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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틱스 닥 리버스 감독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올해 셀틱스 첫 트레이닝 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했나' 라는 질문에 'defense라고 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수비를 펼치면 우승을 할 것이라는 뜻이었죠. 그리고 셀틱스는 defense를 했고, 어김없이 우승을 이뤄냈습니다.
공격 잘 하는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한 단계 높은 업적인 챔피언쉽을 따내려면 수비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수비가 강한 팀이 챔피언쉽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수비의 화신 빌 러셀의 셀틱스는 우승을 무려 11번이나 했습니다. 체임벌린이 공격병기에서 수비병기로 바뀌면서 레이커스도 우승을 할 수 있었고, 그 옆에는 슈팅가드 3대 천왕 중 하나인 제리 웨스트의 수비도 있었죠.
80년대를 양분한 레이커스와 셀틱스는 공격만큼이나 수비도 팀 칼라가 확실한 팀이었습니다. 카림 압둘자바의 철벽 블락샷과 당대 천하 제일의 에이스 스타퍼 마이클 쿠퍼와 그에 못지 않는 제임스 워디의 수비를 자랑하는 레이커스, 로버트 패리쉬와 케빈 맥헤일의 철옹성과 래리 버드, 데니스 존슨으로 이어지는 철벽 퍼리미터 수비라인의 셀틱스. 그리고 모제스 말론, 바비 존스, 모리스 칙스의 디펜시브 퍼스트팀 3인방과 샷블락 스몰포워드부분 올타임 1위에 빛나는 줄리어스 어빙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비라인의 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서스.
조던, 피펜에 호레이스 그랜트, 그리고 후반기에는 로드맨에 하퍼까지 있었던 시카고 불스는 역대 최고의 수비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decade동안 우승을 무려 여섯 번이나 했습니다. 역대 최고의 수비센터라 불려도 손색 없는 하킴 올라주원과 드렉슬러의 휴스턴도 강력한 수비로 샤킬, 로빈슨, 유잉같은 전설적인 센터들이 이끄는 강팀들을 맞아 수비로 그들을 막아내며 백투백 우승을 이루었구요.
2000년대 와서는 수비에 눈을 뜬 샤킬 오닐의 수비 맹활약과 코비 브라이언트, 론 하퍼의 타이트 디펜스를 자랑한 레이커스는 3연패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선발 전원이 초일류 수비수로 거듭난 디트로이트는 어김없이 레이커스를 완파하며 우승을 이루어냈죠. 알론조 모닝, 게리 페이튼같은 왕년 역대 최고봉의 수비수들과 드웨인 웨이드에 샤킬 오닐, 제임스 포지에 하슬렘으로 이어지는 즐비한 수비 라인을 자랑하는 히트도 우승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셀틱스는 2008년 명실상부한 최고의 수비팀이 되었고, 올해 그것은 우승이라는 결실로 돌아왔습니다.
이처럼 우승팀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수비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이 위대한 팀들 중에서, 가장 최근까지 그 수비의 위력을 자랑했던, 그리고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우승을 이루어낸 스퍼스의 수비를 떠올려보는 시간을 잠시 갖고자 합니다. ^^
던컨의 NBA 입성은 리그 판도를 바꿔놓았죠.
7풋의 초일류 1번픽 빅맨의 결합. 역사적인 골밑 듀오의 탄생이었습니다.
샷블라킹과 대인방어, 헬프디펜스에 극도로 능한 센터가 무려 두 명! 게다가 엄청나게 높고, 강하며, 무겁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 공격의 흐름을 읽는데 둘 다 탁월했죠.
이 둘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그야말로 난공불락 철옹성이 따로 없었습니다.
가드들이 스퍼스 골밑으로 들어왔다간 한꺼번에 달려들어 하늘을 가려버리는 -_-; 로빈슨과 던컨의 엄청난 높이 앞에 깨갱 하고 찌그러지기 일쑤였죠.
이렇게까지 강했던 골밑수비를 가진 팀이 역사에 있었을까요?
패리쉬-맥헤일이 제일 유력해 보이지만, 제 생각에는 이 두 콤비도 거의 모든 면에서 로빈슨-던컨의 수비라인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둘만으로도 천하 제일의 골밑수비를 가졌는데도, 스퍼스는 이 둘만 수비를 하는 팀이 아니었죠.
션 엘리엇의 끈덕진 사이드 스텝과 새로 가세한 터프가이 마리오 엘리의 헬프디펜스는 정말 탁월했습니다. 둘이서 사이즈와 윙스팬으로 물고 늘어지고, 어렵사리 이 둘을 돌파해 들어가면 시야를 가려버리는 던컨과 로빈슨의 어마어마한 높이의 블락샷......
그니까 스퍼스 상대로 득점을 하려면, 엘리엇을 크로스오버로 제치고, 엘리의 굵은 팔뚝을 뿌리치면서 페인트존으로 들어가서, 솟아오르는 던컨과 로빈슨의 트윈타워의 7피트 블락샷을 몸을 뒤집으며 피해 리버스 레이업을 넣는 겁니다......... 참 쉽죠..?
그런 수비를 가진 스퍼스가 우승을 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던 것 같습니다.
2003년 뉴저지를 좍좍좍 바르고 -_-; 우승을 한 후, 로빈슨은 파란만장한 농구인생을 우승으로 아름답게 장식하며 은퇴합니다. 이제 트윈타워는 해체되었습니다. 던컨 혼자서 남았...
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로빈슨 사라지자마자 스퍼스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수비수가 또 들어오죠.
짜라잔~~~~~~!
그 이름도 유명한 브루스 보웬.....
제 생각엔 끊임없이 공방을 주고 받던 레이커스의 라이벌리를 타개하기 위해, 레이커스의 핵심 공격수 코비 브라이언트를 주로 막을 목적으로 보웬을 영입했던 것 같은데,
보웬은 코비는 물론이고, 진공청소기처럼 전 포지션을 망라한 모든 에이스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코비, 카터, 티맥, 피어스, 해밀턴, 프린스, 매리언, 내쉬, 키드, 웨이드, 폴, 아레나스, 버틀러, 하인릭, 앨런, 레드, 노비츠키,
퍼리미터에서 농구깨나 한다는 선수는 그냥 무조건적으로 보웬이 막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마크만 한 것도 아니고, 아주 아주 아주 잘 막았죠.
엄청나게 빠른 손과 끊임없는 방해공작, 포지셔닝 방해와 아이페이크 방해, 슛 방해, 엔트리 패스 방해, 몸짓 방해, 크로스오버 방해, 스크린플레이 방해, 픽앤팝 방해, 손짓 방해, 돌파 방해..
진짜 방해하는 데는 귀신같은 선수라, 아무리 농구를 잘 하는 선수라도 보웬을 만나면 자기가 제일 자신있는 지점에서 공을 잡아도 진땀깨나 흘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보웬은 공격시에는 참여도가 적은 선수라, 그냥 모든 에너지를 수비에다 갖다 퍼부으니, 안 그래도 수비에 타고났는데 더더욱 무서웠던 셈이죠.
특히 상대팀이 에이스 한 명에게 의존하는 팀이라면 보웬은 그런 팀 킬러입니다. core 차단에 이보다 더 뛰어난 선수는 2000년도에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보웬의 거미줄 수비는 내쉬의 피닉스를 3년 내내 탈락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죠.
90년대 말 스퍼스가 그랬듯이 2000년대 스퍼스도 단순히 던컨과 보웬만 있는 수비팀이 아닙니다.
던컨이 골밑을 사수하고 헬프디펜스를 맡고, 보웬은 탑에서 강하게 에이스를 압박하고, 지노빌리와 파커의 스피디한 백코트는
공격이 끝나면 재빨리 백코트를 하여 트렌지션 디펜스로 상대편의 속공을 차단했고, 특히 이 둘은 대인방어보다는 협력수비에 특화된 특이한 수비수들입니다. 워낙 발이 빠르고 눈치도 빨라, 거미줄처럼 끈적하게 달라붙는 보웬 신경쓰랴, 그리고 보웬을 어렵사리 떼어놓고 돌파해 들어가면 금새 달려나오는 던컨 신경쓰랴 정신없는 상대편 공격수에게 갑작스럽게 안 보이는 곳에서 달려들어 스틸과 블락을 곧잘 하죠.
특히 지노빌리는 파커보다 큰 키와 좋은 운동신경으로 자기보다 큰 공격수들이 슛을 시도할 때 뒤에서 달려와 던컨과 함께 냅다 블락을 하는데 매우 능합니다. 스퍼스 경기를 보실 때 지노빌리가 수비시에 뭐하는가 자세히 보시면, 상대 공격수가 돌파를 할 때 자기 마크맨을 두고 잽싸게 달려와 블락샷을 시도하며 골밑수비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중요한 것은, 지노빌리가 골밑으로 달려올 때 던컨을 제외한 스퍼스 전원이 로테이션을 재빠르게 샤샥! 하고 돌려서 지노빌리가 버리고 가는 마크맨을 다른 스퍼스 선수가 달려와 막아준다는 것이죠.
얼마나 수비 연습을 많이 하는가가 그냥 너무 뻔하게 보입니다.
(06 플레이오프에서 노비츠키에게 파울을 한 것 이외에는 이 마누의 뒷통수 후리기는 항상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결과는 모르겠는데, 토니는 분명 둘 중 한 명의 블락샷에 걸렸을 겁니다.
르브론, 파이널까지 가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요. 파이널 시리즈 내내 혼자 스퍼스 수비 상대하느라.
르브론은 생전 처음으로 올라가본 파이널 1차전에서, 난생 처음으로 쏴보는 파이널 무대 첫 슛마저 보웬 신경쓰느라 던컨에게 블락당하고 맙니다.
그니까, 스퍼스를 상대로 공격을 하려면,
공만 잡으면 손으로 막 건드리고, 어깨로 쳐도 꿈쩍도 않고, 쫄지도 않고, 게걸음 재빠르게 막 디디면서 숨쉴 틈도 안 주고 졸졸졸졸 따라다니는 보웬을 3중 크로스오버와 비하인드 백 드리블로 제치고, 세 번째 걸음에서 꼭 스틸을 노리는 파커보다 더 빠르게 달음박질을 쳐서 파커를 따돌리고, 페인트존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공간을 죄어버리는 던컨을 아이페이크든 숄더페이크든 써서 속이고 더 가까이 골밑으로 들어가, 뒷통수를 노리는 지노빌리의 저격을 뒤를 보든가 직감으로 피하든가 어떻게든 피해서 덩크나 레이업을 하면 되는겁니다.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습니다.
스퍼스의 수비를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많이 겪어본 코비는 그래서 작년 서부파이널에서 보웬 딱 한명만 제치고 던컨이 달려오기도 전에 18피트에서 점퍼를 꽂아버리는 플레이를 자주 하면서 그나마 스퍼스 수비를 잘 상대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 코비 브라이언트는 mvp도 받고, 평균 35득점도 했고, 한 경기 81득점도 했고, 4경기 연속 50+득점도 했고, 퍼스트팀도 많이 해보고 득점왕도 해본 선수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 징그러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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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손에 걸려있는거 같은데;;ㅋㅋㅋ 골텐딩아니면 블락인듯
보스턴과 파이널에서 붙으면,,,,진정한 수비지존팀을 가리는,,,대결이될듯,,,,생각만해도,,두근두근하네요~엄청난 박력과 터프함이 난무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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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글이네요ㅋ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스퍼스와는 달리 피스톤즈도 상당히 매력적인 수비 로테이션을 구사하는 팀인데요. 피스톤즈의 끈적하고도 유기적인 수비 로테이션을 이와같은 글처럼 써주시면 스퍼스 못지않게 정말 재미있을거라구 생각하는데 부탁드려도 되려나요^^;?
부탁드립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
역시 닉매니아님글은 숨도안쉬고 읽게되는 마력이 있네요 ㅋㅋㅋ
마지막 사진 퍼갑니다 ^^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징그럽다는말....참 딱이네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이 수비를 깰 수 있겠죠~?? 우와~~ 숨이 탁 막히는 글이예용~^^ 안 쉬고 읽어 내려갔다는....ㄷㄷㄷ
그런데 이팀 보다 더 토나오는 디펜스 팀이 나왔죠.. 보스턴 진짜-_- 그래도 과거 로빈슨-던컨 7풋라인보단 덜하지만 현재로선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1위 보스턴 2위 센안,디트 4위클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WOW~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
정말 코비만큼 산왕의 수비를 겪어본 사람이라곤 필잭슨일겁니다. 아우 징그러워 ㅜ ㅜ
토니의 사진은 기억이 나는데요. 블락을 당하지는 않았고, 그냥 슛이 미스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ㅎㅎㅎㅎ
아 그리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에 좀 담아가겠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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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알겠습니다. 노력해볼게요.
오늘은 이 위대한 팀들 중에서, 가장 최근까지 그 수비의 위력을 자랑했던, 그리고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우승을 이루어낸 스퍼스의 수비를 떠올려보는 시간을 잠시 갖고자 합니다. ^^<--- 여기 읽으면서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첫사랑 이야기 해준다 할때 환호하던 기분이 떠올랐습니다. 아흑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 의외로 코비가 힘들어하는것은 보웬이 들어왔기 때문이 아니라 마누의 성장이 코비가 버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는 코비가 그냥 천천히 뛰어도 수비에서 전혀 부담이 없기때문에 팀은 리드를 크게 주지는 않았지만 마누의 공격력 때문에 코비가 초반부터 수비의 압박을 느끼다보니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어쩔때 보면 뉴욕매냐 님은 스퍼스를 굉장히 싫어 하시는것 같은데...ㅋㅋ 이런 훌륭한글 써주실때는 정말 감사하더라구요..ㅋㅋㅋㅋ
싫어한다고 잘하는 것을 못한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
보웬은 빌럽스 카멜로 앤써도 수비하잖아요 근데 앤써 수비하면 왠지 금방뚤릴거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