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바둑 애호가들은 TV를 통해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프로기사 이세돌과 바둑을 두어 4승
1패를 거두는 놀라운 장면을 지켜봤다. 이후 AI는 자력으로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여 인간에게 단 한
판도 지지 않았다. 이로써 이세돌은 AI 역사에서 바둑을 두어 AI를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남게 되었
다. 알파고 출현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적어도 바둑에서만은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
했다. 수가 단순한 체스에서는 진작부터 AI가 인간에게 전승을 거두고 있었지만, 바둑은 경우의 수가
10의 150제곱이나 되기 때문에 AI의 계산 능력으로는 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
다. 이 세기의 대결 이후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社의 AI 제품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며 불티
나게 팔려나갔다.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 AI, 블록체인 등 우리 세대가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못한 새로운 문명이 빠
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우려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
하고 있으며,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저승 문턱이 바로 저긴데 싶어 이러한 신문명을 외면하고 산다. 새로운 것이라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방법도 배우지 않는다. 이제 새삼 그건 배워서 어따 쓰게? 마침 사회적으로 두루 신뢰를 받
고 있는 과학자 정재승이 강의를 통해 일반에게 소개한 내용이니, 낙제라도 면해볼 심산으로 열심히
공부해보고자 한다.
컴퓨터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1936년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에 의해서였다. 컴퓨
터는 라틴어 ‘com(함께)’과 ‘putare(생각하다)’를 합성한 신조어다. 최초의 컴퓨터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암호를 해독할 목적으로 영국 해군에 의해 극비리에 개발되었다. 컴퓨터가 일반인에게 공
개된 것은 1950년대였다. 컴퓨터는 이전에 개발된 모든 기계의 개념을 무시한 혁신적인 기계다. 이전
의 기계장치는 구체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처럼 여러 기능을 두루 수행
할 수 있는 범용 기계장치인 것이다.
초기 컴퓨터는 수학적으로 완결된 논리구조와 숫자 및 문자로 표현이 가능한 기능만 수행할 수 있었
다. 이때 ‘수학적으로 완결된 논리구조’를 알고리즘이라 하고, 알고리즘을 숫자 및 문자로 표현한 것
을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은 컴퓨터의 한계와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초기 컴퓨터는 알고리즘만 수행하다 보니 대부분 계산 기능만 수행했다. 인간의 두뇌는 수학적으로
그다지 완결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학적 계산에서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수
행할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는 종합적 판단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컴퓨터는 일정한 하드웨어와 소프
트웨어로 한정되어 있지만, 인간의 두뇌는 상황에 따라 하드웨어의 기능을 바꾸면서 소프트웨어를
무한히 확장해갈 수 있다.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처리된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가 분리되어 있다. 하드라고도 하는
메모리에 정보가 저장되고, 그 정보를 분석하거나 처리할 때는 CPU가 작동된다. 반면 인간의 두뇌는
각 영역의 신경세포들이 동시에 정보를 처리하기도 하고 저장하기도 한다. 모든 영역이 CPU와 메모
리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초기 컴퓨터 학자들은 인간의 두뇌에 비해 현저하게 열등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컴퓨터의 용량을 무제한으로 늘리는 방법을 채택했다. 초기 IBM 컴퓨터의 경
우 크기가 집채만 한 것도 있었다. 인간의 두뇌는 또한 정보가 모든 영역에 동시에 저장되기 때문에
뇌의 일부가 망가진다 해도 정보 처리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뇌의 신경세포가
계속 죽기 때문에 정보 처리 속도는 계속 느려진다. 노화단계에 이르면 가속도가 붙어 모든 기억이
빠르게 지워진다.
1956년 존 매카시(1927~2011)를 필두로 10명의 인지과학자들이 미국정부에 <인공지능 연구계획서>
를 제출했다. 이때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AI는 컴퓨터
비전‧패턴 인식‧음성 인식‧자연어 처리‧의사 결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진화를 거듭해왔다. 상
용화 비즈니스 현장에서 AI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한 것은 2
1세기에 접어들어서였다. 2010년이 되자 인간의 85% 수준이던 AI의 업무 수행능력이 98%까지 향상
되었다. 정재승이 이 책을 펴낸 뒤에 컴퓨터 성능 향상으로 AI의 업무 수행능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AI는 자력으로 수행하는 진화에 의해 빠르게 인간의 두뇌를 닮아간다. AI 스스로 인간의 두뇌가 정보
를 처리하고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과 유사한 알고리즘을 차용하면서 업무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있
는 것이다. 이세돌과 대국할 당시의 알파고는 프로기사들의 기보(棋譜)를 빠르게 암기하여 가장 효율
적인 수를 찾아냈다. 이후 알파고는 빠른 속도로 진화하여 인간의 기보를 더 이상 참고하지 않고 자
체적으로 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파고 생산회사인 딥마인드社는 인간과 바둑을 두는 일
이 무의미하다며 알파고사업을 중단했다. 현재 AI는 인간처럼 스스로 신경망을 만들어 업무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능력이 향상되면 신이 나서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방법을 창출해낸다. 칭
찬은 AI도 춤추게 하는 것이다.
빅 데이터 현상도 AI의 진화 속도를 현저하게 높이고 있다. 인터넷‧모바일‧소셜 미디어 등에는 데이터
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AI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 데이터들을 흡수하여 진화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넘쳐나는 빅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AI는 상굿도 아이스크림과 고양이, 식빵과 개, 개와 사
람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 넘쳐나는 빅 데이터 때문에 오히려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가 일반화의 오류를 쉽게 저지르는 장치라면, AI는 특정화에 허점을 보이는 장치
라는 얘기다. 인간과 AI의 이 상이한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KAIST 뇌공학연구소에서는 ‘인간의 두뇌
를 닮은 AI’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인간처럼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AI를 개발하
려는 것이다. 인간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AI가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처럼 사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게 AI와 공존하는 방법일까? 하나는 AI를 올바로 이해하여 필
요한 곳에 잘 활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현재 AI는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보통 수준의 인간이면 1~2년 이내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즉, 자신의 아이디어를 온라인상에서 자유자재로 구현하여 데이터 사이언스‧통계‧AI‧블록
체인 등 미래의 학문 분야로 접어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잘못된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AI를 이해하기보다 문제를 푸는 데 응용하는 방법만 알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은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개인이 잘못된 교육제도를 고칠 방법은 없는
법, 나 혼자만이라도 AI를 이해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는 방법을 개발해내야 할 것이다.
정재승 「열두 발자국」 소개 끝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갖가지 잘못된 정책의 파행, 과학기술 정보 통신부가 미취업 이공계 대학 졸업생 의 취업을 지원 하겠다는 명분으로 작년 도입한 청년 TLO (기술 이전 전담 인력) 는 일안하고 돈 벌수 있는 꿀알바로 전락 하고 있는데 올해 4000명을 고용하여 150만원의 월급을 주며 청년 실업률을 줄인다고 합니다. 노인들 의 빈사무실 전등꺼기 통계가 지적되자 쳥년으로 다시 신설한 남미형 퍼주기가 아닐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