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국조’ 파행… 與 “특위위원 전원 사퇴” vs 野 “야3당으로 진행”
주호영 “지도부와 상의해 결정”
예산안 염두 불참 선언은 안해
野 “국조 막고싶은 속내 드러나”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규탄 피켓팅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부터 파행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국정조사 시작 전에 책임자 문책에 나선 것은 ‘합의 파기’라며 보이콧 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민주당은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진행하겠다”며 야3당 단독 강행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 주도로 해임건의안이 처리되자 “(국정조사)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해임건의안을 강행해 협치를 파괴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의총 후 “민주당의 해임안 처리로 인해 양당 간 2023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 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합의 자체가 파기됐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조사의) 정쟁화 목적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상의해 국정조사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불참 기류가 강하긴 하나 예산안 처리가 최우선인 만큼 당장 불참을 선언해 민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조사에 합의한 지도부를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도 나왔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정치라는 탈을 쓰고 가슴에는 칼을 품고 다니는 ‘정치 자객들’”이라며 “더 당해 봐야 민주당의 실체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장 의원을 비롯해 윤한홍 이용 등 친윤계 의원들은 지난달 본회의에서도 여야 합의로 채택한 국정조사계획서에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후 취재진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때문에 국정조사를 못 한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국정조사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특위 위원들의 사퇴 선언과 관련해 “애초에 국조를 안 했으면 하는, 막고 싶은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며 “그간 사퇴하겠다는 으름장을 계속 내온 것으로 한다. 국조를 끝내 거부할 뿐 아니라 방해까지 하려고 하는 것을 국민과 유족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여당의 불참에 관계없이 야3당끼리 그대로 국조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장관 해임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의 시작”이라며 “국정조사에 속도를 내겠다. 169명 우리 민주당 의원 전원이 국정조사 위원이라는 각오로 임해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까지 함께 하자”고 했다. 야3당 국조위원들은 12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진실 규명에는 유가족들의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정조사에 유가족이 많이 참여할 수 있게 길을 열어 달라는 요청을 최대한 배려해달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주도로 국정조사가 단독으로 진행되는 것도 정부·여당으로선 곤란한 만큼 국민의힘이 예산안을 처리한 뒤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권형 기자, 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