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민주당의 이재명’으로 돌아가라
민주, ‘독재 대 민주’ 낡은 프레임 집착
李대표 “내 문제, 당은 손 떼라” 결단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요즘 쏟아내는 메시지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을 앞세운 독재정권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독재정권의 공포정치”라고 했고, 최측근 정진상도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찰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입’인 김의겸은 “이 대표에 대해서 일망타진 수준으로 검찰이 나서는데, 전두환 때나 있었던 일”이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계엄사령관”이라고 저격했다.
뜬금없이 ‘계엄령’ 정국까지 끄집어낸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한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대응 논리는 단순하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정권이자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다. 야당은 독재정권에 맞서는 민주화 세력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불의’한 정권에 맞서 ‘정의’로운 투쟁을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레토릭이지만 민주 대 반(反)민주라는 선악 구도가 분명한 프레임 전쟁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민주화 세력의 적통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관여한 혐의는 보이지 않는다.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흔적은 더더욱 없다. 지금까지 등장인물만 보면 이 대표와 측근, 이들과 얽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야당 파괴를 같은 선상에서 보기 힘든 이유다. 국회를 장악한 제1야당 대표의 위상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공당 자체와 맞바꿀 순 없는 일 아닌가.
결국 지지자들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다. 법적인 정합성을 따지기보다는 지지자들의 동요를 막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문에 가깝다. 야당을 탄압하는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주류세력 교체를 내걸고 보수 진영을 적폐청산으로 공격했던 과거는 굳이 거론하지 않는다. 이 대표를 호위하는 강경 팬덤이 흔들리면 그나마 버텨온 최소한의 지지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재명당이 된 지 100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분당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불씨만 던져지면 언제든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심리적 분당’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 측은 대정부 공격 수위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다. 내부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외부를 더 때려야 하기 때문이다.
공세가 거칠수록 팩트와 주장의 경계선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주장이나 의혹 제기, 뒷담화야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공론의 장은 달라야 한다. 상수도와 하수도가 엄연히 다른 이치다.
그러나 공론의 무대는 더 혼탁해지고 있다. 대통령이 심야 술자리를 했다는 B급 유튜버의 주장을 민주당 대변인은 마치 ‘한 건’ 한 것처럼 폭로 소재로 삼았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대정부 공격 선봉에 섰다. 하지만 공당이라면 최소한의 확인 절차는 거쳤을 거라는 믿음은 무너졌다. 의혹의 한복판에 있던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다 꾸며낸 이야기”라고 밝혔는데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한다. 버티면 버틸수록 강경 지지층의 영웅이 되는 기막힌 역설이다. 반면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릴 일이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정체 상태인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 2명 모두 구속 기소가 됐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회할 수 없다면 당당히 나가야 한다. 내가 풀어야 할 과제이니, 당은 손 떼라고 공개적으로 정리해 줘야 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의 이재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연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