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환승
2012년 3월 17일 토요일, 우리 일행은 가벼운 설레임을 안고 0020시발, 싱가폴행 싱가폴항공 SQ609편에 탑승합니다. 야간비행임에도 이 커다란 비행기는 거의 만석 입니다. 다소 의아한 점은, 우리 일행외에 한국인 탑승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외국인이고, 다이버 또한 우리 일행이 전부일 것입니다.
야간비행을 경험하신 분들은 잘 아시지만, 잠을 청하는 일이 능숙한 분들처럼 다행한 일은 없습니다. 그 고충은 난기류가 심하고 케빈창 밖은 칠흙같은 암흑이므로, 저처럼 예민하여 잠을 이루는 일이 고달픈 인생은 참으로 한심합니다. 난기류의 충격에 간이 툭 내려앉아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하는 불쾌감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합니다.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0630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그러나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일본 비디오를 3편이나 감상한 것입니다. 다만, 특별히 생각나는 장면을 단 한편도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는 사실이 어이 없습니다.
서울 - 싱가폴 간에는 겨우 1시간의 시차가 있을 뿐이고, 그 시차의 공백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거대한 창이공항의 압도적인 대규모 시설에 끌리면서, 우리 일행은 조심스레 환승 게이트를 통과하고 환승터미널에 안착합니다. 환승편에 탑승하려면 아직도 3시간의 여유가 있으나, 그저 짜투리 시간에 불과하여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24시간 깨어있는 창이공항의 기반시설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면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먼세품 쇼핑을 즐기는 일 외에는 달리 할일도 없습니다. 아, 그 전에 서둘러서 해야할 일은, 충분히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만한 화장실을 찾아서, 출국전에 입고 있던 두터운 동복은 벗어 던지고 완벽한 하복으로 환복하는 일이 급선무 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출국전 인천은 섭씨 영하 8도의 동절기 였지만, 이제부터는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상하의 기온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이공항의 서비스 시설중에 특별히 관심을 끈 것은 "발맛사지기"입니다. 이것은 무료 이용자가 원하는 만큼 얼마던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용자가 너무 많아 과부하 상태임이 분명합니다. 많은 수의 기기들이 작동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0925시, 싱가폴발 마나도행 MI274편에 다시 탑승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만석임은 한눈에 알 수 있으나, 역시 한국인은 우리 일행이 전부이고 대부분의 승객은 싱가폴인 휴가자들 입니다. 4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구름위로 화창한 햇빛이 눈 부십니다. 햇빛이 새하얀 구름에 산란을 일으킨 때문이지요.
1330시, 우리 비행기는 조옹히 마나도공항으로 미끌어 지듯이 착륙합니다. 참 솜씨좋은 기장이 실력발휘를 했다고 느끼면서 케빈창 밖을 내다 보는 순간, 아뿔싸!! 점잖게 비가 내리고 있지 않는가. 구름위를 고공 비행하는 동안과 비교하여 극히 대조적인 상황에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여기 마나도는, 아직은 우기임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이 지방은 11월 부터 3월 까지 5개월간이 우기라고 합니다.
후덥덥한 적도 부근 상하의 나라에 발을 내디뎓음을 감내하며, 창이공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낙후된 서비스 시설에 저개발국을 방문하고 있음도 느낍니다. 수백명의 승객을 상대로 단 2명의 입국심사관이, 거의 숨이 넘어갈것만 같은 수준의 느린 속도로 한없이 더딘 입국심사를 진행중입니다. 게다가 공항이용료 명목으로 입국비자요금을 각자 USD25.-씩 부과 합니다. 우여곡절끝에 입국 및 세관심사를 무겁게 통과하고 공항 출구를 나서자 빗줄기는 더욱 굵어 집니다.
반가운 일은, 미리 정한 리조트, 코코티노스Cocotinos의 스탭 여러분들이 아주 능숙한 솜씨로 장비가방들과 여행가방등을 순식간에 챙기고 상차하여, 우리 일행들이 전혀 손쓸 일이 없도록 배려합니다. 그리고, 4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참았던 흡연의 물꼬가 사방에서 퍼집니다. 아, 아직도 이 지역은 흡연욕구에 관대 하구나!! 여기저기 재털이가 산재해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는보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발휘하여, 비가 내리고 있는 마나도 공항 근처를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살펴 봅니다. 그저그뿐, 우리 일행은 곧 승용차 2대에 분승하고, 또 다른 트럭 한대 가득 가방을 채우고 30분쯤 달려 갑니다. 우리나라 60년대의 시대풍경이 펼쳐지는 시골길을 거침없이 달렸습니다. 교행하는 차량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리조트, 코코티노스는 마나도를 한참 벗어난 워리Woro라는 이름의 작은 해안 마을에 자리하고 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첫댓글 몇군데 철자를 수정하면 최고의 여행기 입니다...ㅎ...
노사님이랑 나랑 지금 같은 시간에 보나봐여..댓글 올리는 시간이 불과 5분차이네여.. 안주무시고 바사나 탐방 하시네여..ㅎㅎㅎㅎ
벌써 여러분의 독자를 확보하여 스스로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죽을 쑤고 있어서야, 제대로 연재가 될 수 있을지, 송구 합니다.
아~ 내가 이글을 10년 후에 읽어도 세세히 기억이 날 거 같아요..까막히 잊어버리고 있다가 10년후 어느날 이글을 다시 보면서 추억할 날이 오겠죠?
너무 상세히 적으셔서 마나도에 있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