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새벽 3시경 강빛마을에서 출발하여 04시에 성삼재에 주차하고 노고단에 올라
일출과 운해를 즐긴후 반야봉까지 갔다오는 18Km(8시간~10시간 소요) 산행이었다.
그런데 변덕 잘 부리는 여름 일기예보가 더 안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버렸다.
일출과 운해는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오후내내 비가 내리다가 18시 경부터 개임이었다.
의논하여, 출발시간도 08시로 늦추고 정령치에 차를 대고 세걸산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텅텅 빈 정령치(1172m)에 차를 주차하고 큰고리봉(1305m)을 넘어 세걸산으로 가던 중
하늘이 점점 수상해져 정령치로 돌아 왔다.
다음날 일기예보가 아주 긍정적이라 일정을 수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령치에서 가져온 행동식으로 점심 해결하고 오후엔 강빛마을 부근을 산책하고 다음날 새벽
일찍 노고단에 올라 일출과 운해를 보기로 했다.
정령치와 큰고리봉 일대의 풍경을 사진은 찍었으나 볼만할 수준이 못되어 대부분 빼버리니까
사진이 모자라 다음날 노고단에서의 사진 십여장 추가하여 올린다.(앞번에 올린 노고운해
사진과는 중복되지 않도록 선정하였음)
1. 정령치에서 큰고리봉을 지나...
2. 강빛마을과 대황강 산책길
3. 노고단 일출전과 후
첫댓글 흐린 날씨 속에 정령치에서 섬세하고 멋있게 잡은 찰영의 진가 ! 그 화폭 속에 산을 사랑하는 개구쟁이 사내들^^
구례에 사는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을 올립니다. 옥교수의 지리산 사진이 더 실감 날지 모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