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秀魚) 2편.>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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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秀魚) 를 숭어로 읽게 된 일은 중세 국어의 'ㆁ'(옛이응) 때문이다. 옛이응은 이응에 꼭지가 달린 글자. 옛이응은 初聲(초성) 즉, 첫머리 자음일 때 앞에 다른 소리가 있으면 앞소리에 가서 붙어버린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을 創製(창제)할 무렵 우리 조상님들은 魚를 '응어'라고 읽었을 게다. 그래서 魚(부어)는 붕어, 鯉魚(이어)는 잉어, 沙魚(사어)는 상어, '노어(鱸魚)'는 '농어'가 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숭어(崇魚)’나 ‘수어(秀魚. 首魚)’라고 불렀는데 그 모양이 길고 빼어난 때문이다. 건수어(乾秀魚 : 마른 숭어), 방언 : 모치, 모갱이, 준거리, 목시락.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숭어는 이름이 많기로 유명하다.
○ '치어(鯔魚)'는 '숭어'의 한자 이름이다. '수어(秀魚)'라고도 적지만 우리말을 비슷한 소리대로 적은 것일 뿐이다. 치(鯔)는 어(魚)와 甾(꿩 치)로 이뤄진 글자. 甾자가 들어가면 보통 검다는 뜻이 있다. 검은 고기 鯔魚는 달리 烏支(오지) 烏頭(오두) 烏鯔魚(오치) 黑耳鯔魚(흑이치)라고도 한다. 숭어는 척 보면 등이 灰色(회색)을 띤 靑色(청색)이고 배가 銀白色(은백색)이다. 그런데 왜 烏(까마귀 오)나 黑(검을 흑)이 이름에 들었을까? 지느러미 부분이 검기 때문이다.
5) 윤상경(尹商卿)이 동어(凍魚)를 보내 준 데 사례하다 / 이행(李荇)거제 1506년.
淸晨誰報故人書 새벽에 누군가 친구의 편지 전하더니
忽見登盤五凍魚 홀연 쟁반에 숭어 다섯 마리 올랐구나.
斫鱠更須傾五斗 회치매 다시금 다섯 말 술 비워야지
老夫風味未全疏 이 늙은이 풍미 아직 다 없어진 건 아닌지라.
[주] 동어(凍魚) : 동수어(凍秀魚)의 준말로 겨울철에 잡아서 얼린 숭어이다. 또는 숭어 새끼를 뜻하기도 한다.
6) 석성과 함께 마주하며 찐 숭어를 맛보다.[與石醒對嚼秀魚蒸] / 총쇄록(叢瑣錄)
來從東里饋梅堂 쫓아 온 동쪽 마을의 매화 사랑채에서 음식을 보내왔는데
躍躍雙鱗尺許長 길이가 한자쯤 보이는 짝지은 물고기가 펄떡 펄떡 뛴다.
轟煎爐鐺花浪起 화로 위 철망에서 요란스레 타는 꽃물결이 일더니
爛咀齒頰玉津香 입안에 자지러진 환한 맛에 고인 침이 감미롭다.
饞僧適中淘糝嗜 스님들이 좋아하여 적당히 쌀죽을 즐기며,
飢鶴初充白露膓 굶주린 학도 빈창자를 비로소 채운다.
願言贈謝吾何以 원컨대, 내가 무엇으로써 사례에 보답할까?
酒料官田秫未黃 관전(官田)의 조(秫)가 아직 여물지 않았는데 술이 생각나는구나.
○ 《향약집성방》 《동의보감》에는 수어(水魚)라 하였고, “숭어를 먹으면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百藥)에 어울린다.”고 하였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건제품(乾製品)을 건수어(乾水魚)라 하며 자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소비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산 숭어 중에는 영산강 하류 수역에서 잡히는 것이 숭어회로서 일품이다. 최대 몸길이 120cm, 몸무게 8kg이다. 머리는 다소 납작하지만 몸 뒤쪽으로 가면 옆으로 납작하다. 눈은 크며 잘 발달된 기름눈까풀로 덮여 있다. 눈 앞에는 2쌍의 콧구멍이 있다. 입은 비스듬히 경사져 있고 입술은 얇으며 위턱의 뒤끝은 눈의 앞가장자리에 달한다. 위턱은 아래턱보다 약간 길며, 양 턱에는 가느다란 솜털 모양의 이빨이 1줄로 나 있다. 새개골의 뒷가장자리는 부드럽다. 아가미는 아랫조각과 윗조각의 경계가 마치 활처럼 휘어져 있으며 짧고 가느다란 새파(gill raker:원구류를 제외한 어류에서 새궁의 안쪽에 2줄로 줄지어 있는 돌기물을 가리키며, 새파의 중심부는 골질로서 표면은 편평상피로 덮여 있고 점액세포나 맛봉오리도 산재함)를 가진다. 등지느러미는 2개로 분리되어 있으며, 제1등지느러미는 주둥이 끝과 꼬리지느러미 기저(base:기관 또는 부속기관과 몸통과 연결되는 부위)와의 중간에 위치한다. 가슴지느러미는 비교적 작고, 몸의 중앙에 위치한다. 몸은 비교적 큰 둥근비늘(원린)로 덮여 있으며 머리는 주둥이 끝에만 비늘이 없다. 측선은 없다. 몸의 등쪽은 암청색을 띠며 배쪽으로 밝아져 은백색을 띤다. 지느러미는 연한 갈색을 띠며 배지느러미만 투명하다. 가슴지느러미 기저에 푸른색의 반점이 있다. 비늘 가운데에 흑백 반점이 있어 여러 줄의 작은 세로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산란은 한국의 경우 10∼2월(산란성기는 10∼11월)에 연안에서 이루어지며, 산란기에는 쿠로시오난류의 영향을 받는 따뜻한 해역으로 회유한다. 산란을 위한 최소 몸길이는 30cm 이상이다. 알은 한 배에 290∼720만 개 정도이고 2∼5일 후 부화한다. 겨울 동안 바다에서 태어난 유어들은 무리를 지어 연안으로 몰려와 부유생물을 먹는다. 여름에는 성장이 빨라서 초가을이 되면 몸길이가 20cm가 넘는다.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에는 민물을 떠나 바다로 내려간다. 성어의 경우 잡식성으로 작은 어류를 비롯한 저서생물, 단각류, 유기성 잔류물 등을 먹는다. 주로 연안에 서식하나 강 하구나 민물에도 들어간다. 도약력이 뛰어나 수면 위 매우 높은 곳까지 뛰어오른다. 뛰어오를 때에는 꼬리로 수면을 치면 거의 수직으로 뛰어오르며 내려올 때는 몸을 한 번 돌려 머리를 아래로 하고 떨어진다. 대개 수명은 4∼5년이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온대·열대 해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7) 평양에 가서 술과 물고기를 얻고 그 맛을 가리다.[適得箕城酒腰浦魚 甚思景執分味 代書] / 정원용(鄭元容,1783~1873)
思君何以贈 그대 생각하는 마음으로 무엇을 드릴까?
呵筆細裁書 웃음꺼리 삼아 그냥 써 보오.
平壤甘紅露 평양의 감로주일까.
中和凍秀魚 중화고을의 숭어일까요.
引醺瓊液是 좋은 술은 향기가 넘치고
飛膾雪花如 가는 회는 눈꽃과 같네.
兩味知常嗜 두 가지 맛은 항상 알고 즐기는 것이라,
辛勤意有餘 뜻은 있지만도 맘에 정키 어렵네요.
평양 홍로주 나라에서도 품질이 아주 좋다. 동방에서 흔히 치어를 숭어라 부른다.(平壤紅露酒 爲國中佳品 東俗謂鯔魚爲秀魚)
시인은 감로주와 숭어를 선물 받은 친구를 대신해서 시를 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다는 평양의 홍로주, 그리고 백설 같은 흰 숭어회, 모두 좋은 것이라 어느것을 친구에게 보낼까 고심하는 친구의 마음을 농 삼아 쓴 시이다. 마음의 표시라 꼭 어느 것이 좋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친구를 위한 세심한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어쨌든 시인은 시를 지어주며 미주와 가효를 실컷 먹었을 것이다.
숭어는 맛좋은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진수의 삼국지에는 오나라 손권이 개상이라는 사람과 더불어 회를 논한 고사가 자주 나온다. 개상이 말하길, "숭어가 제일이다"하였다. 이에 손권이 바다에 사는 숭어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느냐? 물으니, 개상이 바닷물을 떠오게 하여 늪에 가득 채우고 낚시를 드리우니, 순식간에 숭어가 잡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