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ark에서 답답한 Project Manager를 어르고 달래며 일을 마무리하고나서 그에게 숙제를 주고는 12경 역으로 향했습니다.
이 친구, 택시를 불러달라 했더니 자기가 데려다준다 하며 자그마한 Renault로 가서는 문을 열더군요.
차에 타자마자 하는 말, "나는 운전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 그... 그... 그래서요?"
"꽉 잡아요."
허걱...
공장 정문에서 좁은 길을 따라 2~300미터 되는 길을 냅다 달려 정신을 못차리게 하더군요.
그리고 길에 들어서자마자 그 좁은 왕복 2차로 길을 시속 8~90Km로 열심히 달렸습니다.
영국은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지라 왼쪽 앞자리에 앉은 저는 그만 운전장치가 모두 사라진 미친 자동차를 타고 가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식은 땀을 흘려가며 10여분만에 도착한 역에서 그래도 "고맙수..."하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담에 또 오슈~~" 하는 그의 인사를 들으며 "이 친구야, 내가 또 오면 그 때는 정말 큰 사고 터진겨, 알고나 있어?" 하는 말을 속으로 되뇌이며 얼른 역으로 들어가 표를 끊고 플랫폼으로 달어갔습니다.
이렇게 한군데 일을 또 마치고 주말을 보내기 위해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호텔로 왔지요.
하도 일정이 바뀌는지라 트라팔가 광장 근처에 잡아두었던 호텔은 예약을 취소했었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무작정 인터넷만 보고 예약한 호텔이 대박이었습니다.
바로 St. Paul Cathedral 바로 길 건너 건물이었으니까요.
호텔 체크인을 할 때만 해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짐을 대충 풀고 3Pound 밖에 남지; 않은 전화 카드 충전도 할 겸 밖으로 나와 무작정 왼쪽으로 접어드니 엄청난 석조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St. Paul 대성당이었지요.
행운은 계속되어 배가 고파 뭣 좀 먹을만 한 곳을 찾으려 길을 건너니 조금 큰 골목에서 웬 사람들이 X 떼처럼 나오더군요.
'뭔 사람들이지?' 하며 그 인파를 바라보는데, 인파속에서 들리는 말소리가 최소한 20여개 언어는 됨지;ㄱ한 것입니다.
뭔가 있겠다 싶어서 그 길로 들어서니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심상치 않더군요.
자그마한 길을 건너보니 바로 테임즈강으로 가는 길이었고, 걸어서만 건너게 만든 명물다리 Millenium Bridge로 통하는 길이었던 것이지요.
그 다리에서 바라보니 London Bridge도 보이고, 다리건너가 바로 그 유명한, 발전소 건물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TATE 미술관이었지요.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X 잡는다더니 (요즘은 함부로 말해선 안되는 이름이라 X로 표기합니다... ㅡ.ㅡ;;) 이게 바로 그런 격이었지요.
늦은 점심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들어선 길에서 저런 엄청난 보물을 발견했으니...
밥이고 나발이고 무작정 들어갔더니 Ticket은 이미 매진...
하는 수 없이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카페에 들어서 커피 한잔을 놓고 기가막힌 전망을 감상했지요.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고위도의 나라에서 이른 석양을 바라보며, 그리고 기막힌 경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은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니는 무신경한 저에게도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이거... 염장질 맞습니다... ㅡ.ㅡ;;)
잘 찍힌 사진 한장을 한국에 있는 지인 몇 사람에게 즉석에서 전송하면서 몸을 녹이고 나와 다시 강을 건너 대성당 앞으로 돌아왔지요.
그 성당 앞에는 "Wall가를 점령하라!!" 라는 구호로 시작된 신 자유주의 금융 반대 시위대가 텐트촌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구호도 여러가지 있었지만 재미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났냐?"라는 말과 비슷하게 "사람이 시장을 만들었지, 시장이 사람을 만들었냐?"라는 구호도 있더군요.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금융 시위의 물결이 대서양을 건너 이곳 런던 한복판에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시위데ㅐ 외곽에서 안전 관리만 하고 있는 런던 경찰을 보며 며칠 전 FTA 반대 시위대에 그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물벼락을 안긴 어떤 나라 경찰이 떠올라 씁쓸해 지더군요.
오늘의 기록을 사진으로 올립니다.
St. Paul Cathedral 정면입니다.
웬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오기에 가 보았더니 Millenium Bridge로 가는 입구였습니다.
Millenium Bridge에서 바라본 London Bridge입니다. 당연히 이 강이 Themes강이지요.
템즈강을 운항하는 유람선입니다. 선실은 고급 식당이더군요.
Millenium Bridge 중간에서 바라본 St. Paul Cathedral입니다.
Millenium Bridge입니다.
이 건물이 옛 발전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TATE 미술관입니다. 그래서인지 1층 전시실 이름이 Turbine 전시실입니다. 발전소 Turbine실이었던 곳이었나 봅니다.
흰 티셔츠를 입은 아가씨가 열심히 전시 팜플렛을 나누오주고 있었습니다. 쌀쌀한 강바람이 부는 가운데서도 타셔츠 몇장만 입은 채 열심히 나눠주고 있더군요.
TATE 미술관 7층의 Cafe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그대로 그림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관광 안내소입니다. St. Paul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것입니다.
Millenium Bridge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세워진 '소방 영웅 기념 동상'입니다.
ST. Paul 대성당 입구는 이렇게 시위대의 텐트촌이 되어 있었습니다.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경찰입니다. 질서 유지만 하고 있더군요. 어느나라는 냅다 물벼락이나 퍼 붓는데...
주변 건물 기둥에 나붙은 구호들입니다.
맨 위에[ 써 있는 구호가 의미심장합니다. "사람이 시장을 만들었지, 시장이 사람을 만든 것은 아니다." 우리 식대로 한다면 "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났냐?" <-- 딱 요 말이지요. ㅎㅎㅎ
임시 화장실도 갖추오 놓고, 주변에는 일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가서 저녁이나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에 그만 점심 식사도 거르고 커피 한 잔으로 때웠네요.
배고파요... ㅜ.ㅜ
첫댓글 반 세계화, 반 신자유주의 시위가 런던에서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군요. 우리 나라 시위처럼 열정적이고 격동적인 장면도 세계 기준으로 보면 손에 꼽을 정도지요. 테이트 미술관 안에 들어가 구경은 하지 않았나요? 아주 좋은 곳이라는데요.
TATE 미술관은 당일 티켓이 매진이라 못봤고, 오늘 저녁에 국립 미술관에서 고호를 만났습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은 붓의 움직임에 놀라고, 그 부드러움과 그 속에 감추어진 힘, 지독한 열병을 해바라기에서 보고 왔습니다.
오늘도 역시 흥미진진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