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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제67편 ※
조조의 간계(姦計)(上)
조조의 총공격 명령과 때를 같이 하여 성문이 활짝 열렸다.
조조의 군사들은 밀물처럼
성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순간, 어디선가,
"와아 앗 !" 하는 함성과 함께
사방에서 횃불이 켜지며 돌이 날아왔다.
돌은 억수로 퍼붓는 소나기처럼 사방에서 날아오고, 수백개의 횃불이 조조의 군사들에게 던져졌다.
그리하여 조조군은 온 몸은 물론, 머리에 돌을 맞아 쓰러지는 군사가 속출했고, 머리에 불이 붙고, 옷에 불이 당겨지고, 말은 놀라서 앞발을 들고 요동을 쳐대는 혼란에 휩싸였다.
"앗 ! 적의 계략에 속았구나 !"
조조는 적의 계략에 속은 것을 깨달았으나, 워낙 급하게 공격하던지라, 재빨리 돌아설 수가 없었다.
게다가 뒤따르는 병사들은 영문을 몰라 오히려 앞으로만 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빨리 퇴각하라!"
조조는 소리쳤으나 앞장선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뒤따르는 병사들은 그들을 짓밟는다.
조조도 그 혼란에 휩쓸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돌과 횃불을 내던지던 여포군은,
"적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여라!"하는 외침과 함께 화살까지 쏟아 내는 것이었다.
조조는 원한에 가득찬 심정으로 북문으로 빠져나오려니까 거기에도 적들이 그득 차 있었다.
황급히 남문으로 가 보니 거기도 역시 적들이 득시글 하였다.
할 수없이 서문으로 도망쳐 가보니 서문 밖에는 복병이 급습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주상, 주상! 이리로 오십시오. 어서 빨리!" 저만치서 소리치는 사람은 하후연이었다.
그는 장창을 사정없이 휘두르며 성밖으로 연결된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그러나 조조는 적병의 공격이 하도 심해 하후연의 뒤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조조는 공격이 약한 반대쪽으로 몸을 피하였다.
얼마 후에 주위를 살펴보니 조조 자신은 완전히 적병들 속에 파묻혀 있었다.
적들도 조조가 자기편인 것으로 알고 그냥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조조도 시치미를 떼고 그들과 행동을 같이하며 빠져나갈 곳을 두리번 거리며 찾았다.
잠시후 적장 인 듯한 자가 횃불을 밝혀 들고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말을 몰아 조조가 섞인 무리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군사들은 그 바람에 좌우로 비켜서며 길을 터줬다.
조조도 무리에 섞인 채로 옆으로 비켜서며 바라보니 마상의 장수는 여포가 아니던가?
조조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투구를 푹 눌러썼다.
그러자 여포는 조조를 자기네편 장수로 알았는지 마상에서 방천화극 창대로 툭툭 건드리며,
"조조를 치느라고 고생했다.
그 놈은 어디로 달아났는가?"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조조는 난감했지만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여 얼른 목소리를 바꿔서 대답하였다.
"넷! 저도 지금 조조를 찾고 있는 중이옵니다.
조금 전에 갈색 말을 타고 저쪽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래? 저쪽으로 ...?"
여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조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말을 몰아 달려갔다.
그리하여 얼마쯤 가다가,
"어라? 조금 전에 그놈이 바로 조조 같은데?"
하고 놀라며 이내 말을 돌렸다.
한편 조조는 여포를 기지를 발휘하여 다른 곳으로 보내놓고 성을 빠져 나갈 곳을 찾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는 와중에 자기편 장수 하나가 보이는데 그는 영군도위 전위(領軍都尉 典韋)였다.
전위는 조조를 발견하자 쏜살같이 달려왔다.
"주공! 무사하셨군요.어서 이쪽으로...!"
조조는 전위가 이끄는 동문 방향으로 함께 달렸다.
그러자 등 뒤에서 여포군의 함성이 들려온다.
게다가 여포까지 달려오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조조야 ! 게 섯거라 !"
조조와 전위는 말에 채찍을 가하며 급하게 동문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아불싸!> 동문의 누각은 이미 커다란 불덩이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뒤에서는 맹장 여포가 죽일 듯이 쫒아 오고, 앞 길은 불덩이로 막혔고, 진퇴유곡이 따로 없었다.
"전위, 되돌아 가야 하나?"
조조는 순간, 결정을 못하고 전위에게 물었다.
그러자 전위는,
"주공! 지금 나갈 길은 이 길밖에 없습니다.
제가 먼저 뛰어들 테니 뒤따라 오십시오."하며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조조는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여포가 불과 오십보 쯤 뒤까지 쫒아왔기 때문에 뒤를 돌아 볼 여유도 없이 전위의 뒤를 따라 불길 속으로 뛰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성루의 지붕과 서까래가 우지끈 거리며 무너져 내렸다.
"누구 없느냐? ... 누구 없느냐...?"
조조는 떨어지는 서가래에 깔리면서 애타는 구원의 비명을 질러대었다.
조조가 다시 정신이 든 것은 자기의 본진(本陳) 침상 위에서였다.
"주공! 이제야 정신이 드시는 군요."
전위가 자신을 내려다 보며 말한다.
"내가 살아 있는 건가?"
조조는 불덩이에 깔리던 순간 밖에는 생각 나는 것이 없었다.
그러자 전위는,
"제가 불덩이에 깔린 주공을 구해서 본진으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많이 다쳤나?"
조조는 머리부터 몸통까지 붕대가 매어있어서 전위에게 물었다.
그러자 전위는,
"전의(戰醫)의 말로는 주공께서 화상을 조금 입으셨다고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조조가,
"하하하핫 !"
하고 호탕한 웃음을 웃는게 아닌가 ?
주위에 있던 사람 모두가 깜짝 놀라며 조조의 침대 주위로 모여 들었다.
"주상! 웬일이십니까?"
그러자 조조는 어느덧 원기 왕성한 듯한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내가 필부 여포의 계략에 감쪽 같이 속아 넘어가다니... 내가 너무 경솔했어!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한 번 속았으니까, 다음에는 여포놈을 한 번 속여야 할 판이 아닌가?"
"네? ...무슨 말씀이신지."
"하후연!"
"넷?"
"자네를 나의 장례식의 장의 지휘관으로 임명한다."
"넷? 무슨 그런 불길한 말씀을? ..."
"천만에! 계략일쎄. 자네는 오늘 새벽에 나, 조조가 죽었다는 선언을 하게.
그리고 나를 마능산(馬陵山)에 가매장(假埋葬)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란 말야.
그러면 여포는 그 소문을 듣고 마능산으로 몰려올 것이니 마능산 주위에 군사를 매복시켜 두었다가 적들이 몰려오거든 일시에 공격하여 섬멸시켜 버리란 말야. 그 일은 지금 즉시 시행하라!"
명령일하...
조조의 전군은 가슴에 상장을 달고, 장군들은 상복(喪服)을 입고, 조조의 장군기에는 조장(弔章)을 매달아 띄웠다.
조조가 죽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여포의 진지에도 퍼졌다.
그리고 닷새 후에는 조조의 시체를 마능산에 매장한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인제 됐다! 조조가 죽었으니 이제는 그 잔당을 쳐부수기만 하면 되겠구나!"
여포는 무릎을 치고 기뻐하며
그의 장례일이 오기만 기다렸다.
※ 삼국지(三國志)제68편. ※
조조의 간계(姦計) (下)
조조의 장례식을 거행하는 날이 되자, 여포는 조조의 군사들을 일거에 섬멸하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서 삼만에 이르는 군사를 이끌고 마능산으로 향하였다.
마능산 가까이 접근해 보니 과연 조조의 이름난 장수들이 상여를 메고 장지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적장들을 일거에 죽여 없앨 기회가 왔다! 총공격 하라!"
여포가 서릿발 같은 명령을 내리자 여포의 군사들이 상여를 메고 가는 적장들을 향하여 구름떼처럼 밀려 올라갔다.
그러자 상여를 메고 올라가던 조조의 군사들과 장수들이 상여를 그자리에 내버려두고 사방으로 흩어지며 일말의 군호(軍號)를 외치자,
마능산 기슭에서 난데없이 무장한 수 많은 군사들이 튀어나오며,
"와아 ! " ... "와아 ! "
하고 태산이 무너질 듯한 함성을 내지르며 여포군을 내달아 사방에서 공격해 오는데 그 수가 실로 여러 만 명이었다.
여포군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의 기습을 받고 크게 당황하며 혼란에 빠져버렸다.
"앗차! 조조란 놈의 간계에 속았구나.... 여봐라! 즉시 퇴각을 지시하라!"
천하무적 여포도 이때만은 허겁지겁 어찌할 바를 몰라서 급히 퇴각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도망가는 적을 그대로 내버려둘 조조군이 아니었다.
조조군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의 적들을 향해 공격하다 보니 기동도 훨씬 용이하고 공격의 강도도 훨씬 강렬하였다.
"여포란 놈을 잡아라!"
조조군은 한술 더 떠서 여포까지 사로잡으려 하였다.
여포도 돌아서서 적들과 대적을 하려 하였으나 여포의 적토마는 넓은 평지에서는 크게 위력을 발휘하나 지금과 같은 산비탈에서는 기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산 아래에서 수많은 적병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여포는 어쩔 수가 없어 응전을 하였다.
그러나 워낙 많은 적병들이 벌 떼처럼 덤벼드는데다가 몰리기 시작한 자신의 부하들이 눈앞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보자 자신도 적들과 대적할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하여 간신히 적의 포위망을 뚫고 공격을 벗어나고 보니, 삼만 명이나 데리고 떠났던 군사들이 채 일만 명도 남지 않았다.
여포는 허탈해 하며,
"음... 내가 조조란 놈의 잔꾀에 속았구나!"
여포는 이를 <부드득> 갈며 남은 군사들을 수습하여 서둘러 복양성으로 돌아왔다.
전투가 이 모양으로 전개되다 보니 설욕전(雪辱戰)에서 승리한 조조군의 사기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이제야말로 여포와의 싸움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둘 때라고 판단하고 복양성으로 몰려가서 여포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러나 여포는 조조에게 크게 한 번 당한지라, 조조가 이번에는 또 어떤 계략을 쓸 지 몰라서 섣불리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양군은 서로 대치한 채 한동안 휴전 상태에 들어갔는데, 느닷없는 메뚜기떼가 몰려와서 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메뚜기떼는 하늘을 가득메워 햇빛을 차단하고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와 들판의 나무와 풀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기 시작하였다.
끝없이 몰려온 메뚜기 떼는 더이상 먹을 것이 없어지자 자기네들끼리 서로 잡아먹어, 그 빈 껍데기가 땅을 뒤덮을 지경에 이르렀다.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간 산동(山東)지방은 한여름 무성하게 자라던 모든 작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마침내 먹을 것을 찾아 뿔뿔이 어디론가 떠나기 시작하였다.
복양성 안팎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던 조조나 여포군의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군량을 조달해야 할 농사가 크게 망치는 바람에 서로가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조조는 복양성 공격을 중지하고 군사들을 하제(河濟)로 물렸다.
하제에 도착한 얼마 뒤에, 서주의 도겸이 죽고 유비가 새롭게 서주 자사가 되었다는 소식이 조조의 귀에 들어왔다.
그러자 조조는 크게 노하며,
"유비란 놈이 서주목이 되었다구? 흥! 죽은 도겸이 나의 선친의 원수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서주 성주가 되었다는 것은 나와 대결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아니고 뭐란 말이냐?"
조조는 지난번 부터, 학수고대로 서주를 손에 넣을 야심이었는데 여포로부터 자신의 본거지인 연주가 공격당함으로서 할 수없이 퇴각한 바 있거니와,
이제는 평소부터 가볍게 여기던 유비가 새로운 서주 성주가 되어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자 크게 분개한 것이었다.
"당장 군사를 일으켜 유비를 죽여 버리고, 도겸의 시체를 꺼내어 선친의 원수를 갚아야겠다!"
하면서 출동 명령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러자 모사 순욱(筍彧)이 간한다.
"주공, 지금 우리가 점령하고 있는 하제(河濟)는 천혜의 요지입니다.
이제 우리의 본거지인 연주를 여포에게 빼앗긴 터에 다시 하제까지 버리고 서주를 얻으려다가 실패하면 우리는 어디를 근거로 재기를 도모하겠습니까.
우리가 서주에 힘을 기울이면 그동안 여포의 힘만 커질 것이옵니다."
"그러나 군량을 댈 수없는 땅을 언제까지나 지키면서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여남(汝南)과 영주(潁州)에는 황건적의 잔당인 하의(何儀)와 황소(黃召)가 무리를 이끌고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을 쳐부수기는 심히 용이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들의 재물을 빼앗아 삼군을 기르면 조정은 물론 백성들도 좋아할 것이옵니다."
순욱의 생각은 조조에게는 귀한 선물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조조는 그의 말대로, 하후돈과 조인에게 하제를 지키게 하고 자기는 몸소 군사를 거느리고 원정길에 올랐다.
하의와 황소는 조조가 공격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양산(羊山)에서 조조군을 맞아 싸우기로 하고 군사들을 몰고 나왔다.
조조가 양산에 진을 치고 있는 적들과 몇차례 부딪쳐 보니, 적의 병력은 많았지만 자신의 군사들과 달리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오합지졸(烏合之卒)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조조는 전위(典韋)를 시켜 나가 싸우게 하였다.
과연, 싸움의 결과는 조조가 예측한대로 적들은 변변히 싸우지도 못하고 많은 군사가 죽었고 또 도망을 치거나 투항해 오기도 하였다.
이튼날은 동이 트자, 하의와 황소가 작심을 하고 조조군에게 선제공격을 해왔다.
그리하여 조조가 군사들에게 맞서 싸우라고 명하려는데, 달려오는 적들 앞으로 어디선가 나타난 키가 팔 척쯤 되어 보이는 거장부 하나가 말도 타지 않고 적들을 향해 유유히 걸어가면서 철봉을 휘휘 내두르며 큰소리로 이렇게 외치는 것이 아닌가?
" 졸개들은 상대가 안 되니 대장놈이 나와라!"
군사를 몰고 앞장서서 달려오던 하의가 말을 멈추고 가당치 않은듯 물었다.
"네 놈은 누구인데 홀로 나선단 말이냐? 목숨이 아깝지도 않더란 말이냐?"
"나 혼자도 네 놈들 모두를 당할 수가 있으니 어디 한 번 나와보거라!"
그러자 하의가 군사들을 기다리게 하고 자신은 말에서 내려 장도(長刀)를 빼들고 거장부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두 말없이 칼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이 합, 이 합, 삼 합 .. 불과 삼 합 만에 하의는 거장부가 휘두른 철봉에 대강통을 정통으로 맞고 거꾸러진다.
그러자 이를 본 황소가 말을 달려 합세했다.
그러나 황소도 거장부의 적수는 아니었다.
황소는 그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철봉에 정통으로 맞은 말의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미처 손을 써 보지도 못하고 말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거장부는 황소를 순식간에 밧줄로 묶어 의기양양하게 산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황건적 도당인 두 대장 장수가 한 사람의 정체불명의 장사에게 순식간에 제압을 당하는 것을 본 황소의 군사들은 몸을 떨며 뒤돌아 도망치기 바빴다.
침을 삼기며 숨죽여 이 광경을 지켜 보던 조조가 전위에게 명한다.
"저 장수가 누구인지 알아오라!"
전위가 급히 말을 몰아 달려가며 소리쳤다.
"이놈! 게 섰거라. 너도 황건적이냐?"
그러자 장사가 대답한다.
"이놈! 똑똑히 보고 떠들어라! 나는 황건적을 붙잡아 가는 사람이다."
"네가 황건적을 붙잡았거든 나에게 바쳐야 하거늘 어찌 네가 끌고 간단 말이냐?"
"네가 내 손에서 철봉을 빼앗아 간다면 두 말없이 황건적은 너에게 내주리라."
그러자 전위가 크게 화를 내며 싸움을 걸었다.
정체불명의 장수도 맞서 싸운다.
십 합, 이십 합, 삼십 합, 싸움은 아침부터 정오까지 계속되었다
※ 삼국지(三國志)제69편 ※
여포의 대패(大敗)
장사는 꼼짝없이 죽는 줄로 알았다가 조조가 결박을 손수 풀어주자 감격하며, "나는 초현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허저(許楮)라는 사람인데 자는 중강(仲康)입니다.
이곳엔 황건적의 등쌀이 하도 심하기로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노인들과 어린애들을 데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토성을 쌓고 놈들에게 대항하고 있었습니다."
조조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물었다.
"그러니까 황건적이 침범해 오지 않습디까?"
"천만에요! 한번은 황건적이 천 명씩이나 몰려와서 우리는 돌을 모아다 놓고 덤비는 놈들을 모조리 돌로 때려 쫒았죠."
"음 ... 황건적들을 돌로 쳐부쉈다... 대단한 일이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식량이 떨어졌기로 황건적에게 소 두마리를 주고 쌀을 바꿨는데 밤중에 소가 우리한테 도망을 왔습니다 .
그래서 내가 끌려가지 않으려는 소 두마리를 한 손에 한 마리씩 고삐를 움켜잡고 뒷걸음을 쳐서 그들에게 돌려 주었더니 그 다음부터는 그 소문이 퍼진 탓인지 도둑의 무리들이 우리에게 얼씬도 하지 않게 되었지요."
"허...., 사실 알고 보면 나도 허중강이란 이름을 들은 지는 오래되었네. 어떤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내 밑으로 들어와 천하의 도적들을 물리칠 생각은 없는가?"
"고마운 말씀입니다. 사실 황건적도 궤멸되어 이제 제 역활도 끝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함부로 날뛰어 목베임을 당해도 마땅할 것인데 저를 부하로 삼으시겠다니 기꺼이 힘이되어 드리겠습니다."
허저는 기쁜 얼굴로 대답한다.
조조 또한 크게 기뻐하며,
"됐다! 오늘은 싸움도 이긴데다가 훌륭한 장수까지 얻었으니 잔치를 크게 벌이도록 하자!"
조조는 즉석에서 허저에게 도위(都尉)라는 벼슬을 내리고, 그가 사로잡은 황건적 두목 황소와 하의의 목을 베었다.
이로써 여남(汝南)과 영주(潁州)지방에서 득세하던 도둑의 무리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그들이 약탈한 재물로 조조군은 당장의 곤궁을 면할 수가 있었다.
그 무렵에,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조조의 본거지였던 연주성은 여포의 부하인 설란(薛蘭)과 이봉(李封)등 두 장수가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은 날마다 술과 계집에 미쳐서 민심을 완전히 잃고 있다는 것이었다.
(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연주를 쳐서 회복할 수가 있으리라.)
조조는 그런 직감이 느껴져서 옛 땅을 찾으려고 군사를 일으켰다.
이봉과 설란은 조조의 군사가 쳐들어오자 크게 놀라며 싸움을 맞받았다.
새로 도위로 임명된 허저가 조조의 은총에 보답하려는 마음에서,
"제가 저 두 장수를 주상께 잡아 바칠까 하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곧 나가 싸우게 하였다.
그러자 허저는 이봉을 맞아 불과 두 합만에 그의 머리를 말 아래로 떨어뜨렸다.
설란이 그 모양을 보고 겁을 집어 먹고 달아나자 여건(呂虔)이 쫒아가 목을 후려갈겼다.
그 바람에 나머지 병졸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하여 조조는 그의 본거지인 연주를 간단히 점령해 버렸다.
그리고 내친 김에 여포가 지키고 있는 복양성마저 공격하기 위하여 군사를 그리로 돌렸다.
여포의 모사 진궁이 그 소식을 듣고,
"우리는 반격할 태세를 완전히 갖추기 전에는 싸우지 않고 성을 지키는 것이 상책일 것입니다."
하고 여포에게 건의하니,
"어리석은 소리! 조조 따위를 겁낼 내가 아니다!"
하며 한 마디로 진궁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여포는 조조쯤은 대번에 쳐부수고 빼앗긴 연주마저 되찾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여포는 방천화극을 거뭐 쥐고 말을 달려 싸움터로 나왔다.
"오오! 이제야 내가 가히 더불어 싸울 상대를 만났구나!"
허저는 여포를 보자 그렇게 외치며 마주 달려 나갔다.
그리하여 여포와 허저가 서로 어울려 이십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아무러한 허저도 여포를 혼자서 이겨내기는 어려우니 누가 나가서 싸움을 도와라!"
조조가 명령을 내리자 전위가 달려나가 여포를 협공하였다.
두 사람이 전후에서 공격을 하는데도 여포를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후돈, 하후연, 이전, 악진 까지 네 장수가 싸움터로 달려나갔다.
여섯 명의 맹장들이 여포 하나를 에워싸고 공격하니 여포도 이제는 위험이 느껴져서 적토마를 달려 복양성으로 쫒겨갔다.
그리하여 성문 앞에 다달아,
"다리를 내려라. 빨리 성문을 열어라!"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성벽 위에 늙은이 하나가 나타났다. 얼마 전에 여포를 위해 계교로써 조조에게 큰 패배를 안겨준 그 지방의 대부호 전씨(全氏)였다.
그는 성벽 위에서 여포를 굽어보며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그대는 성에 다시 돌아올 생각을 말라.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원수. 나는 지금부터 잇속에 따라 조조 장군을 돕기로 하였다. 하하하! ...."
여포는 분노가 치밀었으나 어찌할 수가 없어서 부하들을 거느리고 정도(定陶)로 도망을 쳤다.
성안에 남아 있던 진궁도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뒷문으로 달려나와 여포의 뒤를 따랐다.
그리하여 정도까지 쫒겨왔으나 그곳도 오래 머무를 곳이 못 되었다.
"신세가 딱하게 되었으니 기주(冀州)의 원소(袁紹)를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여포가 진궁에게 물어 보자, 진궁이 고개를 기울인다.
"글쎄올시다. 원소를 찾아가도 별로 신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진궁은 여포의 인기가 어디서나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급한 마음에 사람을 보내어 원소의 의향을 알아 보기로 하였다.
원소는 여포의 기별을 받자, 모사(謀士) 허유에게 의견을 물었다.
허유가 대답한다.
"여포 따위는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용맹은 대단할지 몰라도 천성이 시랑(豺狼 :승냥이) 같은 인물인지라 그가 만약 연주를 탈환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우리 기주를 노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조조와 협력하여 여포를 없애 버린다면 <악의 축>도 뿌리를 뽑을 수 있을 뿐더러 조조와의 사이는 좋아질 것입니다."
"음 ... 딴은 옳은 말이야!"
원소는 심복 장수 안량(顔良)에게 군사 오만을 내주면서 조조와 협력하여 여포를 토벌하게 하였다.
이에 여포는 크게 낙담하였다.
"늑대를 피하려다 곰까지 불러 들였으니, 진궁! 어찌하면 좋겠소?"
"글세올시다. 마땅히 갈 곳이 없으니, 서주의 유현덕에게 의탁해 보면 어떨까요?
그는 인심이 후한 사람인지라 우리가 사정을 한다면 쫒아내지는 않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여포는 잽싸게 말머리
를 서주로 돌리며,
"그럼 유현덕에게 우리가 직접 가서 사정해 봅시다."
하고 앞장 서서, 서주로 말을 달려가는 것이었다.
🔊다음 제70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