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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러닝화 시장 평정한 ‘아시아의 자존심’ 아식스 | |||
아식스의 전신 오니츠카 타이거의 창업자 오니츠카 키하치로 회장. 그가 들고 있는 농구화는 사업 초기에 만든 것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어 성장의 발판이 됐다.
여러 세계적인 스포츠브랜드 중에서도 아식스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글로벌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아시아 국가(그것도 이웃나라 일본)에서 탄생했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마라톤 동호인들은 아식스 신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국내 기초종목 선수들이 거의 관행적으로 아식스 제품을 신어온 것이 한 원인인 듯하다. ‘아식스 = 엘리트 선수들의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뿌리깊이 박혀있는 게 사실이다.
아디다스가 1차 세계대전 직후 혼란기에 잡초처럼 꿋꿋이 일어났듯이, 아식스도 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땅에서 싹을 틔웠다. 31세 청년이 맨손으로 일으킨 브랜드가 현재는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스포츠전문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그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제품, 그리고 꾸준한 기술투자로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이미지를 창조한 브랜드다.
아식스의 역사는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1세 청년 오니츠카 키하찌로는 전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신념으로 주식회사 오니츠카를 설립했다. 제대로 된 운동화를 내놓는 것이 목표였지만 처음 만든 농구화는 농구코치에게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발의 움직임과 빠른 힘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고친 농구화 2호는 선수와 코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문어발의 빨판에서 힌트를 얻어 직접 고안한 밑창은 접지력이 우수해서 급정거와 급출발이 가능했다. 오니츠카의 농구화는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보스톤마라톤 재패하며 마라톤화 브랜드로 1951년 오니츠카 회장은 42km가 넘는 거리를 한결같은 움직임으로 달리는 러너들에 매료되어 마라톤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의견을 수집해 만든 1호 모델은 물집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 제품을 신은 다나카 시게키는 그해 보스톤마라톤에서 2시간 27분 15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인으로는 최초의 우승이었고 1947년 서윤복, 1950년 함기용에 이어 동양인 중 3번째로 이룬 쾌거였다.
이후 당대 최고의 마라톤 선수 토루 테라사와와 함께 신발을 개발하면서 장족의 발전을 거뒀다. 외피는 부드러운 우븐 원단을 사용하고 신발의 앞과 옆에 구멍을 뚫어 공기가 잘 통하게 했다. 충격 흡수를 위해 밑창을 2중으로 만들었다. 이 신발을 신은 테라사와는 처음으로 물집이 생기지 않고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으며, 1963년 벳부에서 세계최고기록(2:15:16)을 수립하기도 했다.
‘맨발의 아베베’ 발에 러닝화를 신기다
오니츠카의 러닝화는 먼저 톱클래스 선수의 의견에 따라 개량한 후 발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기술의 혁신으로 이어져 일본의 올림픽 메달 획득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니츠카가 만든 전용 운동화를 신은 일본대표선수단은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7개의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로마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2:15:17)으로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아베베 비킬라는 맨발로 달려 화제가 됐는데 이듬해부터 신발을 신었다. 일본을 방문한 아베베에게 오니츠카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신발을 만들어주겠다’며 신발을 신도록 설득했다. 그리곤 당장 기술자들과 공장으로 가 밤을 세워 신발을 만들었다. 다음날 아베베는 이 신발을 신고 우승을 차지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때는 공식공급업체로 참여해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고, 1974년에는 프랭크 쇼터가 EVA 중창이 사용된 오니츠카 러닝화를 신고 후쿠오카마라톤 2연패에 성공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젤 쿠셔닝이 장착된 신발을 신은 겔리도 브르딘(이탈리아)과 로자 모타(포루투갈)가 남녀 마라톤 금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완성형’ 스포츠브랜드로 거듭나다
오니츠카는 1977년 사명을 아식스로 바꿨다. 단지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지티오(스포츠 의류), 제렝크(니트 의류)와 합병하면서 종합스포츠브랜드로 거듭난 것이다. 아식스(asics)란 이름은 고대 로마의 격언 ‘Anima Sana In Corpore Sano(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오니츠카 회장이 가진 기업철학인 동시에 스포츠를 통하여 사회에 공헌한다는 신념을 담은 것이다.
덩치를 불린 아식스는 전천후 트랙용 세라믹크라운과 스쿨핀, 혁신적인 충격흡수소재 aGEL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세계무대에서 선전을 이어갔다. 특히 aGEL 쿠셔닝은 차별화된 쿠션을 제공함으로써 아식스 운동화의 상징적인 테크놀로지가 됐다. ‘제대로 하려면 아식스’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알 수 있듯 아식스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 중심의 스포츠용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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