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돌리려고 바람부는대로 걸어도
돌아서지 않는것은 미련인가, 아쉬움인가
가슴에 이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
이다지도 깊은 줄은 난 정말 몰랐었네
아아아아 진정 난 몰랐었네"
정말 몰랐다고도 하고, 진정 몰랐다고도 하니까
제목이 헷갈릴 법도 합니다. 이 곡은 1978년에 나와서 연말에 10대 가수상을 휩쓸만큼 아주 큰 인기를 끈 곡입니다. 그런데, 한때는 이 인기곡이 방송금지곡이였습니다.
좀 의아하죠. 가사도 단순하고, 친숙한 트로트 리듬인데..이게 뭐가 문제였을까? 싶은데 처음에 나왔을 때 노래의 전주 부분이 어느 일본 노래하고 비슷했다는 평가가 나왔답니다. 그래서 외색풍의 노래라는 딱지가 붙어, 전주를 황급하게 바꿔서 발표한게 지금의 버젼이라고 합니다.
최병걸씨는 기타리스트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음악을 접했고, 1960년대 후반엔 명동의 음악살롱에서 무명으로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때 같은 건물에서 노래하던 그룹사운드 멤버의 눈에 띄게 되어 '정성조와 메신저스' 라는 재즈록 그룹사운드의 보컬이 되고 이후에 '최병걸과 매직스' 라는 밴드도 잠시 이끌다가
솔로로 앨범을 내게 됩니다.
대중한테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이 노래가 나왔을 때 이구요 이후에도 정규음반을 6장 더 내면서 꾸준히 노래하는데 1988년 가을 안타깝게도 38세라는 젊은나이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최병걸씨가 활동하던 70년대 후반은 대마초파동, 가요정화운동 이런걸로 음악인들한테는 제한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최병걸씨는 노래도 잘하고, 곡도 잘 만들고, 인물도 워낙에 좋아서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건강하게 더 오래 노래했다면 더 큰 활약을 펼쳤을텐데 이런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음악계에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나이트에서 날리던 '트로트고고' 꽃미남
최병걸도, 조경수도 이제는 그 이름을 기억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조경수의 이름은 그의 아들의 이름 때문에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다름 아니라 영화계의 스타로 자리잡은 조승우가 바로 조경수의 아들이다. 그건 그렇고 최병걸과 조경수가 스타 가수로 등극했던 시점은 1977~8년께다.
요즘의 화두인 '트로트 고고'와 연관된 시대다. 최병걸은 '진정 난 몰랐었네'로, 조경수는 '아니야'로 '그룹 사운드 출신이 트로트를 부른다'는 현상을 개별적 외도가 아니라 집단적 흐름으로 만들었던 주역들 가운데 하나다. 그러니까 부끄러워 할 것도 없지만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경력이 이들을 스타로 만들고 대중의 기억에 남겼다.
그런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닐 텐데 특별히 이 두 사람을 한데 모아서 기억을 더듬어 보는 이유는? 그건 다름 아니라 이 두 명이 '정성조와 메신저스'라는 그룹에서 노래하고 연주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최병걸은 '리드 보컬'로 활동했고, 조경수는 베이스 주자이자 '세컨 보컬'로 활동했다.
정성조와 메신저스(그 전에는 정성조 콰르텟)는 1970년대 중반 젊은이들이 몰려들던 명동의 오비스 캐빈과 로열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날리던 존재였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증언이다. 이들의 인기의 비결은 기본적으로 음악 때문이었지만, 두 보컬리스트를 포함하여 멤버들이 유달리 미남이었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들의 연주를 생생히 보여주는 음원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정성조와 메신저스'의 연주를 가급적 온전히 들을 수 있는 음원 자료는 독집 앨범보다는 영화 사운드트랙인 <영자의 전성시대>(1975)와 <어제 내린 비>(1978) 등이고, 몇몇 곡에서는 최병걸과 조경수의 보컬도 들을 수 있다. 정성조의 영화음악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더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웬걸? 여기에 실린 음악은 최병걸과 조경수의 '뽕짝 히트곡'과는 거리가 멀다. 이건 굳이 사운드트랙 음반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최병걸은 1971년부터 살롱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1972년 안혜경과 함께 포크 혼성 듀엣인 찹스틱(뒤에 '늘 둘이'로 개명)을 결성하여 몇 개의 음원을 남긴 것이 있다. 1977년 정상급의 미녀 탤런트 정소녀(본명 정애정)과 함께 듀엣으로 자신의 자작곡인 '그 사람'이라는 곡을 부를 때만 해도 그가 트로트를 부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요는 최병걸은 '당대 최고의 팝 보컬리스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지만 잊힌 인물이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가 암에 걸려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요절한 셈인데, 요절 가수 이야기가 나오면 김현식, 김광석, 유재하는 쉽게 떠올려도 최병걸의 이름은 잘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주관적 기억을 떠올려서 유감이지만, 나의 기억으로는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 나온 최병걸이 '내가 이런 거나 불러야 되나'라는 표정으로 '난 진정 몰랐었네'를 부르던 장면이 기억난다. 최병걸에 대한 대중의 기억은 그 곡 하나가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고, 그러니 그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서 '진정 난 모를' 수밖에 없다.
난 정말 몰랐었네
https://youtu.be/gk7fHeO6NXQ
왔다가 그냥 갑니다
https://youtu.be/SK3czbvRb-4
사랑했기 때문에
https://youtu.be/mYRsWtZtzGA
그사람 - 정소녀 듀엣
https://youtu.be/Y9kaglUQdNo
난 정말 몰랐었네 - 최병걸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부는 대로 걸어도
돌아서지 않는 것은 미련인가 아쉬움인가
가슴에 이 가슴에 심어준 그 사랑이
이다지도 깊은 줄은 난 정말 몰랐었네
아~ 진정 난 몰랐었네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부는 대로 걸어도
돌아서지 않는 것은 미련인가 아쉬움인가
가슴에 이 가슴에 심어준 그 사랑이
이다지도 깊은 줄은 난 정말 몰랐었네
아~ 진정 난 몰랐었네.
첫댓글 최병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해설과 함께 올려주니 그를 다시 생각하게 하네요~ 젊은나이에 저세상으로 가서 한때 마음이 아팠었지요~
정성조 최병걸 조경수..등등
내 푸른시절을 함께함이 고마운 사람들이죠
일찍떠나 참 안타까운 사람
그아내는 케리부룩모델했던 한계순이였죠 깜찍이
'그사람' 노래 제일 좋아합니다
감사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