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 뜸하다 못해 거의 안한 풀꽃산악회가 월 한번씩 무등산에서 만난다.
난 전교조조합원도 아니지만 그 산악회와 인연이 깊어 참여하기로 한다.
새로운 산악회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사람만나기를 고민한다.
친해지는 것이 좋은지, 얼마만큼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은지
예전에 아주 오래전부터 만난 사람들과는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도 생각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 아니더라도
나의 만남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이기적이다.
풀꽃산악회와의 만남도 생각이 많아지지만 그나마 맘 편하다고 월 1회의 무등산행에 동행한다.
서울교사대회에 가는 이들이 있지만 참여인원은 늘었다.
휴일이라서인지 1번의 도착도 늦다.
법원앞에서 산장으로 가는 버스는 15분 이상을 기다린다.
밴드에 늦는다고 쓰지만 마음이 바쁘다.
20분이 다 되어서야 공원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김동길 회장과
오창훈 임호철 샘과 이맹로 대장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인사하고 사과드리며 산길을 잡으려는데 윤영조 회장님이 곧 오신댄다.
김동길과 오창훈 샘은 꼬막재로 가고 이대장을 따라
임 윤 그리고 나까지 네명이 옛길로 접어든다. 9시 25분이다.
이 대장의 걸음은 빠르다. 이대장을 따르는 임선생님의 걸음도 빠르다.
주검동 바위 앞에서 쉬고 싶은데 기미없이 빠르게 오른다.
죽자사자 따라가며 산길을 가볍게 걷는 사람의 공력을 가늠한다.
난 지난밤 점암의 상원이와 그친구들과 과음한 핑계를 대지만 내 나이는
임선생님과 윤회장에 비하면 아직 젊은데 영 힘들다.
물통골에서 내가 볼멘소리로 쉬자고 한다.
임선생님이 양파즙을 주신다.
겉옷을 벗고 수건을 매고 스틱을 편다.
치마바위까지도 간격을 유지하며 부지런히 따라간다.
숨이 가빠 한번 쉬고 싶은데 이대장은 앞서가고 임선생도 잘 붙어 가신다.
난 따라붙기를 포기하고 내 걸음으로 걷자고 한다.
윤회장님이 뒤에서 힘들게 따라오신다.
평지에서는 누구나 잘 걷는다.
거친 오르막에서는 거리가 벌어진다. 무슨 상관이랴.
아래 작은 목교를 건너기 전에 쉬자는 말이 나오다가 참고 걷는다.
무너져내린 옛 군사도로를 따라 편하게 걷다가 서석대 입구 목교까지
힘들게 올라간다. 10시 반이다. 한시간 남짓에 여기까지 왔다.
임선생님만 보여 이대장은 가버리셨나 하는데 화장실에서 오신다.
노란 옷을 입은 나 또래의 선생 한분과 인사를 나눈다.
이대장과 일고에 같이 근무하신다는 김순귀 선생이란다.
초소 옆 벤치에서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른다.
넷이 올라온 순서에 김선생이 나 뒤에서 따라온다.
힘든 나는 먼저가시라고 해도 김선생은 그냥 따라오신다.
서석대 전망대에 들러 조망을 보며 푹 쉰다.
산객들은 많지 않다. 서석대에 올라 내려다본 광주는 뿌연 구름띠에 갇혀 있다.
그래도 우리가 서 있는 곳과 저 아래 제암산 월출산은 가깝다.
월출산의 하얀 바위가 보인다.
서석대 정상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자고 입석대쪽으로
잠깐 걸어 자릴 잡는다. 바람이 세차 겉옷을 챙겨입는데 난 참아본다.
김선생이 오이와 사자고추 그릇을 꺼내 편다.
난 막걸리 한병을 꺼내 고루 돌린다. 언제 가져온지도 모르는
작은 거창 사과를 반으로 잘라 그대로 드린다.
모두 막걸리를 나눠 마시니 부족하다. 소주는 사양하시다가 또 드신다.
11시 반이 되어 자리를 정리하고 바로 옛길로 그대로 가자고 내려온다.
윤회장이 앞서 내려가신다.
평동중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질문을 한다.
전남의 일부 중학교에서도 견학을 오며, 고향이 해남이어서
후배들에게 전남교육감 선거에 관심가지라도 적극적이라고 하신다.
내리막에서 그 분의 걸음은 빠르다.
나도 쳐지지 않고 부지런히 걷고 이대장과 임선생님 등은 여유있게 걸으면서도
따라 붙는다.
백두산 가파른 길을 내려올 때 내가 온힘을 내어 앞서 내려오면
나보다 10년은 많으셨던 장길문 선생은 소리없이
내 뒤에 계셨다. 그 때 그분이 마치 도사같았는데, 이 풀꽃산악회엔
말없는 도사들이 산다는 걸 또 느낀다.
제철유적지에서 윤회장이 풍암저수지 이정표쪽으로 가자고 하신다.
동성식당 가는 길이 관리사무소쪽보다 더 가까울 거라고 하신다.
나도 안 가본 길이라 동의한다.
게곡이 좋다. 깊은 숲그늘 아래 물도 소리내며 흐른다.
동성식당에 오니 최용기 선생님이 와 계신다.
꼬막재 팀은 아지기 오지 않았다.
여섯이서 막걸리 건배를 하고 있는 사이 꼬막재 팀이 네명으로 불어서 오신다.
포두중 우순일 교장 부부가 합류했다.
열명이서 마신 막걸리가 많아진다. 운전하시는 몇 분은 조금 참지만
차 없는 날 비롯해 거침이 없다.
산에 가서 술독을 빼고 또 술을 마신다.
주제넘게 나서 만원씩 내시라 하고 나머지는 나의 지갑에서 채운다.
동네 공원에서 운동한다는 바보를 만난 건 4시가 넘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