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브레이크 룸에 놓여 있는 신문을 보니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더군요. 다우존스 지수도 그렇고, 나스닥 지수도 그렇고. 이같은 상황전개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지적은 한결같습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팽창한 통화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이제 지배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바로 빠르면 올 6월, 즉 두 달정도 지나면 연방준비율이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찍어낸 달러 양도 양이지만, 이로 인해 만들어진 신용통화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미국은 이미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뱅크런을 겪어본 경험이 있고, 수많은 로컬 뱅크들 중에서 단단하다고 하는 것들이 더 큰 은행으로 흡수됐습니다. 시애틀만 해도, 가장 단단할 것으로 보였던 로컬 은행들이 불량채권의 회수에 실패하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뱅크런 사태로 인해 결국 웰스파고 은행 등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장 이자율이 올라가면 주택 모기지 이자율이 올라갈 겁니다. 저처럼 30년 고정으로 묶어놓은 사람들이야 별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최근의 낮은 이자율 때문에 변동 모기지율을 선택해 은행에서 돈을 빌렸던 사람들은 이자 부담의 압박을 받을 겁니다. 그리고 덩치가 더 큰 비즈니스 론의 경우 그 강도가 더 할 겁니다. 스몰비즈니스 운영을 선호하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의 경우, 아마 이자율 인상이 현실화되면 그 다음부터 높아진 이자에 압박을 받거나, 더 나아가 비즈니스가 넘어가 버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생할 겁니다.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한인커뮤니티는 이 이자율 변동의 기준이 언제가 될 것인가를 간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최근 한인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신문들을 보고 있으면, 재융자 광고가 쉽게 눈에 띕니다. 이자율이 더 오르기 전에 현재의 이자율을 적용한 고정 이자율 모기지로 바꾸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미 생활고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이 때문에 재융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이런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부동산을 포기하는 게 상책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제가 다니는 성당의 교우들 중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꽤 영향을 끼친 듯 합니다. 아직도 살던 집을 갖고 언젠가는 집값이 오르리라 믿으며, 비즈니스 가격의 상승을 확신하며 매달려 있는 안타까운 모습들도 많이 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국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겁니다. 미국이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은행 이자율은 올라가게 돼 있고, 그것은 바로 한국의 은행들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겠지요. 안 그런다면 고금리를 노린 달러 자금들은 순식간에 미국으로 빠져들어오게 될 테니. 그렇다고 이자율을 올린다면 한국 사회가 가진 폭탄중의 가장 큰 폭탄인 가계 부채가 거대한 폭발을 불러오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얼마 전 아이슬랜드가 어떻게 IMF 상황을 극복하고 실업률을 줄였는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의 해법은 복지의 확대였습니다. 최저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하여 이를 통해 고용을 늘리고 실질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다시 생산이 자극되는 선순환. 그것이 아이슬랜드의 해법이었습니다.
최근 홍준표가 도지사로 있는 경상남도의 의무급식 포기 상황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안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복지를 시혜의 틀에서만 보고 있는 한국, 과연 갑작스런 미국의 연방준비율 상승에 걸맞는 준비를 하고 있는 건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의외로 제 2의 IMF 같은 비극은 그다지 멀지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깨어 있으라, 그리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네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