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일단 외형적으로 부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부자입니다. 왜냐 하면 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첩을 데리고 살려면 돈이 많이 들어 갑니다.
첩은 처와 달리 쓸데없이 이거 저거 해 달라 요구사항이 많습니다.
그런 거 다 들어 주려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래도 첩의 부탁인지라 들어 줘야 합니다.
만약에 첩의 부탁을 잘 안들어 주면 첩은 처와 달라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성질이 농후합니다. 야반 도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 첩은 그만큼 믿지 못할 정도로 처와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첩이 참 못돼 먹었다는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볼까요.
지난 날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미국의 공습을 피해
지하동굴에 약 3년 가까이 숨어 지낸 적이 있지요.
그가 미군에 체포되었던 것도
다 둘째부인 인지 뭔지 하는 여인의 고발로 그리되었다고 합니다.
조금 속된 말로 한국어로 표현하면 작은각시가
미군당국에 고해 바쳤기 때문이랍니다.
작은각시라 함은 바로 첩을 뜻하는 말입니다.
영어로는 세컨드(second)고도 합디다만.....
그런데 제가 지금 이렇게 개화된 문명사회, 대명천지에 느닷없이
왠 전근대적인 의미가 강한 요소를 띠고 있는 용어인
첩의 이야기를 하느냐 라고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실직고 하겠습니다. 저의 첩이 누구인고 하면
바로 제가 가장 애지중지 하는 저의 서재를 말함입니다.
서재를 첩에 비유한 좋은 말중에
‘ 서재를 남에게 보여 주는 것은 첩을 공개하는 것과 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재의 의미에 대하여 다소 생뚱맞은 듯하지만 참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저의 첩, 아니 서재자랑을 좀 하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자가용 승용차는 좀 허름한 것을 타고 다닌 일이 있을지라도
서재만큼은 빛나게 가꿉니다.
여기서 가꾼다는 일은 좋은 신간이 있으면 반드시 구입하고
간간이 정리정돈을 하여
책의 배치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책장의 먼지를 자주 털어주거나 하는 따위의 일을 말합니다.
다만 가슴 한켠에 자리한 아쉬운 기억은 지난날 쓸데없이 이사를 다니느라
많은 양서와 고서를 버렸다는 일입니다.
거주지를 옮기려면 사실 살림살이 가운데 책이 가장 무겁고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쩔 수없이 좋은 책을 많이 버리거나
심지어 진시황처럼 분서, 곧 불에 태운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아까운 책들인데도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저의 서재는 1000여 권 정도의 책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책을 버릴려고 했어도
역시 첩(?)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책을 다시 사 모은 것도 있고 옛날에 버렸던 책이 생각이 나
새로운 판형으로 나온 책을 구하기도 했으며
동일한 책이라도 번역서인 경우 다른 종류의 것을 더 얻었습니다.
일이 이렇다 보니 시나브로 책이 쌓이게 되어
늘, 책이란 괴물(?)이 저의 손을 떠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잠시 구체적인 책이야기를 조금 해 보겠습니다.
우선 저의 서재 맨 윗칸에는 세계사를 장식한 몇권의 전기가 있습니다.
모택동 자전(自傳)을 비롯하여
고이즈미와 후진타오 전기도 있구요.
이소룡 전기도 있으며 마릴린몬로 전기도 있습니다.
이들은 나에게 좋은 가르침을 제공해 주는 멋진 친구들이요,
매력있는 여자친구입니다.
바로 그 옆에는 세계 제일의 음서,
아니, 음서라는 말은 무식한 사람들이 뭘 모르고 하는 말이지요,
그런 말은 적절치 않구요.
세계적 명작으로서 진짜 에로틱한 관능의 미학을 다룬 문학이라고 해야겠지요.
즉, 동양이 자랑하는 금병매가 양장본으로 고고하게 빛나고 있답니다.
이에 뒤질세라 엇비슷한 장르의 고전으로
이태리 르네상스의 거장 보카지오가 지은 데카메론이 두권으로 나뉘어
팔짱을 낀 채,
금병매를 바라보며 지그시 비웃듯 진열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에로틱함에 있어서 내가 빠질소냐 하면서
‘채털리부인의 사랑’이
끼어 있기도 합니다.
또 한편에는 막부시대에 총 60번에 걸친 진검승부를 펼쳐서
절대 전승의 전설적 기록을 가지고 있는 무사이며
역사상 일본열도 최고의 검객을 주인공으로
미야모도 무사시라는 역사소설이 빛나고 있습니다.
물론 대망, 또는 야망이라는 대명사로도
책제목이 자주 쓰이는 도꾸가와 이에야스도 있습니다.
하단으로 내려가면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이
세계최초로 ‘노라’라고 하는 여 주인공을 통하여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그림으로써
세계사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인형의 집’ 이 있습니다.
이어 세익스피어 4대 비극이 자리하고 있구요,
하여간 이렇게 하여 저의 서재,
책장에는 세계의 대문호들이 쓴 서양문학과 동양문학을 총 망라한
세계문학전집이 기라성처럼 진열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외람되게도 엄청나게 매력있는 남의 부인들도 모시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분들은 바로 다름아닌 영국상류사회의
버지니아 울프가 그린 델러웨이 부인이 있어요,
그리고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
톨스토이의 야심작으로 드높은 안나 카레니나 같은 여성 분들이
가슴 아리는 애잔함이랄까 아님 서글픔이랄까,
마음속 한편에 인생과 사랑의 슬픔같은 것들을 넌지시 던져주기 때문이랍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문학작품만 있는 게 아니라 세계 사상서들이
또 한 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같은
자본주의 경제원론을 밝히는 유명한 저작물이 있으며
루소의 민약론(사회계약론),
세계 4대 서사시인의 하나라고 손꼽는 영국의 밀턴이
바이블의 창세기에서 인류가 에덴에서 추방되는 비운을 모티브로 하여
인류의 운명을 웅혼한 필치로 써 내려간 서사시, 실락원이 있답니다.
연이어 논어,
장자,
소학,
명심보감,
목민심서,
탈무드,
채근담,
육도삼략,
손자병법 등등등 인류의 지혜와 지식이 축적된 위대한 서적들이
보물단지처럼 뽐내고 있습니다.
한편 현대의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읽으면 좋을 김구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와
충무공이 임진란 당시 직접 기록한 난중일기,
실학자 박지원이 당시 중국의 문물을 보고 놀래어 지은
기행(여행)일기라 할 수 있는 열하일기도 어김없이 있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나찌치하에서 2층 다락방에 숨어 있다 끝내 나찌의 패망을 보지 못하고 죽어 간
16세 유태인 소녀, 안네 프랭크가 쓴 ‘안네의 일기’도 있어요.
이상 일기류를 조금 언급했습니다만
더불어 대서양을 넘어서 신대륙을 발견하여 인류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크리스토퍼 콜룸부스의 항해록같은 것도 있구요.
마르코 폴로가 중국 원나라 쿠빌라이 황제 때 우리 동양을 다녀가 기록한
동방견문록이라는 여행기가
마치 방향을 가리키는
북극성처럼 책장 한 구석에 붙박이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 김부식의 삼국사기,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일연의 삼국유사, 계연수가 합편한 한단고기,
사마광의 자치통감, 유득공의 발해고,
에드워드 기본이라고 하는 영국인이 쓴 로마제국 흥망사같은 정통역사서도
어김없이 자리를 꿰차고 있답니다.
그리고 플라톤이 지은 소트라테스의 변명이 있는데
이 책에는
소트라테스가
당시 기득권자들에게 부당하게 죄인으로 몰려 죽어갔으나
한치의 비굴함도 없이 담담하게, 또 의연하게 변론하는
소크라테스의 숭엄함이 고스란히 돋보이는 위대한 서적입니다.
물론 이 책에는 플라톤이 쓴 또 하나의
향연과
에로스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저의 서재에는 비록 그동안 많이 분실하거나 누락된 서적이 있기는 해도
동서와 고금의 인류역사를 가꾸고 빛내어 온
아주 유명한 고전과 명작들이 그런대로 빠짐없이
만월처럼 고고하게 비치되어 있으며
더불어 태양처럼 찬연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잠시 인류역사에 빛나는 대표적인 문학작품과 명작을 말해 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0여 년전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한
전쟁문학 장편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도 있구요.
로마제국의 건국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베르질리우스(영어 명, 버어질)의 서사시 아에네이스(이니이드)가 있지요.
이들 장편 서사시를 모르고선
문학의 기원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여튼 앞으로도 열거할 책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만
필히 말해두고 싶은 몇가지 책을 역사적, 세계사적 시대순으로
조금 만 더 언급하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중세에 접어들어 유명한 단테가 그의 구원적 여인상으로 꿈꾸었던 첫사랑!
베아트리체를 천국의 안내자로 삼아
그녀와 재회한다는 구성을 가진 신곡도 있답니다.
또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시초를 연 계기가 된 ‘페트라르카 서정시’ 도 있지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물론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가 지은 우신예찬(바보 예찬)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그럼 지리적으로 유럽과는 다른 중동지역으로 한 번 가 볼까요
중세 마호메트가 건설한 사라센 제국에서 탄생한 이슬람문학의 최고봉!
아라비안 나이트가 1권에서 5권까지 서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배타는 신드밧드의 모험, 하늘을 나는 목마등,
참으로 다양하고 신비한 이야기가 아주 많습니다.
원래 아라비안나이트는 탄생배경부터가 조금 흥미롭습니다.
당시 날마다 한사람씩의 왕비를 받아들여
다음날 왕비를 죽이고 마는 어느 아랍 왕의 이상한 습벽때문에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운명임에도 새로이 왕비가 된 '세헤라자데'가
저녁을 물리고 난 후
침착하고 지혜롭게 왕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하루 한가지씩 들려주곤 했지요.
아랍 왕은 왕비의 얘기가 너무나 재밌어서
다음날에도 또 얘길 해달라 라며 졸랐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왕비는
어디서 그렇게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몰라도
무려 천일 동안을 마냥 끝도 없이 이야기를 들려줬다더군요.
이에 지난 날에는
날만 밝으면 새로 맞이했던 왕비를 죽이는
고약한 아랍 왕의 버릇이 고쳐졌다고 합니다.
왕은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하는 호기심에
왕비 세헤라자데를 죽이지 못하고
이야기의 밑천이 다떨어지기를 기다렸다더군요.
그렇게 해서 이 이야기는 삼년의 세월을 훌쩍 넘을 정도로
계속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내 임금은 지난 날의 자기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사랑스런 왕비 세헤라자데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 아라비안 나이트는 실질을 알고 보면
한 여성의 목숨을 건 슬기로움과 행동이 탄생배경에 깔려 있는
아주 비장한 문학이요 드라마이며
'아랍의 천일밤에 걸친 이야기'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구성은 독특하게 '피카레스크 방식'으로 설정이 되어 있어
훗날
세계의 문학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지요.
하여튼 아라비안 나이트는
향기높은 당시의 아랍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가 있어서 너무나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동양으로 넘어 와 봐야겠습니다.
동양으로 넘어오면 무엇보다 중국4대기서 중에서도
이것을 읽어 보지 않는 자와는 인생을 논할 수가 없다라고 하는,
그래서 필히 읽어 봐야 할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일명 삼국지)를
제일 먼저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다음으로 판타지 문학의 원조, 오승은의 서유기,
시내암의 수호지가 있구요
왕세정(또는 이개선, 소소생)의 금병매는 이미 앞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
후대에 와서 여기에 2권을 더 추가하여 6대 기서라고도 하는
명나라 때
허중림이라는 사람이 쓴 봉신연의(일명 봉신방)와
청나라 전성기때 나온 조설근이 지은 홍루몽이 빠짐없이 있습니다.
또 중국 4대기서나 6대 기서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만
홍루몽의 작가 조설근이 남긴
또 하나의 작품 유림외사가 책장에 박혀 있습니다.
물론 근, 현대에 들어 와 톨스토이, 헤밍웨이, 앙드레지드, 등등
세계적 문호들이 쓴 유명한 작품도 왠만한 것은 다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현대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이지요. 칼 세이건 말입니다.
그가 쓴 천문학 서적 코스모스가 은하계 우주만큼이나
도도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도 있답니다.
특히 이책은 딱딱한 과학서적이라기 보다는
문장 하나하나가 아주 유려하고 세련되어
한편의 문예작품,
말하자면 일종의 과학수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훌륭하답니다.
그 곁에는 바둑관련 책들과 낚시에 관한 책도 같은 공간에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은 책은
화란의 야콥 판 드럭헌이 쓴 그리스도 전기, “지상의 그리스도” 와
우리 한국의 조병호 박사가 저술한 ‘성경과 5대 제국’ 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변증가, 기독교 사상가, 기독교 작가로 유명한
C.S.루이스가 쓴 '순전한 기독교'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서재자랑을 이만 마칠까 합니다.
책 읽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취미가 있지만
독서가가 느끼는 희열은 그 어떤 취미에 못지않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저는 가끔 좋은 책이 있을 때마다 구입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것은 고급 승용차를 가진 사람이
자꾸 각종 차에 관련한 악세사리를 사다가 장식하는 것처럼
그런 성격의 것이라면 좀 어떨까요.
적절한 비유인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그렇다는 것입니다.
두서없이 장황하고 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 복많이 받으실 것입니다.
(저작권 보호 요망)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여러분에게 항상 은혜와 평강과 기쁨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