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어떤 구간을 이용하는 데 철도, 버스, 비행기 등 여러 가지 교통대안을 놓고 어느 쪽이 '가격대비 성능비'등이 높으냐 등을 두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며 이런 토론을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무궁화호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2시간 5분이 걸리고, 고속버스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2시간 10분이 걸리니 5분 더 빠른 무궁화호를 타세요.' 라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주의: 예시 사례임!)
그런데 실제 승객 입장이 되어 보면 이렇게 분 단위, 원 단위로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계산하여 교통편을 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대구를 가는 데 비행기 대신 KTX를 타는 이유는 KTX가 시속 300km/h로 빠르고 저렴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시간까지 대구 목적지에 빨리 데려다주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언뜻 비슷해보이는 말이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분명히 다른 케이스입니다.
전자. 즉 교통매니아적 선택은.
항공기 또는 KTX의 운항소요시간, 공항 또는 역으로의 접근시간, 요금, 마일리지, 기내서비스 등의 사전정보를 철저하게 따져서 비교분석한 뒤 '나는 이 교통수단을 타겠다.'를 먼저 정한 다음 자신의 스케쥴에 맞는 열차 또는 항공편을 발권하여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후자. 즉 일반승객에서의 입장은.
자신이 대구로 가는 '목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교통수단 자체에는 관계 없이, 약속시간이 14시라면 단지 14시까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일정 (출발 가능한 시각과, 도착해야 하는 마지노선)에 맞는 스케쥴을 제공하는 쪽을 우선하여 선택합니다.
제 경우는 급하게 오전9시30분까지 서울에서 울산으로 가야 할 일이 생겨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항공기를 선택한 이유는 항공기가 싸다거나 또는 기내서비스가 좋다던가 또는 표정속도가 빠르다던가 하는 매니악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요금은 KTX(환승)의 두 배 이상. 기내서비스는 주스 한 잔을 줄 뿐이고. 공항억세스타임과 표정속도를 생각하면 사실상 양쪽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매니아 시각에서 본다면 교통동호인 실격 수준의 '불합리한 선택' 이죠. 단지 항공기를 이용하면 9시 20분에 도착할 수 있고. 철도를 이용하면 9시 45분에 도착한다는 것 때문에 항공기를 탄 것 뿐입니다.
그런데 다들 같은 이유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 이 시간대의 울산행은 평일임에도 승객이 많았고, 실제로 이 시간대의 김포발 울산행 항공편은 07시55분에 한 편(아시아나). 08시 정각에 한 편(대한항공). 이렇게 5분 간격으로 두 편이 연속해 날아가는 특이한(?) 스케쥴이 제공됩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결론은 스케쥴은 그대로 둔 채 KTX의 절대속도를 그저 5~10분 더 빠르게 한다고 해서 더 많은 승객들이 KTX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고객 유인요소'는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분초 단위까지 따지는 매니아가 아닌 이상) 오히려 절대적인 속도가 다소 느려지더라도 '승객들이 원하는 스케쥴'을 맞춤 제공해줄 수 있는 쪽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습니다.
첫댓글 우리 동호회에서 흔히들 범하는 오류가 아닐까 싶습니다.(정차역수를 줄여 서울-부산간의 최단시간을 줄이면 승객이 증가할 것이다)
현 시대의 교통수단의 가장 큰 과제는 승객이 원하는 시간(스케쥴)에 서비스(교통편)을 얼마만큼 제공할 수 있느냐 입니다. 과거에는 버스, 기차시간에 맞춰서 승객이 타주는 체계였지만, 지금은 교통수단이 승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운송(교통편 제공) 서비스를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이렇기 때문에, 과포화양상을 보이는 국내교통시장에서는 가급적 감편 또는 감차보다는 교통수단 수송능력을 줄이는 양상(항공기: 대형기->중소형기, 철도: 열차당 편성객차 수 감소, 버스: 대형버스 -> 중소형버스)을 보이고 있지요.
여담(??)이지만 지난 7일에 안동대학교 면접을 치른 후 컴퓨터 부품 점검차 서울에 간 적이 있습니다. 계획상 4시에 버스가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면 즉시 강변역에서 2호선을 탑승한 후 왕십리역에서 용산행 전철을 타서 A/S센터로 이동하여 부품의 점검을 마치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버스는 터미널 직전에서 그만 10분을 까먹어버리는 바람에 A/S센터 마감시간인 5시에 맞추지 못하는 등 모든 일정이 다 흐트러졌습니다. 결국 길음역 근처에 있는 찜질방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겨우 일처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의 요인은 정말 다양하죠. 예컨대 저는 당뇨가 있어서 화장실을 자주 가기 때문에 이왕이면 철도를 선택하는 쪽입니다. 어르신들 중에 의외로 화장실 때문에 철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그 분들도 강릉이나 원주 갈 때에는 강남 서울고속터미널로 가지 일부러 신림동에서 청량리역까지 가지는 않지요.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서울을 갈때 고속버스하루 7회나 동서울 직행 하루3회 보다는 기차를 이용합니다 운행 편수가 기차보다 훨씬 적지만 운행 편수 때문이라기보다 ...시간 차이가 몇십분 밖에 차이가 안 난다면 기차가 훨씬 좋더라구요 화장실 이용이 편하잖아요 그리고 여행하는 느낌도 들고요....
급한일 아니면 몇십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몇십분 느려도 요금이 싸다면 오히려 요금싼걸 타게 되던데요..가령 무궁화와 새마을이있다 그러면 무궁화를 타게되죠 완전 장거리 장시간 이용할것이 아니라면....
뭐, 이용하는 승객의 계층이나 그 목적에 따라 탑승 선호도는 크게 갈리는것 같습니다만, 교통수단 이용객의 상당수가 비즈니스 승객임을 감안하면 윗 글의 주장도 틀린건 아닐겁니다. 아마.
글쎄 이용객의 입장이라 그럴 수도 있겠군요.그런데 직통이 아닌 편이 원래 더 많고 조금 빠른 열차를 마련해도 그 열차의 지연도 있을 수 있으면 미리 예약하거나 빠르게 가는 편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위하자는 겁니다.거기다 ktx-2는 현재의 편성에 비해 정원이 40%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에 실패했다고 해서 2번째에 보완한 편성을 몇회 안되게 시도한다고 해서 무리한 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해외에서는 이보다 더 먼거리에서도 논스톱으로 했는데 모든 열차를 국토면적이 좁으니 더 태워가자는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단순히 편성의 다양화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합니다.
다만 ktx위주로 되어있는 기존선에 대한 문제가 조금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제가 앞에서 단순히 몇편성 시험적으로 하자는 것은 일단 고정이용객에 대한 만족도 상승이란 면이고 이런 면은 선로의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여러가지 고려해봐야겠죠.
#23열차가 왜 금방 사라졌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것도 같습니다만. 아무리 못해도 논스톱 보단, 동대구 정도까지는 정차해주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또 #23열차의 전철을 밟게 될테니 말이죠. 동대구 정차한다고 몇분이나 까먹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좀 딴 소리지만 서울-부산 논스톱열차들이 서울-동대구-부산 으로 바뀐 후 승객이 대폭 늘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전은 몰라도 동대구는 지나칠 이유도 없고 수익성만 따져도 지나쳐서는 안 되고 뭐 그렇습니다. 동대구 무정차해봐야 4분 버는데 2시간40분이나 2시간36분이나 차이는?-_-
어찌보면 지하철 버스도 어떻게든 끼워맞출 수 있을 느낌이 드네요
일본의 예를 보면, JR과 사철이 사실상 동노선을 두고 치열하게 경합하는 간사이 지역에서는 실제로 JR이나 산요전철 등이 역 벽면에 커다랗게 '히메지까지 60분' 식의 광고를 하곤 합니다. 한국은 일본같은 경쟁은 없으니까 이런 식의 광고를 하는 건 공항철도 뿐입니다만, 승객의 입장은 또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KTX를 보면 통상 부산행이 평균 2:50 정도로 형성되고 있고, 광주행은 2:55, 목포행은 3:20 정도를 평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기 KTX의 캐치프레이즈는 서울에서 세 종착역까지 3시간 이내에 끊는다는 것이었고 (특히 부산행은 2:40. 2:34/37로 설정된 열차도 있었지만 수가 적죠) 호남선 또한 목포까지 3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서울역발) 만약에 '올해 내로 목포행은 3시간 이상이 되고 사실 부산/광주도 3시간 이내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면, KTX가 그리 잘 정착될 수 있었을지는 사실 의문이 남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슬금슬금 늘어난 소요시간이 승객 이탈을 부를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본제로 돌아가, 일반인의 입장이 '소요시간보다는 스케줄'이라는 점은 의심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굳이 동대구도 서지 않는 논스톱열차를 만들 필요는 사실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스케줄을 맞춰줄 수 있는 바탕이 소요시간에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죠. 제가 경부고속선 완공 후 등급제를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지만, '일반적인 소요시간'에 대한 인식은 따라서 중요합니다. 이건 소수에 머무를 '논스톱 열차'에 의한 것이 아니라, '평균적인 열차'가 그리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 예시로 든 5분 차이면 고속버스를 이용합니다. 맘 놓고 중간에 잘 수도 있거든요. 기차는 목적지가 종착역이 아닌 이상 맘놓고 자기가 불안하죠. (알람을 미리 맞춰놓는다거나 해야 하는 불편함이..)
목적지까지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느냐 이것이 운송수단의 큰 목적이기에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크게 변화되는 것이겠지요... 특히 열차의 경우 도로교통의 중간정도의 접근성이기 때문에 이 접근성을 어떻게 높히느냐가 승객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환승을 크게 좋아하지 않기에 환승을 최소화 하고 불가피한 환승에는 환승동선을 최소화 하는 것만이 모든 교통수단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 생각으로 공항철도의 경우 승객유치에 실패하게 된 요인이. 일단 접근성 부족이 큰 이유라고 봅니다. 간사이 공항도 어찌보면 인천공항과 크게 구조상 차이는 없지만 인천공항은 여객터미널 자체가 휘어있는 만큼 터미널 중간에 설치된 공항역의 경우 환승동선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문제가 있고, 사철인 만큼 타 교통수단과 적극적인 직통에도 소극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즉 공항철도가 자신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게 아니라 또 환승을 해야하는 중간계통이라서 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솔직히 저도 공항갈땐 버스타고 갑니다. 접근성도 낫고, 소요시간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