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324 --- 봄 문턱에 찾은 구미 금오산
아직도 바깥 날씨는 냉랭하다. 꽃이 한창 피어 가는 곳마다 꽃밭일 텐데 3월의 날씨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치 한 달 전 2월로 되돌아간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바라보는 산줄기는 어느 외국을 달리고 있는 느낌의 만년설처럼 들어왔다. 옆자리 모 씨의 머릿결보다 허옇다. 금오산 공용주차장을 벗어나 오른쪽에 ‘회고가를 남긴 야은 길재’를 모신 ‘채미정’ 앞이 산행 들머리가 되었다. 비록 앙상해 보이는 숲길이라도 겉보기와 달리 보송보송한 길에 산뜻하면서 시골길 참맛이 난다. 케이블카 승차장과 수많은 돌탑을 지나고 성문에 들어선다. ‘영흥정’약수 한 구기 들이마셔 보지만 좀 밋밋하다. ‘해운사’는 보수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하고 다람쥐가 뛰쳐나와 길손을 바라보며 두리번거린다. 까치와 작은 산새도 나름대로 분주한 날갯짓에 짹짹거린다. 절벽에 협소한 통로의 ‘도선굴’을 둘러본다. 임진왜란 때 백여 명이 피란하여 세류폭포의 물을 대롱으로 받아먹으며 은신했던 곳이다. 산새의 새끼가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되돌아 나와 시원하게 쏟아지는 27m 대혜폭포(명금폭포)의 휘날리는 물결을 넋 놓고 바라본다. 역시 물을 만난 폭포의 위용은 대단하다. 할딱고개를 오른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전에 왔을 때보다 한결 편안하다. 돌아서 보면 도선굴이 입 떡 벌리고 있다. 쉼터를 맞아 잠시 한숨 돌리고 다시 오름이다. 산이 높아지면서 눈이 남아 있어 반질반질 미끄러운 바닥으로, 무심코 집에 놓고 온 아이젠이 살짝 그리워진다. 방심하다 넘어질세라 신경을 고추 세운다. 다행히 돌 모서리가 삐죽삐죽 드러나 그 부분을 발판삼아 능선에 오른다. 몸이 선뜩선뜩 싸늘해진다. 미끌미끌 오른쪽 가파른 기슭으로 미끄러질까 봐 조심스럽다. 성안이다. 정유재란 때 성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한 곳이다. 오름이 끝나며 헬기장이다. 정상인 현월봉(976m)에 발도장을 콱 찍고, 아래쪽 약사암으로 향한다. 지붕에서 눈사태처럼 쏟아져 내려 뜨끔하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퍼포먼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