도 닥아오고 입추도 지났어니 아침.저녁으론 제법 시원 합니다. 즐거운 하루 맞이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