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06) - 혹한을 뚫은 사랑의 물결
한겨울 내내 따뜻한 날씨더니 대한이 낀 한 주간, 매서운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 오늘(1월 24일) 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 강추위 속 모두 건강하시라.
지난 수요일에 서울에 올라와 여러 모임과 만남을 가졌다. 수십 년 이어온 동문들의 신년회, 강추위에도 건각을 자랑하는 동호인들과의 걷기, 어려운 때일수록 아픔을 같이하는 혈연의 끈, 세월을 뛰어넘는 사제 간의 정,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두 사람의 행진 등 혹한을 뚫은 사랑의 물결이 찬 기운을 녹인다. 그 내용을 살핀다.
1. 수십 년 이어온 사랑과 우정의 발자취
지난 수요일, 눈이 내리는 새벽에 광주를 출발하여 서울로 향하였다. 목적지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함께 나온 선후배 동문모임의 신년인사회 장소, 20여명의 노익장들이 강남의 호젓한 음식점에 부부동반으로 모였다. 배우자의 다른 일정으로 혼자 온 이도 여럿, 수십 년 이어온 우정이 도탑다. 반가운 만남을 기념하여 ‘사랑과 우정의 발자취’라 제목을 붙인 책자를 나눠드리니 모두들 기뻐한다. 최근 10여 년 간 함께 한 행사와 명승탐방기를 한데 묶어 만든 기록물이다. 식사 후에는 고등학교 동기 부부가 따로 남아 미진한 정담을 나누기도. 오누이처럼 다정한 벗들이여, 남은 때에 더욱 평안하시라.
2. 강추위야 물렀거라, 우리는 걷는다
목요일 저녁, 광나루 지하철역에 30여명의 걷기동호인들이 두툼한 옷차림으로 한데 모였다. 매주 목요일에 갖는 걷기행사는 강추위에도 거르지 않는다. 광진교를 건너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거쳐 올림픽공원에 이르는 10여 km의 밤길을 두 시간여 빠른 걸음으로 걷노라니 등에 땀이 나고 얼굴이 발그레하다. 다른 이들보다 옷차림이 가벼워 완주할 수 있을지 염려하였으나 바람이 불지 않아 예상보다 수월하게 걸을 수 있어 다행이다. 헤어질 때 다음 달 대만일주 걷기행사에 참여할 계획이어서 동호인들의 정기를 받으러 왔다고 인사하니 박수로 격려한다. 건각의 동호인들이여, 건승하시라.
몽촌토성에서 바라본 서울야경
3. 형제는 위급한 때까지 위하여 났나니
토요일 낮, 1년 넘게 재활치료중인 동생을 격려하러 남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예방은 간단하나 치료는 힘겹다고 경계하던 일이 동생에게 닥칠 줄이야. 일주일 전에 간헐적으로 찾는 형제자매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생의 쾌유를 기원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하니 전원 찬성이다. 우리는 11남매, 위로 두 형이 별세하고 누님 두 분은 80이 훨씬 넘은 고령이라 6,70대의 7남매가 한데 모였다. 이를 배려한 듯, 2인 입원실에 함께 있던 이가 오전에 퇴원하여 10여명이 쾌유를 기원하는 모임을 갖기에 적합한 분위기다. ‘친구는 사랑이 끊이지 아니하고 형제는 위급한 때까지 위하여 났느니라’(잠언 17장 17절)는 성경구절을 낭독하며 남매들의 간절한 염원을 하나님께 빌었다. ‘사랑하는 동생이여, 일어서라‘고 함께 힘주어 손을 부여잡으며.
하나님이여, 애끓는 형제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4. 오랜만에 만난 제자들이 반갑다
토요일 저녁, 오랜만의 안부(지난 글 참조)를 접한 제자가 30년만의 만남을 주선하였다. 이번 주에 서울에 머문다는 소식을 들은 제자는 상경하였을 때 만날 기회를 갖고 싶다고 제안하여 토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잡았다. 그러던 중 가끔 안부를 전하는 제자(스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토요일에 약속한 제자와 대학동기로 서로 연락이 두절된 사이, 그 사실을 전해들은 스님이 합류하기를 원하여 연결한 것이 가지를 뻗쳐 4명의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제 간의 만남에 동기들의 만남이 곁들여져 더 반가운 모임이 되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 가까운 식당에서 만나 3시간여 정담을 나누며 회상하는 30년 세월이 엊그제 같다.
아쉬운 작별 후 집에 돌아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추운 날씨에 멀리 오느라 수고들 하셨네요. 늦은 시간에 가는 길, 평안하기를. 좋은 모임 감사합니다.’ ‘교수님과 사모님, 뵙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니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뵐 수 있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30년 만에 만난 동기님들 반갑고 기쁩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한 용빈 친구, 고맙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빕니다.‘ ’늘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교수님을 뵙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자주 뵈올 것을 약속드리고 동기들도 자주 만나 인생여정의 좋은 친구 되기를 원합니다. 교수님께서 펴낸 책을 대하니 가슴 뭉클합니다. 지금도 후학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메시지를 접하니 방금 전의 상황이 되새겨집니다.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여, 더욱 발전하시라.
5. 오래도록 행복하여라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일요일(1월 24일), 5촌 조카의 결혼식이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치러졌다. 사촌동생의 의견 따라 예물교환과 폐백 없이 양가의 가까운 친척 및 지인 각 50명씩만 초대한 혼례식은 소탈한 주례의 간결한 메시지와 중후한 남성 4중창단의 노래에 맞춰 화기 있는 분위기 속에 두 시간여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고급호텔의 품격에 걸맞게 음식이 깔끔하고 서비스가 체계적이어서 편안한 느낌이다. 전국을 꽁꽁 얼게 만든 강추위에 아랑곳없이 뜨거운 사랑을 굳게 다짐한 신혼부부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식이 끝나고 돌아올 무렵 사촌 동생이 가까이 다가온 아들 내외를 불러 특별 소개를 한다. 잘 되었다 싶어 두 사람을 앞에 세운 후 결혼소식을 카페에 올리려고 메모한 인디언의 결혼 축시 ‘두 사람’을 읽어주었다. 그 시의 내용은 이렇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나아가라
이 땅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새롭게 출발하는 두 사람이여, 오래도록 행복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