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생각.
어제 조선일보 김민철의 꽃 이야기 난에 " 탱자, 시큼달큼한 우리네 인생 " 이란 글을 읽었다.
나는 탱자란 이름만 들어도 묘하게 시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고 어린시절이 생각나고 처가가 있던 시골이 생각나기도 한다.
나는 태어나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마산시 장군동에 살았으며 집앞에는 크다란 밭이 있고 마당에는 큰 정원이 있던 일본관사집에 살았는데 그 집 울타리는 일본식으로 일부는 판자를 이어 만든 울타리로 되어있고 나머지는 빽빽한 탱자나무 울타리로 되어 있었다. 판자로 이어 만든 울타리는 도둑들이 넘어올려면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탱자나무 울타리는 도둑들이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철옹성이었는데 가을이 되어 탱자들이 노랗게 올망졸망 달리기 시작하면 울타리 전체가 한폭의 풍경화가 된다. 노란 탱자를 하나 따서 입에 물어보면 시금털털하여 오만상을 찡그리는데 책장에 얹어놓으면 그 향기가 오래 오래간다. 탱자나무아래 조그만 쥐구멍이라도 뚫리면 그 사이로 병아리나 닭들 그리고 강아지들이 후벼파서 들락날락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한 나의 장인 장모가 누워 계시는 논산과 공주 중간쯤에 있는 처가의 선산에 성묘하려 가 보면 올라가는 길섶에 큰 탱자나무들이 서 있는데 거기에 달리는 탱자들은 유난히 크고 색깔도 샛노랗고 해서 몇개 따서 차속에 얹어놓으면 은은히 풍기는 그 향기가 참 좋았다.
탱자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추운곳에서는 자라지 못해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이남에 주로 서식하는데 따라서 서울에서는 탱자를 보기가 쉽지않다. 나는 어디던지 탱자나무가 보이면 눈여겨 살펴보는 편인데 우리집옆 상현중학교의 개나리울타리옆에 한 포기를 발견했으나 그렇게 튼실하지가 못하고 열매를 볼 수도 없는데 내년 봄에는 비록 나의 소유가 아니지만 그 탱자나무를 잘 가꾸어 키워볼려고 한다.
김민철의 이야기에 의하면 윤대녕의 소설 '탱자'를 읽고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고 하니 그 소설을 찾아서 한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