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다.
날이 밝은 듯 하고 사람들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서 시계를 보았다.
6시 20분...
생각보다 바깥이 어두워 텐트 창을 열고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변의 모래는 젖어있었고 약간의 부슬비가 찬바람과 함께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은 구름이 끼어 어두웠다.
그러나 저 멀리 바다 끝 동녘하늘은 밝아오는 듯 하다.
이정도면 오전부터는 무지 더워질 것 같다.
잠시 정신을 차리려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이런... 해변은 온통 쓰레기장이다.
어젯밤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놀던 자리는 엉망진창이다.
여기 뿐만 아니라 곳곳이 쓰레기 천지다.
아침부터 이런 모습 보니 기분이 별로다.
대충 아침을 먹고 씻고 화장실 가서 볼일 보고 짐을 정리했다.
텐트에 자잘한 고운 모래들이 가득하다.
대충 정리가 다 끝나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사진 한 컷.
주변 쓰레기들이 맘에 안든다.
저거 누가 다 치우나...
오늘의 코스는 장사해수욕장-삼사해상공원-대진해수욕장-월송정-백암온천…
백암온천에서 잘까보다.
7번국도만 따라가면 쉽다.
그러나 나의 목적은 구경도 포함되어 있으니 무조건 해안도로다.
월포에서 출발하는 길은 20번 지방도로다.
원래는 포항에서부터 시작하는 도로로 칠포해수욕장부터 해안도로로 시작되어
월포를 거쳐 화진 해수욕장까지 이어져 있다.
화진해수욕장에서 다시 7번국도와 만나면서 그 수명을 다한다.
8시 반에 출발하여 9시 즈음 도착한 화진해수욕장은 월포만큼 크진 않지만
그래도 바로 7번국도 타다가 빠져나오기만 하면 될 정도로 가깝기에 유명세를 타는 것 같다.
나는 별 관심이 없으므로 Pass....
그러나 화진해수욕장을 스쳐 해안절벽 언덕으로 올라가면서 위에서 바라보았을 땐 멋있었다.
해수욕장이 멋있다기 보담.... 해안을 따라 물결치는 파도의 모습이...
여기서 시작된 7번국도는 잠시 지경해수욕장을 지나자마자 포항시에서 영덕군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바로 나타나는 장사해수욕장.
여기서부터는 영덕까지 18km 남은거다.
울진까지는 103km... 7번국도만 따라가면 저녁때는 울진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장사해수욕장은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참... 이곳 도로에서 차에 치일 뻔 했다. 7번 국도도 좁아진 상태에서
해수욕장을 이용하는 이들의 차가 갓길에 세워져 있어 큰 차가 지날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장사에서 계속 7번국도를 따라 남호해수욕장에 도착.
그러나 해수욕장은 그저 스쳐 지나가면서 여기서 해안도로로 다시 빠져나왔다.
저 멀리 삼사해상공원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 해안 길을 따라 가야 하는데
파도가 길에 부딪히면서 거품을 쏟아낸다.
그냥 지나면 분명 바닷물을 뒤집어 쓰겠지…
그래서 잠시 기다리다가 파도가 물러서는 순간 쏜살같이 지나갔다.
바로 뒤에서 다시 벽에 부딪힌 파도는 바닷물을 길 위로 쏟아낸다.
삼사해상공원에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에 망향탑이 있다.
북녘에서 오신 분들이 돌아가지 못하는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 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그렇게 통일을 기원하고 원하고 있다.
나역시 그렇다.
그분들과는 다른 의미이지만…
삼사해상공원은 그저 공원이다.
휴식처다.
모냐…
하여튼 잠시 쉬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얼음물과 음료수를 산 다음 올라온 길 말고 다른 길은 없냐고 했더니
반대쪽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된단다.
그래서 내려가려는데….
너무 급경사여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내려가야 했다.
바로 나온 해안과 골목길들…
그 길을 따라 쭈욱 가면 7번국도와 다시 만난다.
나는 그 옆의 강구항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그러면 항구를 지나 다시 해안도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이 강구항이 그냥 항구가 아니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장인 것이다.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드라마인지는 대충 안다...)
게다가 영덕대게의 본고장이 바로 여기라니….
그렇게 먹고픈 영덕대게의 고장이란 것이 나에게는 더 큰 의미였다.
그래서인지 서울이나 전국 각지에서 외부인들이 대게를 사러 많이들 들렀다.
이때까지 들러 본 항구중에 가장 시끌벅적한 항구였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말이렸다.
그러나 나는 감히 대게를 맛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영덕 대게를 먹어보리라…..
강구를 지나 다시 918번 지방도로를 따라 어촌 옆의 해안길을 따라 달렸다.
이제 흐린 날씨는 점점 개기 시작하고... 동쪽으로부터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잠시 쉰 곳이 창포리.
‘아름다운 어촌마을 창포리’에서 잠시 쉬면서 바다를 구경하고 시간을 가늠해보았다.
여기서 대진해수욕장까지 한 16~7km 남은 듯 했다.
가게 어르신에게 물어보니 40리라고 하셨으니....
시간은 11시 반이다.
대충 따져보면….
해안길은 국도와는 달리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가야 하니까…
그리고 꼬불꼬불이라서….
시간이 좀 더 걸린다.
국도라면 한시간에 15~20km를 갈 수 있으나
지금 나의 상태로 이 해안길을 달리는데 한 2시간은 걸리지 싶다.
그러면 대진에 도착하는 시간이 1시 반.
거기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면 2시반….
가장 위험한 시간을 피할 수 있다.
오케이.
그럼 준비하고 다시 출발해야지…
그러나 출발 하자마자 조금 지나 꽤 높다란 언덕길이 나온다.
이런 젠장…
12시 다 되어서 이런 언덕배기를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기란….
첫날이었음 가능했지만 이제는 어렵다.
결국 또 중간부터 끌고 올라가야 했다.
에효…
그리고 이정도 높이는 쫌 힘들다.
언덕길 중간에 절벽에 붙어있는 소나무가 있기에 소나무 밑 그늘에서 잠시 쉬자…..
바람도 불고 시원하다.
절벽 아래에는 시원하게 파도가 치고 있고…
자전거도 나무랑 같이 한컷 찍어주자…
너도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고 있구나... 흘흘...
오르막길을 계속 자전거를 끌고 오르다보니 거의 다 올라올 즈음 해서 각도가 낮아진다.
그러면 기어를 조절하여 자전거를 타고 올라간다.
그게 걸어서 가는 것보다는 빠르니깐…
그러다 나온 곳이 해맞이 공원이다.
등대가 있는 곳에서 두어 구비를 돌 때까지 나오는 공원인데
길에서 아래쪽으로 산책로처럼 공원식으로 만들어놓았다.
저 아래 바다까지 내려갔다 올라 올 수 있도록 해놓았다.
갈까… 하다가… 내 등에 짊어진 무게를 생각하고 포기했다.
그리고 몇 번의 셀푸샷으로 현장 확인.
공원으로 만들어 놓는 건…… 왠지… 맘에 들지 않는다.
뭐, 그래야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그래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니까…
그러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그래서 사람들 많이 찾는 월포 같은 해수욕장보다는
조용한 창포리 같은 마을의 해변이 더 좋다라는거다.
내가 너무 구식인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자전거는 오토바이나 차량과는 다르게 오르막은 굉장히 힘들게 오른다.
그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걷는 것 보다 더 힘들다.
게다가 만일 꼭대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면 다리 뿐만 아니라 팔과 상체,
그리고 목까지 힘이 매우 들어간다.
그렇게 많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오른 후에야 오르막 꼭대기에서 힘이 빠진다.
그리고 이제 내리막길.
사람이던 바퀴달린 것이던 내리막길은 오르막길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산을 오르내리는 길이 아닌 이상 도로 위에서는 사람이 가장 안전할 것이고
다음이 자동차, 그리고 오토바이….
가장 위험한 것이 자전거다.
내리막길이라고 해서 자전거가 쉽게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리막길에서 균형을 더 잃어버리기 쉽다.
속도가 붙는다고 해서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
오토바이나 차에 비해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더 무섭고 더 두렵다.
얼굴에 부딪히는 세찬 바람,
그것은 오토바이나 다른 것을 타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퀴에서는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에 바싹 밀착하여 돌아가는 고무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바퀴와 보조를 맞춰 돌아가는 휠은 바람을 가르며 윙윙 소리를 질러댄다.
온몸으로 느끼는 바람은 좋으나 얼굴을 부딪히며 갈라지는 바람소리 때문에
귀에서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브레이크를 믿으면 안된다.
자전거의 브레이크는 평균 속도에 맞춰 있기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브레이크 선이 끊어질 수 있다.
그리고 브레이크가 느슨해진 경우는 어느정도 속도가 생기면 브레이크를 잡아도
전혀 제동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행여 아스팔트 위에 자그마한 돌이라도 있으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그래서 내리막길… 게다가 20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있는 나로서는
내리막길에 오히려 다리와 팔에 힘이 더 들어가게 된다.
내리막길이 일직선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전방에 장애물이나 올라오는 차량 등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구비진 길이라면….
절대 감속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구비진 길이지만 정도가 약하고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차가 없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나는 몇 번이나 내리막길에서 바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길을 한참 가다보니 대게원조마을이란 곳이 나온다.
여기는 또 무언가…
이런 곳에서 조차 원조란 말이 나와야 하나.
아니면 진짜 이곳이 대게의 원조란 말인가…
알고보니... 진짜 원조가 맞단다... ㅡㅡ;;
축산이란 곳이 나온다.
918번 지방국도가 여기서 빠지면서 7번국도와 만난다.
나는 지방도 길이 아닌 해안 촌길로 가야 한다.
그러나 해안으로 가는 길은 사라지면서 축산리라는 마을어귀로 들어서게 되었다.
축산리에서 보이는 섬 같은 것이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것 참 신기했다.
멀리서 봤을 땐 섬같아 보이더니…
가까이 와서도 섬같아 보이길래 동네 처자(?)에게 물어봤다.
육지에 붙어있는 산이란다.
허허…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발길이 급해서 가까이 가질 못했다.
동네 한가운데 갈림길이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갈림길 옆 정자 밑에서 쉬고 계시길래
대진해수욕장 가는 길을 여쭈어 보았다.
그리고 그분들이 말씀하신 길로 다시 올라가다가 다시 해안도로를 만났다.
해안도로 입구에는 갈림길이 있었는데
한쪽은 축산항으로 가는 길이고 한쪽은 대진항 쪽으로 가는 길이다.
그 사이가 약 80~90도 각도로 되어 있는데 그 안쪽으로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좋은 경치이고 좋은 파도의 모습 때문인지
한 가족이 구석에서 텐트를 치고 점심을 먹고 있는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점심때가 지났다.
1시가 넘은 상황.
2시 전에는 대진에 도착하여 밥을 먹어야 하는데…
햇살의 따가움은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가 최고이지만
실제로 가장 위험한 시간은 두시의 햇살이다.
가장 많은 양의 자외선이 내리쬐는 시간…
이 시간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어쩐지 왼쪽 무릎이 욱씬거려온다.
페달을 심하게 밟을 때나 언덕을 올라가면서 힘을 줄 때 왼쪽 무릎 안쪽이 심하게 욱씬거린다.
큰일난건가….
해안도로를 주욱 따라가다가 괜찮은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마을을 하나씩 하나씩 지나고 있었는데 또 높은 언덕이 나온 것 같다.
이번 언덕은 자전거타고 오르지 못하지 싶다.
잠시 오르막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들어가 목을 축였다.
이 동네는 사진1리다.
정류장 맞은 편에 할머니 두분께서 평상에서 쉬시면서 부채질을 하고 계신다.
할머니께 대진까지 멀었냐고 여쭤봤더니 조금 더 가야 한다신다.
에효… 어쩌나… 하면서 고개를 들어 위를 보는데 정류장 위에 현판이 박혀있다.
허어… 참… 한자로 적혀있는걸 그대로 적어본다.
‘龍太O 一九九二 壬申 年 O 六月 參拾日 未O上O’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한자도 있었고… 음….
1992년 임신년 6월 30일에 만든거란 얘기지 싶다.
에고….
오랜만에 한자를 보니 무식이 들통나버리다니…
다시 언덕을 올라 내리막길로 시원스레 내려갔다.
슬슬 무릎도 심하게 아퍼오고 무언가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빨리 어디서 쉬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다.
멋진 해안을 몇개 끼고 돌아 드디어 대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첨에는 여기가 대진해수욕장인지도 몰랐다.
대진3리, 대진2리가 나오면서 해안이 나오고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바로 대진해수욕장이 나왔다.
다행이다.
1시 반이 조금 넘었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식사를 하려고 했다.
여기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대게를 먹으려고 했는데…
혼자 먹는 사람에게 대게를 팔려고 하는 데가 없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1인분 되는 것을 시키려고 했더니 되는건 물회밖에 없단다…
끄윽… 지금 이런 상태에서 물회라니…
다른게 필요한데….
어쩔 수 업이 다리를 쩔뚝거리면서 나와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해수욕장을 빠져나갔다.
산 하나를 돌아 나가니까 강이 나오면서 다리가 하나 나온다.
다리 옆에 송천강 재첩국이란 곳이 있다는 이정표가 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까 왼쪽에 있다.
결국 그리고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재첩국은 1인분이 있으니까.
들어가서 재첩국을 시키면서 한숨을 돌렸다.
거의 2시 5분 전이었다.
그리고 얼음물을 싼 타월을 꺼내 무릎을 감싸며 열을 식혔다.
오늘 나머지 거리를 무사히 탈 수 있을까 걱정이다.
음식이 나왔다. 재첩국이다.
밥도 한공기 가득이다.
김치, 계란, 오이, 고추, 가지, 깻잎 등 6개의 반찬이 같이 나왔다.
이십여분동안 한공기 한그릇 다 비워버렸다.
내가 그리 배가 고팠던 것인가…
남은 반찬이라곤 내가 잘 먹지 않는 고추와 양파 조금…
재첩국이 정말 맛있었다.
몸에 좋고 피로회복, 특히 해장에 무척 좋은 음식이다.
그러나 나는 어제 그리 술을 마시지 않았다.
설마 마셨더라도 오전처럼 그렇게 자전거를 탔으면 이미 알코올 기는 다 빠져나갔으리라.
그런데 참 맛있는 재첩국이었다.
재첩 하면 저 아래 섬진강인가 하동쪽인가 했을 텐데…
이런 곳에서 이정도로 맛있는 재첩국을 만나다니…
식사후 나와서 자전거 옆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커피와 함께 송천강과 주변을 구경했다.
배경이 색다르다.
저쪽 다리를 기준으로 오른 쪽으로는 대진해수욕장이고 왼쪽도 해수욕장이 있긴 하다.
쉬는데 주인아저씨가 나오면서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서 말을 걸어왔다.
재미있게 산다고…
그리고 이 송천강에서 직접 재첩을 양식한다는 말도 들었다.
며칠 전 태풍 때문에 물이 많이 휩쓸고 가서 속이 쓰리다는 말도 한다.
여름 해수욕장에서 이 강쪽으로 수상오토바이를 몰고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하다는 말도 한다.
마침 자전거를 세우는 장비가 고장나서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아 고치고
무사히 3시에 출발할 수 있었다.
대진해수욕장을 벗어나 다시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 보니 고래불 해수욕장이란 곳이 나왔다.
해수욕장 이름 참 특이하다.
'고래불'이란 이름은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고려 말 대학자 목은 이색 선생이
해변 앞 바다의 고래가 물을 뿜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불은 '뻘'의 옛말이라고 전해진다.
거 참 희한하기도 하다.
하여튼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해안을 따라가다 보니 길이 없어진다.
언덕쪽으로 길이 있길래 올라가봤더니 생각보다 아름다운 곳이 나타났다.
특히 언덕 꼭대기에 바다를 향해 기울어 있는 소나무도 제법 운치가 있다.
너무 커서 파인더 안에 다 들어오지 않아 머얼리 뒤로 가서 찍었다.
자전거가 너무 조그맣게 보인다.
다행히도 이 언덕의 작은 비포장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다시금 도로가 나온다.
7번국도와 만난 것이다.
울진쪽으로 날씨가 좋지 않은지 구름이 많이 끼여있다.
비를 만나는건 아닐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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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올라가다 보니 자그마한 해수욕장이 하나 나온다.
여기가 백석 해수욕장이란 곳이다.
거참... 화장실 이름이 '근심을 푸는 곳'이다.
이 백석 해수욕장을 지나자 마자 드디어 영덕군에서 울진군으로 들어가게 된다.
벌써 울진까지 다 와간다는 말인가... 흠... 정말 다 와가는군...
그럼 느긋하게 백암온천 들러도 된다는 말이렸다...
7번국도를 따라가다보니 자전거 한대가 나를 앞질러 앞으로 쭈욱 쭈욱 나간다.
어라…. 반가운 척이라도 좀 해주지…
그런데 저 양반은 간단한 색 하나에 손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모자를 쓰고
긴 바지에 긴 팔을 입고 달린다.
참 빨리도 달린다.
난 이미 무릎 때문에 발에 힘이 없는데…
그냥 바라만 보다가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다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원래 후포를 들릴려고 했는데 저양반 볼려고 후포로 빠지지 않고
평해가는 중간에 겨우 만났다.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에 내려서 가길래 겨우 따라 잡아 뒤에서 인사를 했다.
약간은 나보다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인데….
실제로는 어릴 것 같다.
어디서 오냐고 물어봤더니 포항서 올라오는 길이란다.
그냥 7번 국도만 쭈욱 따라서… 대단하다.
4일 전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어제 포항 근처 학교에서 몰래 자고
오늘 포항에서 그냥 길 따라 주욱 올라간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양반이다.
어디까지 갈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그냥 간단다.
대충 시간봐서 오늘은 울진까지 가려고 한단다.
내리막길이 나오자 그사람 바쁘다는 듯 주욱주욱 내려간다.
흠… 혼자 뭐가 그리 바쁘다고 자전거타고 계속 가기만 할까…
나처럼 좀 구경도 하고 이리 쉬고 저리 쉬고 좀 할 것이지…
그래도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즐거웠다.
어느새 내려오다 보니 평해 입구 삼거리다.
왼쪽으로 백암온천 가는 길이 보인다.
약 11km 대충 예상으로 1시간 정도 가면 되리라 생각했다.
지금이 4시 반 정도 되었으니 백암온천에서 찜질방이나 같은데서 잘까나 생각했다.
무릎 때문에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자전거 핸들을 온천쪽으로 돌렸다.
이때는 몰랐다.
내가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할 줄은…
백암온천 들어가는 길은 11km나 된다.
온정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자줏빛 꽃나무들이 몇km 계속 이어져 있다.
무슨 꽃일까…
들어가다 보니 드디어 산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산길은 점점 높아진다.
산길에도 계곡이 있고 계곡따라 몇 군데 사람들이 놀고 있다.
무릎이 점점 더 아파온다.
길 옆의 깍은 산자락의 바위나 돌도 붉은 자줏빛이다.
이 동네는 자줏빛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오르막길의 끝자락 너머 아늑히 먼 산정상에 구름들이 걸려있다.
이 산길은 영양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5시가 넘어가는데 저 구름을 봐서는 6시나 6시 반이 넘으면 금새 어두워질 것 같다.
산속에서는 해가 일찍 진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오르막길은 끝이 보이지 않고…
꾸역꾸역 올라오는데 지쳐서 30분이 걸렸다.
진고개 휴게소라는 매점이 고개를 넘자마자 있다.
한 참 걸린 오르막길과는 달리 내리막길은 짧고 가파르다.
그리고 여러 산들 사이에 둘러싸인 온정이란 곳이 보이며
저 멀리 산 중턱에 백암온천과 많은 호텔들이 있다.
저곳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고싶은 생각은 없어져간다.
날이 어두워지려고 하고 있다.
결국 얼음물 하나를 사서 다시 나오려고 마음먹었다.
지금은 6시 5분.
조금 전에 넘은 진고개까지 올라가는데 30분까지 올라가서
다시 평해까지 30분동안 달려야 한다.
이 산골짜기를 7시 전에 도망쳐야지 어둠속에 갇히지 않는다.
그래야 다시 바다까지 환할 때 갈 수 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내려올 때에는 가파르게 내려왔으니 올라갈때는 절대 타지 못하고 끌고 올라가야 했다.
시원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꼭대기 까지 올라가니 이제는 머언 내리막길…
다소 모험을 걸 필요가 있다.
최대한 차가 안지나갈 때 속도를 내어 내려가야 한다.
출발… 그리고 15분만에 산골짜기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평해까지 와서야 마음이 놓인다.
7시가 되었음에도 아직 환하다.
산속이었으면 어두워져서 아주 위험했을 거다.
열심히 내려오면서 페달을 밟았음에도 내려오는 동안은 무릎이 아프지 않았는데
다 내려오고 나서야 다시 고통이 느껴진다.
긴장이 풀려서인가보다.
확실히 패키지가 아닌 이런 여행은 쉽게 되는 법이 없다....
p.s
백암온천이 있는 온정이란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베낭을 메고 있으니
가게 주인이 여기서 하는 무슨 산악자전거대회에 나가느냐고 물어본다.
음.... 삐질삐질.... 거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데 나가는 사람들 몇백만원짜리 가지고 열나게 운동해서 가는데...
나는 이 13만원짜리 접이식으로 어떻게 산악자전거대회를 나가???
그러나 별 대꾸 없이 웃음으로 화답... ㅡㅡ;;;; |
평해를 지나 월송정 쪽으로 가다보니 논가에 무언가 꽥꽥거린다.
오리들이다.
얼마전에 TV에서 놔왔던 모습들…
친유기농법으로 약을 쓰지 않고 논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그것과는 다른 또다른 이유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난다.
TV좀 제대로 볼 걸…
월송정 입구를 지나 조금 더 가다보니 구산해수욕장이 나온다.
입구에 들어가는 차들로부터 주차비인지 입장료인지를 받고 있는 요원들을 지나쳐
해수욕장으로 들어섰다.
입구에서 약 20미터 들어가는 동안 양쪽으로 늘어선 솔밭에 많은 텐트가 쳐 있었다.
슬쩍 돌아보면서 생각하길 꽤나 크다라는 것과 굉장히 조용하다라는 것.
해수욕장은 조용했다.
이렇게 많은 텐트가 있고 야영장이 꽤 큰데도 해수욕장은 조용했다.
저녁시간이어서 그런가…
하기사 벌써 7시 반이 넘었다.
여기에 도착했다는 증거로 사진한장 찍고 야영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일단 야영장은 식수대가 가까워야 한다.
그리고 화장실도 샤워장도 주변에 있으면 좋다.
이렇게 텐트가 많이 있으니 그럴만한 자리가 있을까 걱정했으나
샤워장 바로 옆에 식수대가 있고 그 안쪽에 약간의 공간이 보였다.
이곳 구산해수욕장엔 대부분 가족단위로 와서 그런지 텐트들이 크다.
덕분에 나의 1인용 텐트를 칠 공간은 의외로 몇군데 가까이 있었다.
먼저 자전거로 공간을 찜해놓고 배낭을 내려놓았다.
자리를 살피고 텐트를 치려고 하는데 옆 텐트에 계시던 분이 사투리를 쓰면서 말을 건넨다.
자전거타고 여행하냐고…
어디서 왔냐고…
경주서 출발해 여기까지 3일째라고 하니까 재밌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텐트를 다 치고 짐정리를 하고 저녁먹을 준비를 하는데 나를 부른다.
대게를 사왔으니 같이 먹자고…
두 가족이 놀러왔다.
다 학생때 CC였던 가족이었고 두 아저씨(?)의 고향은 안동이다.
양쪽 다 아들이 하나씩 있다.
부인되시는 분들도 아름답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대게와 맥주를 실컷 먹었다.
여기 구산해수욕장은 조용하고 시끄럽지 않아서 벌써 3년째 온다고 했다.
확실히 그렇다.
해변에서 폭죽소리가 들리니까 아이들이 폭죽쏘러가자고 보챈다.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고맙다고 인사한 뒤 텐트로 돌아왔다.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어느새 폭죽을 다 쏘았는지 두 가족은 삽겹살을 구워 먹고 있었다.
아… 삼겹살… 침만 꿀꺽 삼키면서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나를 부른다.
야호~~
덕분에 삼겹살과 소주 실컷 먹었다.
비록 모래가 서걱서걱 씹히긴 했지만…
모자라서 내가 소주를 두병 더 사왔다.
같이 사진을 찍고 메일로 보내주기로 했다.
저 가족들을 보니 참 부럽다. 이렇게 친한 친구들끼리 여행도 하고…
무엇보다 CC끼리 결혼하여 재밌게 살아간다는 것이 가장 부럽다.
나는 대학시절 무엇을 했었나.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나…
흠… 아니다. 나 역시 많은 것을 했으나 단지 여자만 사귀지 않았을 뿐이다. 흠흠..
p.s
여기 구산해수욕장의 화장실은 밖에서 보면 펜션처럼 생겼다.
참 깨끗하고 아담하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면 크고 잘되어 있다.
해수욕장의 바다 위에 달이 떠 있다.
출발할때는 완전한 보름달이었는데 지금 보니 약간 일그러져 있다.
벌써 31일 이후로 3일이 지난거니까…
3일차 코스 : 월포해수욕장-삼사해상공원-강구항-해맞이공원 -축산- 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수욕장-평해-백암온천-구산해수욕장
총 길이.... 108.7km
가장 힘들었던 곳 : 축산-대진, 평해-백암온천
총 시간 : 08:30 ~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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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쩝.... 대단해요....ㅡㅡ;;
나두 자전거 고쳐서 떠나봐야 되겠군...부럽당...
내년에 우리도 한번 돌아 돌까?
선배 역시 대단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