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를 활용하는 캠핑, 캠핑을 하는 사람은 캠퍼라고 부르고 있다. 카라반 혹은 캠핑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알비어(RV를 이용하는 사람 = RVer)라는 명칭으로 분리해서 부르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캠퍼나 알비어란 구분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냥 캠핑하는 사람들이자 캠퍼일 뿐이다.
호텔이나 리조트를 가는 사람을 굳이 분류하며 부르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캠퍼, 알비어도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두고 가족과 함께 호텔도 가고 리조트, 펜션을 활용해 여행을 다니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나가서 이런 활동을 즐기는 사람일 뿐이다. 이들에게 카라반, 캠핑카 살 돈으로 호텔을 가라는 둥, 호텔을 몇 번 갈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조언이 아닌 당신의 푸념일 뿐이다.
텐트를 쳐보고 캠핑을 즐기다가 카라반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온 사람과 캠핑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카라반을 접한 사람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물론 ‘어느 것이 맞다’라는 정의는 필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캠핑을 바라보는 시선과 국내 캠핑문화에 대한 차이는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텐트 = 캠핑은 카라반, 캠핑카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상당한 인기를 누르고 있는 취미 활동이었다. 하지만 텐트 캠핑 역시 트렌드의 변화를 거쳐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장비 싸움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제품별, 브랜드 별로 등급이 매겨지기 시작했다. 일부 제품의 가격대는 상당히 올라갔고 품귀현상을 보이는 제품이 등장할 정도로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캠핑 장비에 1~2천만 원을 투자한다? 이 경쟁은 곧 텐트 트레일러라는 새로운 대안 아이템으로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캠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취침 = 잠자리, 텐트, 타프, 스크린 등의 메인 장비에서 호불호가 나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중저가의 사용 인원을 고려한 제품을 쓰다가 주변의 장비, 용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본인도 모르게 업그레이드가 시작된다. 특정 브랜드의 리빙룸 텐트가 고가였음에도 잘 나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여기에 테이블, 의자, 각종 소모품과 개인 식기류까지 깔 맞춤을 하다 보면 언제 이렇게 돈을 썼나 할 정도로 많은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다.
편의사양과 장비가 늘어나면서 차를 바꾸고 짐을 싣고 내리는 과정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카고 트레일러와 중대형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것이다. 이 정도의 단계가 되었다면 어느 순간 고민에 빠졌을지 모른다. 차라리 텐트 트레일러나 카라반을 구입해서 나도 남들처럼 편하게 캠핑을 해보면 어떨까? 란 생각이 들게 된다.
캠핑장에서 가끔 보이던 소형 카라반이 그 첫 타겟이었을 것이다. 복잡하게 캠핑 장비를 꺼내고 세팅을 하는데 옆 사이트의 가족은 세단에 소형 카라반을 끌고 오더니 세워놓고 별다른 준비도 없이 그대로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화려한 조명과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고 추우면 밖에 나오지 않고도 밥을 먹으며 음악도 듣고 TV도 보는 그런 낯선 장면이 시선을 사로 잡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카라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것이다. 새로 바꾼 중대형 SUV라면 견인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더욱 관심을 두게 된다.
불과 5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카라반 입문자들은 300급이라 불리는 실내 길이 3미터 전후의 소형 카라반을 구입해서 알빙을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라 믿었다. 사이즈가 작아 주차, 보관에 대한 걱정도 줄고 무게가 가벼워 견인차에 대한 불안감도 줄일 수 있는 모델이었지만 가격은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중고 모델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기준이 깨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작아서 조만간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고 이왕이면 좀 더 큰 모델을 사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관, 주차, 견인에 대한 고민은 잊어 버린체 입문자도 중형급 모델로 시작하는 그런 변화가 확산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캠핑에서 카라반으로 넘어온 알비어라면 캠핑 전반에 대한 이해와 장비에 대한 기본기가 있지만 캠핑도 처음이고 카라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알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어떤 게 좋고 나쁜지 장단점조차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모델을 모두 운용해본 알비어는 드물다. 누군가 정확하게 해당 모델의 장점과 단점을 조언해줄 멘토가 없는 상태에서는 판매자의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정확한 객관적인 정보 전달이 가능했을지는 미지수이다.
카라반은 일정 기간 사용해보면 가족 구성원과 맞는 조합인지 뭐가 부족한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업그레이드, 기변병이 생기는 이유는 이것이다. 가족과 맞지 않거나 단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단점은 옵션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되지만 사이즈에 대한 부분은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당신이 카라반 선택 시 좀 더 신중해져야 하는 것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비교 대상을 늘리고 실제로 많이 보고 판단하길 권할 뿐이다.
무턱대고 크고 좋은 비싼 카라반을 덜컥 구입했다가 보관도 어렵고 자주 활용하지 못했다면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살 때와 팔 때 딱 두 번 좋았다는 누군가의 조언은 이럴 땐 딱 맞아 떨어진다.
카라반은 수입 완제품과 국내 제작 모델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사이즈 별로도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한데 300~400급 모델이라면 주차 라인에 어느 정도 보관이 가능한 사이즈이고 400~600급은 주차 라인에 들어가기엔 살짝 큰 사이즈로 중형 SUV 이상, 견인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운용이 가능해진다. 600~800급이라면 트윈 액슬에 길이와 무게가 높아져 견인에 대한 제약이 많아진다. 미국식 트레일러는 여기에서 좀 더 견인차의 성능과 무게에 따라 좌우된다.
소형 엔트리급 카라반은 3~4인 가족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 공간과 변환 침대, 화장실, 주방을 갖추고 있다. 실내 공간의 사이즈와 레이아웃에 따라 조건은 달라지겠지만 카라반은 사계절 어떤 환경에서든 가족들의 쉼터이자 아늑한 집이 되어준다. 특히 비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굳은 날씨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텐트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불안하겠지만 카라반 내부에서는 이런 걱정마저 우중 캠핑이란 감성으로 바꿀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어리거나 추위를 많이 타는 가족이 있다면 카라반은 엄청난 효과를 보인다. 단, 가스가 넉넉하게 있고 만일을 대비한 침낭이나 먹거리, 물 등이 준비되어 있다면 말이다.
좀 더 사이즈가 커서 생활공간이 확보된 모델이라면 집 부럽지 않은 여유를 갖게 된다. 아이들이 보챌 이유도 없고 화장실에 대한 걱정과 추위, 보온, 조리에 대한 걱정도 잊게 된다. 독립된 또 하나의 집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장비와 세팅이 완벽한 텐트 캠핑도 이런 만족감을 받을 수 있지만 세팅, 철수에 그만큼의 시간이 들고 힘이 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카라반은 원래 있던 자리에 수납하고 필요한 것만 그 때 꺼내 사용하면 된다. 수납 공간에 대한 문제와 이동, 보관 등의 편리함은 텐트와 비교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옷과 학용품, 장난감, 모래놀이 등을 항상 보관할 수 있어 찾고 활용하기 좋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독립적인 활동도 가능하다. 자고 싶으면 자고 놀 수 있고 씻을 수 있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레이아웃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가족 구성원과 취향, 활동 조건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2명이 사용할 공간과 5명이 이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리빙쉘 타입의 5인용 텐트와 2인용 텐트가 다르듯 카라반은 사용 인원에 따라 선택 조건도 달라진다. 텐트를 취침 공간으로 활용하고 주방과 리빙룸을 타프 아래 스크린에 세팅하는 경우는 단점과 장점을 동시에 갖는 세팅이다. 타프 아래 스크린 안 쪽으로 소형 텐트를 넣고 사용하는 세팅도 장단점을 갖는다.
카라반 역시 어닝을 펴고 외부 세팅을 할 것인지, 티어드롭 카라반을 선택하여 후방에 주방을 세팅할 것인지, 어닝을 펴거나 타프 + 어닝 레일을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조건은 달라진다.
카라반이 작고 가벼우면 운행 시 부담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적응 단계에 돌입하면 길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400급은 쉽고 600급은 어렵고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차 공간에 대한 부담이 크고 아파트에 주차해야 한다면 400급이 부담을 줄일 순 있다. 하지만 너비와 높이 등 수치는 거의 동일하다.
카라반이 텐트 캠핑에 비해 편하고 수납공간이 많다고 해서 무리하게 짐을 넣어 둔다거나 옵션 작업을 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차라리 그 윗 단계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카라반은 공차 중량과 그 모델에 맞는 적정선의 페이로드(적재량)를 갖기 때문에 무리한 옵션 추가와 적재는 금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알비어들은 무게가 아닌 공간만 보고 과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카라반 선택 시, 가격과 디자인은 중요한 포인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액슬, 타이어, 커플러, 외부 재질, 아웃트리거, 히터 등을 꼼꼼히 비교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여기에 무버, 청수 탱크, 배터리 추가, 어닝 장착, 태양광 패널, 충전기 등이 더해지면 판매자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판매자는 편의성을 위해 추천하는 것이지 실제 무게가 늘어나고 운용, 유지, 보관, 관리하는 것은 본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중 지출과 무게 증가에 대한 모든 최종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모델은 그만큼 대중적이고 안전에 있어 검증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가격에 집착해 싼 모델만을 찾다 보면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모델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차라리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모델로 시작하길 권해본다. as등의 문제 해결 능력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카라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되어 왔다. 여기에 주문 제작 방식으로 의견이 수용되는 모델이라면 수입 완제품보다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가격 경쟁력과 만족도를 나타낼 수 있다. 단순한 가격 비교는 금물이다.
+ 카라반 선택 TIP
01 / 가능하면 가장 많은 모델을 직접 확인하고 비교해보기.
02 / 비교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레이아웃과 모델 3가지 정도로 추려내기.
03 / 무게, 사이즈, 보관 장소 마련 후 옵션 장착 후의 무게와 가격 세부 비교하기.
04 / 최종 선택 모델의 구입 가격과 보험료, 견인장치, 월 주차 등에 따른 비용 확인하기.
05 / 견인차 보강 및 세팅에 맞춘 용품 준비하기.
카라반 선택 시, 사용 인원과 가격대가 정해져 있다면 의외로 선택은 쉬워진다. 예기치 못한 변수, 주차 공간 혹은 관련 추가 비용 등은 세부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세워둘 곳이 없다면 구입하지 말아야지'라는 댓글이 이제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카라반 구입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장소는 마련해두고 구입해야 한다. 이런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면 텐트 캠핑이 당신에게 더 어울릴지 모른다. 카라반은 편리하지만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