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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사이어인 갓'에 대한 소고 #1 '초사이어인'
<드래곤볼>에는 다양한 변신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먼저 오공이 보인 변신은 ‘거대 원숭이’입니다. 사이어인이었기 때문에 변한 것이 아니었죠. 하지만 순수했던 오공의 모습에서 볼 수 없던 광폭한 모습 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전투민족 사이어인과 어울릴 법한 모습입니다. 런치가 재채기를 하면서 과격한 모습으로 달라지고, 타오파이파이는 몸의 일부를 기계로 바꾸어 나름대로 변신을 합니다. 그리고 이전에 당당했던 무술가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피콜로 대마왕은 젊은 모습으로 변하고, 다시 마주니어로 태어나면서 한번 더 변합니다. 이런 변신 과정에서 이들 모두는 이전의 모습보다 훨씬 강해집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내면도 달라집니다.
캐릭터의 내면이 변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 시점까지 정립된 캐릭터가 달라지면서 분위기가 전환되고, 더욱더 매력적인 모습이 되기도 하거든요. <드래곤볼 슈퍼>에서 새로운 변신으로 떠오른 [초사이어인 갓] 역시 원작에서 보여준 ‘변신’의 연장선이며, 이 또한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과정과 성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가지 설정이 덧붙여집니다. 바로 ‘신의 힘’이죠.
‘초사이어인 갓’은 단순히 내/외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그 성질을 [신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당연히,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지만, 매번 그 ‘전투력’에 대한 말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 글은 전투력에 대해 파고드는 글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색다르게 고찰해보는 것에 흥미가 있길 바랍니다.
베지터는 분명히 초사이어인을 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확고하게 초사이어인음 자칭 할 수 있던 것은 근거는 분명합니다. 자신의 파워가 굉장히 증가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프리저를 통해 재확인 합니다. 프리저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고, 반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극단적으로 강해진 베지터는, ‘강해진 파워’를 근거로 ‘초사이어인’임을 단언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초사이어인이 아닙니다. 강해진 파워는 초사이어인의 근거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초사이어인의 결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초사이어인이 된 것은 손오공입니다. 크리링이 프리저에게 죽음으로서 오공은 변합니다. 단순히 외형과 전투력이 변하는 것이 아닌 내면부터 달라집니다. 의태어를 통해 오공의 정신이 부서지는 것을 보여주죠. 원서에는 '빠지직'이 아니라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로 알고 있지만, 무수정판 번역은 '빠지직'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초사이어인이 된 오공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쓰는 말투도 달라집니다. 자신이 지금 분명히 화가 났다는 것을 외치고, 오반에게는 이성이 남아있을때 가라고 외칩니다. 우리는 이런 외침과 곤두선 머리카락, 상기된 표정, 험악한 눈매와 표정에서 '오공'이라는 캐릭터가 아예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싸움이 싫은 오반인데, 싸움에 몰려있고, 동료들이 고통받습니다. 오반은 셀을 처치하는 것은 주저하고, 원만하게 풀리길 바랍니다. 적도 아군도 자신이 싸우기를 바라는 환경 속에서 오반이 느끼는 부담감은 굉장히 클겁니다. 오반은 베지터처럼 호전적인 성격도 아니고, 오공처럼 자기 마음대로 하는 성격도 아닙니다. 트랭크스처럼 사리분별을 하여 최선을 선택을 하려하지도 않습니다. 주변을 배려하는 착한 심성이 바로 오반의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끊어집니다.
오반 내면에서 무언가 뚝! 하고 끊어지면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변합니다. 자신 안에 꾹꾹 담아놓았던, 본능 일 수 도 있고, 참아왔던 모든 것을 폭발해 버리며 새롭게 변신합니다. 이렇게 나타난 ‘초사이어인2 오반’은 작중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오반이 아닌것 같다고 말해집니다. 단순히 전투력이 강해지고, 성격이 포악해지고, 좀 더 과격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를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됩니다. 그 모습은 분명 그 어떤 사이어인들보다 사이어인에 가깝습니다.
한계까지 강해진 오공은 더 이상 파워를 올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지금 상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채, 편안함을 추구합니다. 격양된 감정 상태가 아닌, 평소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수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태는 사이어인의 본능에 걸맞지도 않고, 초사이어인의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수련 이후 오공과 오반은 이전까지 험악했던 초사이어인의 표정이 아닌, 변신하지 않은 상태인듯 풀어진 표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오반이 학생때도 유지가 되지만, 여전히 초사이어인2일 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번 더 감정을 표출 시켜 뛰어넘은 상태에서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베지터는 프리저가 자신들을 멸족시킨 장본인임을 알고 언젠가는 복수 할 심정으로 그 밑으로 들어가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 분노가 자존심을 굳히고서라도, 프리저와의 차이를 알기 때문에, 분노 속에서 자신을 놓치지 않고 지금까지 험한 삶을 살아올 수 있었을겁니다.
의도하지 않은 계기로 오공과 오반, 베지터 모두 각성하게 됩니다. 그 근본에는 정신적으로 몰려있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찰나의 계기로 팽팽한 고무줄 사이에서 툭 하고 끊어지는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놓쳐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감정이 폭주하면서, 힘이 외부로 표출됩니다. 이것을 '초사이어인'이라고 부릅니다.
외부세계를 향한 '놓침'과 '단절'
오공과 오반이 어떤 수련을 하던간에 결국 사이어인의 원점으로 회귀됩니다. 오반은 결국 약해집니다. 당연히 수련하지 않고 먹고 공부하고 먹고 공부하니 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다만 초사이어인에 맞춰서 생각을 해보면, 평화로운 시대에서 그런 부정감정의 폭발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더 약해진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럼에도 무술대회에서 오반은 비델의 고통으로 인해 분노라는 감정을 다시 찾게 되었고, 셀전때와 마찬가지로 주면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돌진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오공과 베지터는 험악한 표정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하지만, 그런 폭력과 전투와 즐거움에 취합니다. 초사이어인3에 와서는 오공의 얼굴에서 자연스러움과 순수함이 사라집니다. 눈썹이 없기 때문에 드러난 윤곽과 화난 듯한 표정에서 이전 변신들 보다 훨씬 험악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더 이상 절제하지 못하는 감정과 파워 속에서 오공은 초사이어인3 라는 변신을 완벽하게 다루지 못합니다.
‘초사이어인’이라는 변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를 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하지 못함으로서 자신을 놓치게 됩니다. 자신의 의지로 변하지 않습니다. 강제로 부정감정의 과잉 상태가 되어야만합니다. 이런 변신들을 통해 오히려 오공과 베지터는 다른 이들과 단절됩니다. 오로지 자신들이 더욱더 강해지기 위해 나아갑니다.
한번 퓨전했던 베지트는 다시는 찾을 수 없듯이 그들 스스로 포기 합니다. 오히려 오천과 트랭크스는 그 퓨전을 즐거워 합니다. 오천과 트랭크스는 자신들이 독단적으로 강해지는 것을 바라기 보다, 힘을 합해 강한 힘을 손에 넣는 것을 선택합니다. 오반 역시 각성하게 되지만, 그는 '초사이어인'을 포기합니다. 분노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었던 '잠재력'을 모두 '각성 상태'라는 새로운 변신에 몰아 넣고, 스위치를 키고 끕니다. 각성 오반 역시 외견이 달라지지만,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오공과 베지터는 '초사이어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정확히는 위험한 힘을 외부로 발산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정의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표출되어 지는 새로운 모습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본연의 모습이 아닙니다. 적어도 오공이 추구했던, 모습은 셀전 때 수련하려 했던 그 모습일 것입니다.
첫댓글 초사이어인갓은 그냥 사이어인의 신
일뿐 그이상은 나오지도 않앗잖아요
그저 신이.되어서 파괴신 비루스랑
싸웠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오공이는
갓이 풀렸는데도 일시적으로 신의힘을
몸안에 흡수시켰다는 이유만으로도
파괴신 비루스랑 잘싸운거 생각해보면
오공이는 정말 전투의 천재인거 같아요
기존의 사이어인 특성 및 변신에 대한 새로운 시점이네요. 나름의 주장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 보는 맛이 있네요!!
멋진 글 잘봤습니다~
와 너무 좋은글이네여 분석도 엄청납니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