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2차 총파업 취소… “상처뿐인 투쟁” 강경 노선 힘빠져
[화물연대 파업 철회]화물파업 종료 투표 참여 14% 불과
“조합원에 책임전가” 투표 않고 복귀… 민노총 對정부 투쟁 차질 불가피
화물연대 집행부 사퇴 전망도
파업 철회 찬반투표… 눈물 흘리는 조합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본부 대전지부 조합원들이 9일 오전 대전 대덕구에서 총파업 철회 찬반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조합원 60% 이상의 찬성으로 총파업이 종료되자 경기 의왕시의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대전=뉴스1·의왕=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이번 파업은 16일 동안 이어진 뒤 막을 내렸다. 하지만 파업 시작 때 내걸었던 안전운임제 영구 적용과 품목 확대 등의 요구사항을 하나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철수해 ‘상처만 남긴 파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물연대 파업을 동력 삼아 윤석열 정부에 대한 투쟁을 이어가려던 민노총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상처만 남은 화물연대의 파업
화물연대는 9일 총파업 종료 및 현장 복귀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3575명 중 2211명(61.84%)이 파업 종료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파업 철회 반대는 1343표(37.55%), 무효는 21표(0.58%)였다. 화물연대 측은 “지역본부별로 해단식을 한 뒤 이날 현장으로 복귀한다”며 “안전운임제 지속과 확대를 위해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투표를 통해 화물연대의 내부 분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전체 조합원 약 2만5000명 가운데 투표 참여 인원이 14% 안팎에 불과하다. 대부분 투표 없이 현장에 복귀한 셈이다. 특히 부산 등 일부 지역은 전날 지도부가 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조합원 총투표를 결정하자 “책임을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투표 없이 바로 현장에 복귀했다.
이미 2주 넘게 진행된 파업 장기화 여파로 차주 이탈이 늘고 있었다. 정부가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종에서 파업 참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화물연대는 파업 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특히 ‘우군’이라고 여긴 더불어민주당이 8일 사전 조율 없이 정부 여당이 내놓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전격 수용하자 화물연대는 ‘퇴로 찾기’에 나섰다. 자칫 실익 없이 이달 말 안전운임제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봉주 위원장이 대화 창구를 모색하기 위해 4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진 뒤 내부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파업의 책임을 안고 화물연대 집행부가 사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선도 투쟁’ 막힌 민노총 투쟁도 타격
올겨울 가장 힘을 실었던 화물연대 파업이 성과 없이 끝나며 민노총의 강경 일변도 투쟁 전략도 힘이 빠지게 됐다. 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을 이번 겨울 투쟁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대정부 투쟁 전선을 확대해 왔다. 이날 민노총은 성명을 내고 “화물연대를 극한 투쟁으로 몰아간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달 14일로 예고했던 2차 전국 동시 총파업·투쟁대회를 취소하는 등 투쟁 동력이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앞서 6일 진행한 1차 총파업 때도 현대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 노조가 모두 빠져 “민노총의 조직 동원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 결과만 봤을 때 민노총의 기존 강성투쟁 전략이 ‘법과 원칙’을 내세운 현 정부에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민노총이 선도 투쟁으로 내세운 화물연대 파업이 실패하면서 민노총 내부 동력이 약해졌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민노총 차원에서도 지금 정부에서는 예전 같은 투쟁 방식으로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