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7/토
루카 복음 6장 1-5절
“당신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고백하건대, 학창시절 제가 주일을 지켰던 건 믿음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평일에는 정해진 요일에 따라 학원을 가야 했지만, 주일만큼은 ‘안식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서 주일은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아예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로 허락해주셨기 때문이지요. 대신 조건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성당엘 가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원 대신 성당에 나가는 것은 하나의 규칙이 되었습니다. 중간고사를 앞둔 주일이었습니다. 공부하자니 ‘안식일 규정’이 깨지겠고, 성당에 가자니 시험을 망칠 것 같았습니다. 한편 집에서 공부해버리면 지금까지 성당에 간 것은 학원 가기 싫어서 나간 것처럼 보일까봐 은근히 신경도 쓰였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규정이 저를 옭아맸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불편했습니다. 그러다가 성당 만남의 방에 가서 시험공부를 하면 성당에도 가고 공부도 하게 된다는 일석이조의 묘안을 생각해내고, 시험기간 내 ‘새로운 안식일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안식일에 공부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규정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십니다. 규정은 또 다른 규정을 낳을 뿐입니다. 누구를 위한 규정입니까. 안식일의 주인은 사람의 아들입니다.
* 우리가 정한 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성찰해봅시다.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고양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