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의 지나친 판매 경쟁과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맞물리며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이 보험업계의 새 리스크로 떠올랐다. 고령화로 간병비 부담이 커지자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장 한도를 높인 데다 일부 가입자가 허위 간병이나 부당한 돌려받기 방식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상품 설계 단계에서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시장을 키운 결과 보험금 지급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1인당 보험금 205만원으로 늘어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대 손해보험회사가 지난해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으로 지급한 1인당 보험금은 전년(184만원) 대비 11.4% 증가한 205만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120만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70.8%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계약자는 52만6313명에서 390만2960명으로 늘었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증가 배경으로 일부 가입자의 부당 청구를 지목하고 있다. 가족 간 허위 간병, 간병비 페이백(돌려받기)을 통한 부당 청구, 병원·간병업체·모집인이 연계된 보험사기, 설계사가 운영하는 간병업체를 통한 허위 청구 등으로 적발된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손해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의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 손해율은 12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로 100원을 거둬 120원 이상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로운 특약이나 보험 상품이 인기를 끌 때마다 손해율 악화 문제가 반복되는 데 보험사의 판매 경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험률과 담보 수준, 보험료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판매 경쟁에 나서고, 보험금 한도를 지나치게 높이면서 계약자의 과잉 이용을 부추기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4년 보험사들이 판매 경쟁을 벌이면서 하루 보장 한도는 20만원까지 올라갔다. 이듬해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한도를 10만~15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상품 설계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있다. 가족이라도 사업자 등록 업체에 간병인으로 등록하면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 구조인 데다, 정액 지급 방식이어서 계약자가 실제 간병비로 얼마를 썼는지에 대한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보험사 고질적 문제 개선해야”보험사들이 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장을 빠르게 키운 뒤 손해율이 악화하면 뒤늦게 보장 조건을 조정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도 비슷한 사례다. 출시 초기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장을 확대하면서 변호사 선임비 한도는 기존 1000만원의 열 배 수준인 1억원까지 올라갔다. 실제 필요한 비용보다 많은 보험금을 받으려는 가입자가 늘면서 최근에는 한도가 1500만원대로 대폭 축소됐다. 도수치료 특약, 독감보험, 간호·간병보험 등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