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국 답사 14＞ : 경기 둘레길, 한강을 걷다(전류리 포구에서 김포 에코 센터)

[흐르는 등불]

경기 둘레길, 한강을 걷다(전류리 포구에서 김포 에코 센터)

1. 서울에서 차가 막힐 때, 교통체증으로 답답할 때도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이다. ‘강변북로’를 달리던 차가 차량증가로 인해 멈추지만 그때 주변은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강과 주변 건물들의 조화는 서울의 답답함을 씻어주는 최상의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한강은 서울과 고양, 김포와 파주를 지나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에서 북쪽에서 흘러내려오던 임진강과 합류하여 ‘조강’을 이루고 서해로 흘러나간다. 최근 강화도, 김포 전망대를 통해 강들의 흐름과 정확한 합류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늘은 어쩌면 한강의 마지막 답사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전류리 포구로 갔다.

2. 전류리 포구는 한강 하류 마지막 포구이다. 임진강과 만나기 전 마지막 한강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소인 것이다. 전류리 포구에서 일산대교까지 한강 김포 구간은 철조망으로 막혀있고 해병들이 순찰한다. 얼마 전에 지뢰가 흘러내려왔고 언제든지 침투가 예상되는 위험한 지역이다. 김포 애기봉에서 그러한 위험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었다. 바로 눈앞에 북한의 땅이 펼쳐지고 있었다. 전류리 포구에서 파주 동패동까지 경기둘레길 4코스와 평화누리길이 진행된다. 이 길의 파주와 고양 구간은 지난 번 걸은 관계로 오늘은 김포 구간을 걷기로 했다.

3. 전류리 포구에 주차하고 한강을 옆에 두고 걷기 시작한다. 비록 철조망이 시야를 가리고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며 바라보는 한강의 모습은 항상 바라보던 한강과는 다른 새로운 광경이었다. 파주와 고양의 높은 건물들이 연이어 이어지고 내가 살고 있는 심학산의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약 1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김포 에코 센터, 생태 공원이 나타난다. 넓은 땅을 개발하여 여유로운 휴식터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그 사이를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생태 공원 중심 높이 솟아있는 전망대는 ‘코로나’로 폐쇄되어 있었다. 아쉬웠다. 오늘같이 청량한 날씨에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모습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최상의 경관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우나마 건물 가장 높은 곳에 올라 한강 하류를 바라본다. 멀리 통일전망대와 반대 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임진강이 아득하게 보였다.

4. 앞으로 더 걸어 일산대교까지 갈까 생각하다가 원점으로 회귀하기로 했다. 한강을 천천히 다시 보고 싶은 생각과 함께 돌아갈 교통편도 애매했기 때문이다. 좋은 장면은 반복해서 보면 더 좋아진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좋음’에 대한 생각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한강 하류를 중심으로 파주와 김포 그리고 강화도의 관계가 익숙해져간다. 익숙해지는 장소는 이제 관광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다른 곳에 답사를 갈 때,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항상 ‘서울’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나의 중심은 서울이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파주’와 그 주변과의 친숙도가 강해진다. 이제 어디서 왔느냐 물으면 파주 ‘교하’라 말해야겠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조강을 이뤄 서해로 흘러가는 멋진 장소라고 말이다.

[보보]

- 사진 속 철조망이 보여주는 풍경이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