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님 정말 대단 하시네요,
부디 그애마를 버릴때 눈물 흘리지 마세요.
애마도 친구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을 거에요.
좋은 하이킹 되세요.
그리고 쌍계사에서 선물 받은 청동 종은 여전히 책상 앞에 잘있답니다.
^^;;
--------------------- [원본 메세지] ---------------------
늘 시작을 이야기하는 월요일 아침, 직딩의 abc, 넥타이, 칼라 선 와이셔츠, 서류가방 대신 먼지 그득한 푸른 색 등산 베낭을 골방에서 꺼집어낸다. 그리곤 눈을 부비며 온갖 잡동사니를 주섬주섬 쑤셔넣고 빼는 일련의 고루한 작업을 수행해낸다.
우선 양말 일곱컬레, 너구리 다섯개, 베낭, 코펠, 여름용 반팔과 긴팔 겨울용 외투 하나, 치솔 치약 휴대용 스킨, 쵸코찰떡파이, 카스타드, 땅콩 샌드 각각 한박스랑 녹차 피티 한병, 수첩 하나 볼펜 샤프 하나씩, 김훈의 '자전거 여행' 전국 국도 지도, 그리고 파란 베낭에 늘 달고 다니는 모자, 양재컵....
한동안의 나의 살림으로 나를 보듬어줄 목록들을 베낭 속에 꾸역이며 현관문을 나선다.
한참동안 가동정지 중이던 나의 애마 '고물'에 바람 이빠이 채워 몸을 실고 훌쩍, 미사리 양평 이천 장호원 음성 괴산을 지나, 여기 지금 청주다. 거진 일백오십 킬로 정도를 달려왔나?
벌써 이틀째 길위에서 나를 내던지고 있다
엉덩이는 아려오고 얼굴은 쑤시고 어깨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손에 쥐어지는 것, 득도하는 깨침조차 없는 혼자만의 생쇼고 또라이 짓이다.
하지만 강철 체력이라 타칭되는 그 체력이 바닥이 나거나, 나의 애마 '고물'이 이세상을 하직하는 그때, 그 순간까지 가볼려고 한다. 끝이라 내 스스로가 마침표 찍는 그 극점까지 밀어부쳐볼려한다.
아마 진도 땅을 밟는 그 순간이 이 여정의 끝이 아닐까한다.
그 곳에서 나와 오년을 동거동락해 온 애마를 수장시키고 툴레툴레 다시 서울로 기어올터이지....
서른 살 프로젝트 하나를 지워내었다는 뿌듯함을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