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지 시티 (Dodge City)
1939년 미국영화
감독 : 마이클 커티즈
출연 : 에롤 플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브루스 카봇
앤 쉐리단, 알란 헤일, 프랭크 맥휴
헨리 트래버스, 헨리 오닐, 빅터 조리
워드 본드
미국의 '닷지시티'는 캔사스 시티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그다지 유명한 도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전영화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제법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명한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가 지낸 곳이기 때문입니다. 와이어트 어프는 닷지시티의 보안관이었는데 그곳에서 형제가 있는 콜로라도의 툼스톤으로 와서 그 유명한 O.K목장의 결투를 벌인 일화가 유명하며 이 이야기는 서부극에서 여러번 다루어졌습니다.
1939년 상업영화의 거장 마이클 커티즈는 '닷지시티'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제목만 보면 와이어트 어프 이야기일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용감한 청년이 보안관이 되어 무법천지가 되어가는 마을을 평정하고 악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는 딱 와이어트 어프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시대의 배경도 1872년 이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와이어트 어프가 보안관 조수에서 보안관을 지내던 시기와 거의 비슷합니다.
닷지시티는 1872년에 명명되었다고 하는데 닷지 라는 대령이 이 지역에 열차를 유치하는데 공헌했고, 그래서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대령의 이름을 딴 닷지 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초반부는 그 내용이 전개됩니다. 대령을 도우며 산전수전 다 겪은 아일랜드 청년 웨이드(에롤 플린), 그는 총도 잘 쏘고 소몰이에도 능한 서부의 쾌남이었습니다. 대령을 돕는 일이 끝나자 그는 동료들과 소몰이를 수행하는 일을 하거나 이주민 가족을 수행하는 일을 계속합니다. 그가 떠난 닷지시티에는 서렛(브루스 카봇)이라는 악당이 마을을 장악하고 부하들을 거느리며 온갖 악행과 살인을 일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닷지시티는 무법천지로 변해갑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약간 망나니 같은 동생과 함께 친척이 있는 닷지시티로 향하던 미모의 처녀 애비(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그녀는 웨이드가 이끄는 소몰이꾼들과 함께 포장마차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술에 취해 총질을 해대고 그걸 말리는 수행원 러스티에게도 총을 쏘려하자 보다 못한 웨이드가 나서다가 그를 쏘게 되고 부상을 입고 쓰러진 그에게 놀란 소떼들이 짓밟고 지나가면서 그만 죽게 됩니다. 실수로 그를 죽인 웨이드, 하지만 누나인 애비는 이로 인하여 웨이드에게 반감을 가집니다. 닷지시티에 도착한 웨이드는 애비의 친척이자 의사인 어빙에게 사실을 털어놓게 되고 어빙은 웨이드를 이해하지만 애비의 마음은 쉽게 풀어지지 않습니다. 웨이드는 러스티, 그리고 텍사스 친구들과 닷지시티에 머물면서 서렛이 하는 악행을 보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렛에게 당당히 맞서는 웨이드의 용맹함을 보고 그에게 보안관을 제안하고 몇번을 거절한 웨이드는 결국 보안관직을 수락하고 닷지시티의 악행을 청소합니다.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애비는 결국 마음을 열게 되고 웨이드와 애비는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서렛은 웨이드를 처리할 기회를 엿보는데....
닷지시티 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악당과 쾌남 보안관의 대치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가 그리 짜임새가 좋지는 못합니다. 뻔히 살인자에 악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보안관으로 임명이 되었음에도 주인공 보안관과 악당의 대치가 너무 오래 질질 끌어집니다. 물론 일반 서부극에서 너무 쉽게 보여지는 결투와 살인과는 달리 에롤 플린이 연기한 웨이드는 법대로 일처리를 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재판에 넘겨 법의 심판을 받게 하기 때문에 악당이라고 해서 막 쏴죽이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지나치게 기승전결식으로 끌어가는 내용이라서 그리 박진감이 있지는 못합니다. 어떻게든 영화가 끝나갈때까지 메인 악당을 살려두고 나중에 클라이막스의 대결을 만들려고 했는데 오히려 후반부의 응징이 좀 시시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웨이드와 서렛이 일찍 대립했음에도 너무 뜸들이다 맥이 빠진 느낌입니다.
에롤 플린과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함께 공연한 9편의 영화중 한 편인데 두 사람은 30년대 중반부터 같이 공연을 해왔는데 그 시기는 주로 에롤 플린이 주인공인 영화에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미모의 여인으로 출연하여 영화의 양념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쳤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전형적인 그런 역할인데 그래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는 별로 이 역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같은 해 출연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멜라니 역으로 주목받았고 40년대에는 비로소 에롤 플린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으로 영화를 주도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면서 두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오히려 배우로서 에롤 플린을 넘어서게 되지요. 에롤 플린의 들러리 역할로 시작하여 대기만성형의 명배우가 된 것입니다.
'해적 블러드' '로빈훗의 모험' '왕자와 거지' 등 주로 활극에 잘 어울리던 콧수염 배우 에롤 플린은 '닷지시티'에서 최초로 서부극에 출연했는데 그 이후에 몇 편의 서부극에 더 출연하게 되면서 40-50년대 활동하는 많은 배우들이 거쳐가는 '서부극 출연' 코스를 밟게 됩니다.
다작 감독이면서 여러 장르의 다양한 상업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간 마이클 커티즈 감독은 '경비병대의 돌격' '해적 블러드' '로빈훗의 모험' 등에서 에롤 플린을 계속 주인공으로 세웠는데 그를 서부극의 쾌남 주인공 역할까지 맡기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었고 이듬해 '캔사스 기병대(Santa Fe Trail)' 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에롤 플린의 캔사스 무대 서부극을 연속해서 만들기도 합니다. '닷지시티'는 그냥 무난한 영화지만 마이클 커티즈나 에롤 플린의 대표작으로 꼽힐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국내에도 개봉이 안된 영화인데, 다만 30년대 영화임에도 칼라로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분위기는 마치 50년대 서부극을 보는 느낌입니다. 매끄럽게 연출되었지만 각본의 짜임새가 좀 부족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당시로서는 유명한 감독, 유명한 배우를 기용한 기본적 재미는 보장한 서부극이었지만 두드러진 특징은 없었던 영화입니다.
ps1 : 남북전쟁 이후 철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철도의 증가로 인하여 도시가 건설되고 마을이 번창하면서 이권이 생기고 술집, 도박장등을 거점으로 무법자가 생기고 정의의 보안관 등이 등장하고 이런 것이 서부영화의 무대가 됩니다. 그래서 악당과 보안관의 대립을 다루는 서부극은 1870년대 이후가 배경인 경우가 많지요. 반면 서부개척, 소몰이, 인디언, 남북전쟁 등의 이야기는 1860년대 또는 그 이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텍사스와 멕시코간 주변의 이야기는 거의 20세기 전후를 다루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19세기 초기부터 무법자시대까지 약 50여년을 다룬 영화가 '서부개척사'라는 작품이지요.
ps2 : 캔사스주는 미국지도의 위치상으로 보면 정중앙이라서 미국 중부지역일 수 있지만 텍사스의 위쪽에 위치하고 콜로라도의 바로 오른쪽 옆에 위치하기 때문에 서부영화의 무대가 되어 '동부와 서부'로만 구분할때는 서부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서부영화의 단골 무대는 주로 텍사스와 콜로라도 지역이지요.
ps3 : 서부영화 중에서 술집 집단격투 장면이 가장 규모가 크고 장황한 영화입니다.
[출처] 닷지시티(Dodge City, 39년) 에롤 플린의 첫 서부극|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