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민속 먹거리 장터>니 무슨 떠들썩한 행사장에 가면 신나는(?) 품바 타령과 엿 가위 장단으로 춤을 추는 엿장수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공연>을 보면서도 그들이 파는 호박엿을 사 먹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릴적 엿장수는 달랐다. 벌써, 저 쪽 동네 입구부터 찰그락! 찰그락!!~, 말 그대로 '엿장수 마음대로' 가위를 울리며 엿 판 실은 리어커를 앞세우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은 바쁘다. 행여 엿장수가 우리 집 앞을 그냥 지날까 싶은 조바심에, 미처 모아 놓지 못한 뒤란의 빈 병이며, 광이나 마루 밑에 모아 두었던 탄피 그리고 이러저러한 쇠붙이를 허둥지둥 찾아 내기에 바쁘다. "아저씨!~ 이거요!!" 집 앞을 지나친 엿장수를 헐레벌떡 따라가는 발걸음은 다급한 마음보다 한 참 뒤쳐져 있다.
들고 간 고물을 하나 하나 살피는 엿장수 아저씨 앞에서 마음은 다시 한번 조바심을 타기도 한다. 병 목이 조금 떨어져 나간 것이나, '이것도 받아 줄까?' 하는 기대감에서 갖고 나간 물건 중에서 <쳐 주지> 않는 것이 있으면 어쩌나 해서다. 반대로 아주 어쩌다 있는 일이지만, '이 정도면 꽤 쳐 주겠지!' 할 정도로 <값어치>있는 것을 들고 나갔을때는, 앙꼬가 많이 든 호빵 마냥 마음 속이며 얼굴 표정이 기대감으로 빵빵해 지기도 한다.
끌 같은 것을 엿판에 대고 가위로 쳐서 엿을 끊어 주는 순간에도 마음엔 조바심이 가시지 않았다. 아저씨가 엿을 '얼마나 끊어 주려나?..' 하는 마음으로 밀가루 뭍힌 엿이 끊기는 길이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지켜 본다.
그렇게해서 받아 든 호박엿을 한 입 베어 물면, 노골 노골 하니 입 안에 도는 달디 단 맛!!! 그 단 맛에 빠져 한 동안 입은 말하는 구실을 잃고, 그저 단맛을 탐하는 구실에만 빠져 있게 된다.
엿장수 아저씨 말고도, 리어커를 끌고 동네를 찾아드는 분들이 또 계셨다. <짹짹이>와 <사이소!> 두 생선장수 아줌마가 그들이다. 말씀을 <재잘 재잘 > 잘 하셔서 짹짹이요, "고등어 사이소!~ 갈치 사이소!~ 이면수 사이소!~" 해서 그런 별명이 붙은 두 아주머니들. 그 분들은 와수1리에 사셨다.
리어커를 끌고 이 동네 저 동네 찾아 다니던 엿장수 아저씨와 생선장수 짹짹이, 사이소 아주머니. 모두 우리를 어릴적 아련한 추억으로 이끄시는 분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