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은 살인청부업자다. 사람을 죽이고 돈을 받는 일을 한다. ‘일’을 하러 가지 않을 때면 낮이고 밤이고 탁상위에 총을 올려놓고 선글라스를 낀 채 잠 아닌 잠을 잔다. 그 옆집에 14살 소녀 마틸다가 산다. 그녀의 집안은 극심한 콩가루 집안이어서 아무도 그녀를 돌보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는 보호학교에서 온 전화에다가 마틸다는 죽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방치된 삶을 살다가 마약 거래업자들과 스탠이 찾아와 가족 모두를 죽이고 마틸다를 찾는다. 마틸다는 레옹의 집에 살면서 레옹에게 기술들을 알려달라 조른다. 가족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이다. 처음엔 거절하던 레옹도 마음을 열고 마틸다에게 자신의 최고 기술들은 물론 여러 가지들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틸다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스탠의 눈에 찍힌 그와 그녀는 결국 경찰의 습격을 받고 레옹은 마틸다를 피신시키고 자신 또한 몰래 건물을 빠져나오려 한다. 하지만 결국 스탠에게 덜미를 잡히고 총에 맞은 후 마지막 힘으로 수류탄을 빼네 스탠과 함께 건물안에서 자폭한다. 영화 ‘레옹’에는 키스신이 없다. 이 세계적인 명작이 키스신을 배제하고 탄생되었다고 생각해보아라. 매우 대단한 연출과 각본인 것이다. 거기에다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로 인해 영화의 향신료 효과를 제대로 내주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느 한 부분에라도 키스신이 들어갔다면 오히려 난잡하고 추잡한 삼류식의 영화로 치부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레옹에선 그런 것들을 행동이나 말로 했다기 보단 진심과 진심으로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틸다와 레옹이 아파트에서 습격을 받고 환기구로 마틸다를 내려보내려 하자 마틸다는 떼를 쓰며 내려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자 레옹은 말한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잠도 자고, 뿌리도 내릴 거야. 절대 네가 다시 혼자가 되는 일은 없을거야. 사랑한다, 마틸다.” 마틸다는 ‘저도요, 아저씨.’라고 말하며 슬픈 눈빛으로 환기구를 조심스레 내려간다. 이 장면은 정말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생각해보아라. 강인하고 냉정하던 살인청부업자가 14살 꼬마에게 사랑을 느껴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일지라도 그녀를 먼저 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니. 레옹은 외로웠던 것이다. 자신에게 친구란 자기를 닮은 화분하나라고 말하며 정성스레 풀잎들을 닦아주던 레옹. 마지막 순간에 레옹은 자신보다 화분을 마틸다에게 건네주고 그 둘을 아래로 보낸다. 왜 하필 화분이었을까. 어쩌면 잔인한 직업과 화분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레옹은 항상 그 직업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과거 때문에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에 빠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수렁속에서 그를 구해준 것은 마틸다였던 것이다.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주고 안아주는. 그런 사람이 처음이었기에 레옹은 그런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레옹과 같은 살인청부업자가 직업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레옹처럼 은둔적으로 자신을 고립시키는 사람은 현대에 많다. 점점 현대인들은 조그만 상처에도 쉽게 상처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아물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 그것도 요즘 나오는 그런 디지털적인 영화가 아닌 감성적인, 아날로그적인 고전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을 가만히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