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은 용기를 갖고 오면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꺾기 위해 죽여야 하고,
그래서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을 부러뜨리지만
많은 사람은 그 부러진 곳에서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세상은 부러지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만다."
『무기여 잘 있어라』는 대표적인 전쟁소설로 꼽힌다.
그만큼 전장과 후방의 대조적인 상황,
전쟁에 임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생각 등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전쟁에 대한 냉소와 비판이 작품 곳곳에 짙게 깔려 있다.
미국인이면서
이탈리아 부대에 소속되어 있고,
전투 부대가 아니라 앰뷸런스 부대에 소속된 프레더릭은
애초에 자신이 겪는 전쟁이
“영화 속의 전쟁만큼이나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투가 아닌 식사 중에 포탄을 맞아 부상을 입고도 훈장을 받고,
적군이 아닌 겁먹은 아군의 총에 후임병을 잃고,
퇴각 중 아군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명목으로
헌병에게 붙잡혀 탈영 및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처형될 위기에 놓이는 등의 상황은
논리와 상식을 거부하는 전쟁의 기이한 특성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주인공인 프레더릭은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전쟁의 참상 앞에서
스스로 단독 강화조약을 맺기에 이른다.
치열한 전투 대신 비참한 퇴각 상황과 개개인의 심리를 묘사해
더욱 효과적으로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원제 ‘A Farewell to Arms’의 ‘Arms’는
무기를 뜻하기도 하고, 두 팔을 뜻하기도 한다.
결국 주인공은
단독 강화조약으로 전쟁(무기)에 안녕을 고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의 두 팔에도 안녕을 고함으로써
삶의 본질과 사랑의 가치를 통감한다.
전쟁의 허무 속에서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한 청년의 이 애절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지금도 큰 울림을 전한다.
줄거리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미국 청년 프레더릭 헨리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이탈리아 전선에 엠뷸런스 부대의 장교로 참전한다.
거기서 우연히 영국 출신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를 만나고,
헨리가 후방 병원에 입원해
바클리의 간호를 받으며 둘의 관계가 깊어진다.
완쾌 후
헨리는 임신한 바클리를 두고 다시 전선으로 차출된다.
전투에서 연합군이 대패해 퇴각하던 중 총살당할 위기에 처한
그는 강물에 뛰어들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다시 만난 헨리와 바클리는 국경을 넘어
스위스에서 출산을 기다리며 잠시나마 행복을 누리지만,
결국 비극적인 이별을 맞게 된다.
이러한 『무기여 잘 있거라』는
당시 미국의 차세대 작가로 떠오른 헤밍웨이를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한 대표작이다.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자전적 소설로,
전쟁의 비인간성과 비합리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깔려 있고,
동시에 헤밍웨이가 “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만큼
애잔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이 작품은 그 이상의 깊은 존재론적 성찰을 다미고 있다.
자기 삶에 무심하던 주인공은
비참한 전장에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며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의 공허함,
세상에 내던져져 죽음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조건과
그래서 더 소중한 사랑과 교감의 가치를 깨닫는다.
하드보일드 기법에 풍부한 시적 장치를 더해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은
연극, 영화,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지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민음사, 김욱동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