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1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1-6
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자!
2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것보다,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내던져지는 편이 낫다.
3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라. 네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라.
4 그가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5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6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샬롬
마르티노 형제님 축일 축하합니다♡
젊은 군인 마르티노는 어느 날 추위에 떨고 있는 로마시내 거리의 걸인에게 자신의 외투 절반을 잘라 주었습니다. 그날 밤 꿈속에 그 외투 차림의 예수님께서 나타나시는 신비 체험을 하였습니다.
죄와 죽음.
회개와 용서.
믿음과 기적.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의 후예들이 살아가는 이 어둠과 혼돈의 세상에 소돔과 고모라처럼 악취가 풍깁니다.
죄와 죽음의 세상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였습니다.(창세 18장 참조)
지금 세상 또한 소돔과 고모라처럼 악취가 풍기지만 멸망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의인들 덕분입니다.
회개와 용서,믿음과 기적을 낳는 의인들 덕분입니다.
기도하며 봉사하는 의인들 덕분입니다.
사제 서품 후 곧바로 로마에서 4년간 성서를 공부하고 돌아와, 인천 오류리 첫 선교현장 활동 후 소장괴사로 수술을 받고 일년간 투병생활을 하면서 참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카페리호로 네 시간 거리 서해의 한 캄캄한 섬 성당에서 일주일간 지내면서 혈전으로 소장이 막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쓴 쓸게즙으로 가득 찬 입과 목구멍. 예리한 칼날로 도려내는 고통스런 뱃속. 밤새 화장실을 딩굴며 덫에 걸린 고라니처럼 울부짖으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예리코 길가에 앉아 있다가,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큰소리로 외치고 울부짖다,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시자, 그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갔습니다.(마르 10,46-52 참조)
깊고 깊은 산속 화전민촌 '어두운 골짜기'에서 태어난 의선. 어둠 속에서 태어났기에 어둠을 벗어나려 했지만, 어둠 바깥에선 똑바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던 의선. 그녀의 모습은 지하 팔백 미터의 막장에서 일했던 그녀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속 '검은 사슴'의 모습이었습니다. "깊은 땅속 암반 사이에서 사는 짐승......"(한강의 첫 장편 <검은 사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사람들, 예수님께서 사신 세상과 만난 사람들, 작가 한강의 작품속 세상과 사람들. 참 많이 닮았습니다. 어둔 세상. 죄와 죽음의 한계 속에서 고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 지극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