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드나드는 사이트에 벨섹에 관한 글이 있길래
퍼왔습니다 잼나게 보시길
만화 베르세르크에서 '매단'의 몰락은 가츠의 탓일 수 있다.
가츠, 본인의 의지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사건의 순서와 영향을 생각한다면 가츠의 떠남이 이유일 수 밖에 없다.
가츠가 떠나지 않았으면 그리피스가 그런 짓을 할 일도 없고 매단의 몰락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츠를 욕하지 않는다.
왜냐면, 모든 것은 그리피스의 탓이기 때문이다.
가츠를 잃는 것에 그리피스가 흔들리지 않고 은연히 서 있을 수 있었다면 매단의 몰락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피스는 그렇게 전장에서 가장 똑똑하게 살면서도 가츠라는 약점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리피스의 죄는 '친구'를 너무 좋아한 것 밖에 없다.
소유욕이라는 나쁜 형태로 발현되었을 뿐, 그는 가츠를 곁에 두고 싶었다.
자신이 흔들릴만큼 친구를 생각하는 사람을 어떻게 욕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그런 친구를 하나라도 가진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베르세르크를 읽으며 그 부분의 반전은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승승장구해왔고 주인공들에게 정이란 정은 다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이 쯤에서 그런 반전이 있을 거라는 예감은 틀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시작 부분에서 보여준 그런 것들 싸그리 무시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런 말도 안되는 바램은 곁눈질로도 보지 않고 이야기는 제 갈길을 간다.
그런데 그 몰락의 이유가 고작 '친구가 떠나서'였다니......
지금까지의 그 웅대한 스케일과 마치 퍼즐 맞추는 듯 짜맞춰져 온 진행과정을 생각한다면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안 들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그 보잘 것 이유에 수궁할 수 밖에 없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내 삶을 뒤흔들 수 있는 친구가 내게는 있을까?
아마도 예전에 그럴 수 있는 친구를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내 주의엔 날 흔들 수 있는 친구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친구는 아마도 이야기 속에서는 존재할 것이다.
베르세르크를 읽으면, 주의를 끄는 인물 중에 쥬도라는 녀석이 있다.
그는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캐릭터이다.
아마도 그리피스, 가츠, 캐스커를 제외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일 것이다.
그는 '뒤돌아 보면 언제나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인물이다.
그만큼 그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다.
또한 누구하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성질 더러운 코르커스도 쥬도와는 문제가 없다.
말주변 없는 가츠하고도 제법 오래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어찌 보면 상당히 완벽한 사람이다.
혹 그런 친구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그리피스, 가츠, 캐스커가 서로의 얽힘에 묻혀 언성을 높이고, 칼질을 해대고, 애증의 파도에 휩싸여 있을 때, 쥬도는 언제나 바위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츠의 떠남을 가장 먼저 인정한 것도 그다.
그만큼 쥬도는 끈적거림 없이 쿨 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쥬도가 3사람의 관계의 옵저버로 머물러 있게 한다.
언제부턴가 나를 기쁘게 하는 친구도, 슬프게 하는 친구도, 행복하게 하는 친구도, 괴롭게 하는 친구도 없다.
나 역시 친구를 기쁘게 하지도, 슬프게 하지도, 행복하게 하지도, 괴롭게 하지도 않는다.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적당히 문제 없을 만큼 말하고, 문제 없을 만큼만 관심을 갖는다.
내가 흔들린 다면 그런 친구는 오히려 멀리 하고 싶어 진다.
그저 적당히 얼굴보고 가볍게 사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적당히 서로 격려하고 그리고 아무런 아쉬움 없이 뒤 돌아 설 수 있는 관계가 좋다.
편한 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피스처럼 엄청나게 쌓아 온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내가 살아 온 삶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은 만들면 안 된다.
가겠다고 하면 그저 '언젠가 다시 보자'라는 말 한마디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쥬도처럼 쉽게 이해해 주고, 적당히 문제 없을 조언만 하면 된다.
그런 친구는 오래가고 편하다.
만나는 것도 헤어짐도 부담없다.
쥬도는 그렇게 인생의 진화단계 가장 끝에 있는 친구가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어느날 아침 사람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 등이 허함을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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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글이 아니고, 제 선배님의 읊조림입니다.
덕분에 ‘친구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 베르세르크도 다시 읽어보았죠. ^ ^ )
그 선배를 94년에 처음 만났으니, 올해로 11년을 알고 지낸 셈이군요.
지금도 우린 한 달에 한번정도 만나서 스타와 바둑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돌리곤 하죠.
그 선배는 가끔 생각나면 만나고, 만나도 가볍고 편안하고 부담 없는 존재입니다.
선배역시 저를 그렇게 바라보겠지요.
아마도, 그 선배가 말한 ‘쥬도’는 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피스’같은 친구는 정말 부담스러울 것 같네요. ^ ^
여러분들에게도 ‘쥬도’와 ‘그리피스’가 있나요?
카페 게시글
┃‥베르토론방
여러분에게도 '쥬도'와 '그리피스'가 있나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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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쥬도같은녀석, 그리피스같은 녀석,그리고 나 셋이 친한 친구사이입니다^^좀 약할지 몰라도
그리고 그전에 자기자신은 어떤 친구인가..하고 생각하는것은 어떨지
우와 정말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강추에요 >_<)b 너무나도 멎진글 !!!
토론방에 옮겨주시면 금상첨화
내갠 그런 친구가 없다.
그론데 내가 가츠라면 그리피스는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이다..친구의 애인을 눈크게 뜨고 있는데 겁탈하질않나.. 캐스커 너무 불쌍하다..그래서인지..난 언제나 가츠편에서서 만화를 본다 그장면은 생각만나도 괜희 화가난다..내겐 그리피스같은 친구는 필요없다..ㅡ.ㅡ;;쥬도같은 친구는 있다~하핫
그리피스...그래도 그리피스는 인간으로써는 용서할수 없는 단계까지 간거 같아요...하지만 친구에 대한 글은 참으로 멋졌습니다
글쓰신분... 글 참 잘쓰시네요. 상당히 공감이 가며 자신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