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침입자
원제 :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
1978년 미국영화
감독 : 필립 카우프만
원작 : 잭 피니
촬영 : 마이클 채프먼
출연 : 도날드 서덜랜드, 브룩 아담스, 레너드 니모이
제프 골드블럼, 베로니카 카트라이트, 아트 힌들
케빈 맥카시, 돈 시겔
외계에서 온 이상한 식물에 의해서 인간이 신체를 강탈당하고 영혼을 빼앗긴다.... 이 내용의 영화는 1956년 돈 시겔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 된 '신체강탈자의 습격' 입니다. 이 작품이 22년 뒤인 1978년에 리메이크 되었는데 흑백영화가 칼라로 변했습니다. 역시 실력파 감독 필립 카우프만에 의해서 연출되었습니다. 이후 93년 아벨 페라라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다시 니콜 키드만 주연으로 2007년에 영화화 되었습니다. SF소설가 잭 피니의 원작 '신체강탈자(The Body Snatchers)' 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영화들인데 설정만 동일하지 전개방식이나 내용은 다릅니다. 즉 유사소재의 별도 영화라고 볼 수 있지요. 마치 좀비영화들처럼요.
오늘은 1978년 영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무대는 샌프란시스코 입니다. 보건위생국에 근무하는 매튜(도날드 서덜랜드)와 엘리자베스(브룩 아담스)는 요즘 용어로 남사친, 여사친 관계의 직장 동료입니다. 설정을 보면 두 사람이 굉장히 다정하고 신뢰도도 높아요.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입니다. 어느날 낯선 꽃을 보고 집에 가져온 엘리자베스는 며칠뒤 남편이 좀 이상하게 변한걸 알게 됩니다. 고민하다가 매튜에게 털어놓고 매튜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키브너 박사(레너드 니모이)를 소개해주는데 키브너 박사에게는 엘리자베스 외에 가족이 이상해졌다는 상담을 받은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키브너 박사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정신적 문제로 진단합니다. 한 편 매튜와도 잘 아는 작가지망생 청년 잭(제프 골드블럼)은 아내가 운영하는 머드팩 마사지실에서 시체처럼 보이는 뭔가 비닐 같은 것에 싸인 괴형체를 발견하고 놀랍니다. 이 광경을 함께 목격한 매튜는 뭔가 의심이 되어 엘리자베스의 집에 찾아가는데 거기서 기절한듯 침대에 누워있는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복제인간처럼 보이는 형태를 목격합니다. 깜짝 놀라 엘리자베스를 구해서 그곳을 빠져나온 매튜, 두 사람과 잭 부부 4명이 모여서 이 괴이한 상황에 대해서 걱정하고 잠이 들면 이상한 식물에 의해서 복제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원가 수상한 상황을 눈치챈 엘리자베스
가족의 누가 다른 사람 같다는 말을 몇 사람에게
듣게 되는 매튜
1956년 원조작품의 주인공
케빈 맥카시가 특별 출연한다.
레너드 니모이(왼쪽)와 도날드 서덜랜드
56년 원조 작품과 설정은 똑같은 괴이한 내용입니다. 도시는 이미 복제된 인간들에 의해서 점령당했서 주변의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더구나 복제된 사람들은 형체가 똑같으니 겉으로 봐서 알수도 없고, 키브너 박사는 이들의 말을 믿지 않고... 결국 네 사람은 쫓기는 몸이 됩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경찰도, 시장도, 대중교통도 모두 복제인간이 점령한 상황, 도심 한복판의 공장에서 식물을 재배해서 복제인간을 많이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기하급수적으로 복제인간이 증가하고 복제아 완성되면 원래의 인물의 형제는 비닐에 바람이 빠지듯 사그라져 버리는 것이지요.
돈 시겔의 작품이 지방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흑백 소품인데 비해서 78년 리메이크작은 좀 더 발전한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시대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좀 더 비위상하는 영상이 등장하지요. 특히 깜짝 등장한 인간개의 모습은 꽤 혐오스런 영상입니다. 78년 당시에는 꽤 충격적 장면이었을 것 같습니다.(특히 극장에서 본 경우) 식물에서 마치 태아를 연상시키는 숙주가 나오는 장면도 징글징글 합니다.
복제인간 숙주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기괴한 외모가 특징인 배우 레너느 니모이
복제 숙주들의 몸부림
56년 돈 시겔 작품에 오마쥬하듯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케빈 맥카시가 초반에 뭔가에 쫓겨서 공포에 질린 도망자로 단역 출연합니다. 이 장면만으로 56년 작품의 맥을 잇고 있다는 상징을 보입니다. '매쉬' '클루트' '쳐다보지 마라' 등 70년대 만만찮은 영화들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도날드 서덜랜드가 복제인간들 틈에서 엘리자베스와 함께 필사적으로 생존하려는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후반부에는 엘리자베스와 결국 로맨스가 이루어지는 듯 하지만 별 의미는 없지요. 외계 복제인간들에게 쫓기기 바쁘니. 엘리자베스역은 브룩 아담스라는 배우가 연기하는데 이 배우는 엑스트라급 비중으로 전전하다가 1977년 28세가 되어서야 '쇼크웨이브'라는 영화에서 비중있게 등장하기도 했고 이후 '천국의 나날들'을 비롯한 몇 작품에 반짝 주연한 배우입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이 활발히 활동한 집중기였는데 그리 오래 주연급 배우로 활동하진 못했습니다.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개성있는 괴이한 외모로 깊은 인상을 남긴 레너드 니모이가 정신과 의사 역으로 등장하는데 원래 외모 자체가 기괴하게 생겨서 이런 분위기의 영화에 어울립니다. 제프 골드블럼이 비중있는 역할 중 하나로 등장하는데 다른 영화에 비해서 굉장히 핸섬한 느낌입니다. 당시 26세 밖에 안된 청년이었으니 그렇죠. 이 배우는 공포영화 '플라이'에서는 꽤 기괴한 외모로 느껴졌고, '실버라도'에서는 사악한 악역이 딱 어울리는 배우라고 느껴졌는데 단역 데뷔작인 '추방객(데스 위시)'에서도 성폭행하는 양아치 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외계의 침입자'에서는 핸섬하고 유약한 분위기죠. 레너드 니모니의 괴이한 외모에 밀려서 오히려 착해보이는 인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
정말 경악스럽고 비위상하는 엽기장면
바로 '인간개'의 등장
원조인 56년 작품이 가장 높게 평가받는데 78년 리메이크작도 만만치 않은 흥미를 던져줍니다. 도시가 지방 소도시에서 샌프란시스코 라는 대도시로 규모가 커졌고, 그래서 스케일도 더 있습니다. 제법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긴박하게 쫓기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엔딩장면의 경악스러움이 당시로서는 충격적 반전이었을 겁니다.
원조작품이 리메이크보다 나은 경우는 늘 있는 경우지만 이 신체강탈자 외계숙주 이야기는 네 번의 영화화 중에서 먼저 만들어진 순서대로 영화가 괜찮습니다. 78년 작품도 꽤 준수한 수준이라는 이야기죠. 아벨 페라라의 93년 작품은 앞선 두 영화만은 못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고 이후 니콜 키드만 버전이 가장 혹평을 받았습니다. 78년 두 번째 영화는 아무래도 더 커진 규모와 칼라버전으로 바뀐 점 등 흥미로운 요소가 더 많았고 상당 부분은 93년 작품에서 참고하게 됩니다. 가족이 갑자기 낯선 존재로 변해버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이 이야기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좀비처럼 달려들어 사람을 물어뜯는게 아님에도 그렇게 낯선 사람이 되어 버리는 가족의 공포가 얼마나 두려운것인지 56년 작품도 78년 작품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ps1 : 도날드 서덜랜드는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활발히 활동한 배우지요. 나이들어서는 거의 악역이었지만.
ps2 : 사람개의 장면은 정말 깜짝 보여지는 대단히 혐오스런 장면이었습니다. 70년대 후반만 해도 그런 장면 연출이 가능했던것이지요. '스타워즈' 같은 영화도 이미 나왔으니.
ps3 : 수상한 택시 운전사 역으로 출연한 인물이 바로 56년 원조 작품의 감독인 돈 시겔 입니다.
[출처] 외계의 침입자(Invasion of the Body Snatcher, 78년) 외계 복제인간의 공포|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