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기분좋은 편의점의 종소리가
내 귀를 울렸습니다.
" 어머, 성원이? 또 왔네? "
" 응……. "
활짝 웃으며 날 반겨주는
이 여자는 내 생에
첫사랑입니다.
" 뭐 줄까? "
" 으음..컵라면. "
" 어어? 또? 그것만 먹으면 몸에 안 좋아. "
" 괜찮아.. "
가난한 백수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늘 하나.
컵라면 하나 뿐.
이리저리 컵라면을 고르다
생각난 건, 주머니 속 천 원 뿐.
난 얼른 오백원짜리 컵라면 하나를 사고
나머지 오백원으로는 딸기우유를 하나 샀습니다.
" 합쳐서 950원. 딸기우유는 왜…? "
의아한 목소리로 그녀가 묻자
난 살며시 웃으며 대답해주었습니다.
" …… 먹으라구, 너. "
활짝 웃으며 딸기우유를 착- 따는
그녀. 그녀는 뒤적거리다 빨대를 찾았는지
딸기우유에 빨대를 꽂으며 내게 물었습니다.
" 컵라면... 몸에 안 좋은데.
그거 왜 자꾸 먹어? "
그녀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것도 모른 체
그냥 웃기만 하는 그녀가
너무 귀여워서
저는 살짝 웃으며 대답해주었습니다.
" 그냥. 맛있잖아 "
차마 백수라고
차마 당신을 보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없어
화려한 겉포장으로 날 치장하고
그녀에게 찾아온 그 날부터
그녀는 내게 관심을 가져주었고
난생 처음 난 사랑을 느꼈습니다.
" 그렇구나- "
내가 컵라면을 데우며 뭔가 더 말을 하려고 할 때
경쾌한 종 소리가 한 번 울렸습니다.
대화의 시간을 방해하는 그 사람이 별로 달갑게
여겨지진 않았지만,
그녀의 손님이라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어
그냥 묵묵히 컵라면을 데우기만 했습니다.
" 어머, 오빠!! "
그녀가 반가운 듯
달려가 ‘ 그 남자 ’ 에게 포옥 안겼습니다.
친...오빠일까요.
애써 맘을 가다듬고 그 사람과
그녀를 쳐다보자,
그 사람은 그녀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습니다.
" 아- 진짜. 징그럽게 왜 그래 "
" .................미안해..... "
풀이 죽은 듯 카운터로 돌아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
이제 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합니다.
삐익- 삐익-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난 서둘러 컵라면을 꺼내
먹기 시작했습니다.
" 이거 줘. "
" 김밥이네? 이거 맛있는거야. "
" 빨리 주라고. "
화난 음성의 남자.
뭐때문에 화가 난 건지
나는 그 남자에게 슬며시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 ........아, 알았어. "
서둘러 바코드로 찍고서는
그 남자가 나가는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입니다.
" ....................누구에요? "
내가 살며시 묻자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습니다.
" 애인이에요. 잘생겼죠? "
쿵-
바윗덩어리가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인. 애인. 애인….
내가 차마 대답할 수 없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무언가를 정리하려는 듯 고개를 돌렸습니다.
난 무심코 가게문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그 곳에선-
한 여자와 다정하게 포옹을 나누고 있는,
아까 그 남자가 보였습니다.
" 으응? 뭘 그렇게 쳐다봐요? "
궁금한 듯 시선을 돌리는 그녀.
난 깜짝 놀라 컵라면을 쏟아버렸습니다.
" 앗! 괜찮아요?! "
순식간에 붉은 국물이
흰 바지를 적셨지만,
난 괜찮습니다.
그녀가 그 남자를 보지 않았으니까.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습니다.
" ...아...... "
난 그가 ‘ 그의 그녀 ’ 와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
애써 컵라면 국물에 데인 곳이
아픈 척 했습니다.
" 에휴- 이걸 어쩌나. "
걱정스러운 듯
여기저기 둘러보는 그녀.
" .......아, 괜찮아요. 됬어요- "
그가 가고
난 괜찮다고 했고,
그녀는 다시 카운터로 되돌아갔습니다.
" 오..............빠?! "
그녀의 깜짝 놀란 듯 한
목소리가 편의점에 울려퍼졌고,
내가 돌아보자
이번엔 키스를 나누고 있는 남자와 그 여자.
현광판엔 크게 새겨진
‘ 한의야 사랑해 ’ 란 글자.
그녀의 이름은 지의세입니다.
.
.
.
쿵-
그녀는 멍하니 있더니
미처 내가 잡을 세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나도 서둘러
그녀를 쫓아갔는데
순식간에 신호등은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습니다.
" 꺄아아아아악!!!!!!!!!! - "
비명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피로 물든
편의점 옷.
그리고.......그녀.
멈춰버린 사람들.
순식간에 우왕자왕했고,
.
.
.
그녀는...
결국 그렇게 갔습니다.
" 당신, 뭐에요? 저 여자 남자친구라면서!!!!!!! "
그녀의 장례식이 끝나고
아무 표정없이 그녀의 장례식에 왔던
' 그 남자 ' 를
난 뒷쪽으로 끌고 와 마구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 남자친구라뇨? "
" 의세씨, 남자친구라면서요! "
" 무슨.. "
" 시치미 떼지 마시죠?! "
" 아니에요, 전 이미 여자친구도 있다구요.
곧 결혼까지 할 사인데..
자주 그 편의점에 들르긴 했지만,
의세가 절 오빠라고 부르며 잘 따랐거든요.
근데 사귀는 사인 아닌데요? "
어리둥절하다는 듯 말하는 그 남자.
남자는 아! 라고 짧게 말하더니
날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 의세, 애정결핍이에요. "
.
.
.
.
.
.
.
...........그녀는
애정이 부족했습니다.
내 맘 속으로 쏟아붙는 애정은
아무 소용도 없을 정도로.
그녀는
사랑만 했습니다.
사랑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 날 마지막으로 먹었던
컵라면의 불은 면발은.
그 날 바지에 쏟았던
컵라면의 붉은 국물은.
.....그녀에게 주었던 작은 사랑이었습니다.
알아주세요.
.........
내 사랑도.
첫댓글 여자분이 불쌍해요 ㅠㅠ 애정결핍이라니 하하;; 잘보고갑니다
감사드려요. 미녀님 ㅜ
아아아 . ㅠ 슬퍼요. ㅠ 남자는 애정결핍인거 알았으면 쪼끔만 더 잘해주지 . ㅠ
크하하하<- 깍쟁이의 원칙 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슬퍼요~~♡
감사해요 몽키님!!
아- 슬퍼요ㅜㅜㅜ 애정결핍이라.
감사드려요, 슬퍼지자님 ㅜㅜ
잘보고 가요~~쫌슬프다ㅠ
어익후/ㅅ/ 감사드려요~
으흐안녕하세요!^.^ 으억이것역시슬프군요!......ㅠ.ㅠ 불쌍해요, 여자랑남자랑둘다.. 여자가어쩌다가애정결핍에걸렷는지..안쓰럽네요!ㅠ.ㅠ 그리고그것또한알지도못하고소심하게사랑을주엇던남자역시안쓰럽구요!ㅠ.ㅠ 으휴.. 아무튼요번것두잘읽고갑니다!! 그럼수고하시구다음소설도기대하겟습니다!!!!!^^
어머! 정확히 파악하셨네요, 아프기만해봐님. 요즘 자주 뵙는다는 히히<=
애정결핍 두둥
마지막은 반전일까요? <-
반전같은데요??^^ 재밌었었요ㅠㅠ
헉, 반전인가요? 감사드려요^^!
ㅇ0ㅇ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