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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7개월째인 모영광군의 어머니 박혜숙씨가 영광군의 사진이 실린 전단지를 보고 있다. 정종회기자 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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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찾을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마저 없어지려 합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복지재단 부산지부가 1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 대공원 입구에서 시작한 '장기미아 찾아주기 캠페인'에 참가한 장기미아 모영광(3)군의 어머니 박혜숙(32)씨는 '희망마저 사라져 버린 가족들의 가슴에 우리 이웃들이 희망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이날 미아예방 이름표를 어린이들에게 달아 주고 미아발생대처 요령 및 아들 영광군을 비롯한 부산지역 장기미아 5명의 사진이 들어있는 전단지 5만장을 나눠 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달로 영광군 실종 7개월째로 박씨는 얼마전 살고 있던 해운대를 떠나 이사를 해야만 했다. 영광군이 실종된 인근 지역을 지날 때마다 모습이 눈에 선해 무너지는 억장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광군이 사라진 것은 지난해 10월 10일 오후 2시께 해운대구 우동 성불사 앞산. 이날 영광이는 누나(6)와 함께 어린이집 소풍을 떠났다. 주차장 근처에서 간식을 먹고 나무타기 놀이를 하던 영광이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미처 챙겨보지 못한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러는 사이 벌써 7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가족들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함께 소풍을 갔던 남동생이 사라지고 난 후 누나는 이웃들의 시선과 질문 공세 속에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버지도 생업을 포기한 채 3개월간 회사를 휴직하고 영광이 찾기에 발벗고 나서야 했다.
그동안 전단지 20만장과 현수막을 제작하느라 들인 돈도 4천여만원이 넘었다. 서울에 있는 복지단체라는 단체는 거의 모두 돌아 다녔고 조그만 제보에도 현장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집안일은 뒷전이 되기 일쑤였다.
박씨는 '지금은 이렇다할 제보도 뜸합니다. 누군가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아이를 찾기는 힘든 상태죠'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가 이번 캠페인에 나선 것도 차마 견디기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을 보낸 가족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경찰도, 정부도 아닌 바로 주위의 이웃들이라는 생각에서다.
하루하루 멀어져가는 영광이의 얼굴과 절망을 되돌려놓기 위해 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박씨의 모습이 장기미아로 고통받고 있는 대부분 부모들의 마음이다.
한국복지재단 부산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아발생 접수건은 전국적으로 736건. 이 중 약 30%인 200여명의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미아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부산 지역에서도 영광군을 포함해 6명의 어린이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방준식기자 anubis74@busanilbo.com
5월5일 미아찾기 캠패인 국민 호소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이를 잃어버리고 찾으러 다닌지 7개월째인 모영광 엄마입니다.
여러분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을 아십니까?
그 마음을 십 분의 일라도 이해하십니까?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아니요!!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픈지, 건강한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앵벌이로 힘들게 지내는 건 아닌지, 야산에 파 묻힌건 아닌지, 입양으로 이땅을 떠나버린건 아닌지,,,
그 막막함을 여러분들이 이해하신다구요?
오늘 이렇게 공원에 아이들과 함께 오신 여러분은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저희 실종자 가족들은 참 힘들었습니다.
부모들의 울부짖는 소리는 바위에 계란치기였으니까요!
그 누구하나 구천을 떠도는 아이들의 사무치는 외침을 들어주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몇개월 동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이유없이 생명을 잃은 그 아이들로 많은 것이 변한 것입니다.
전국에 산발해 있던 시설들이 파악되고, 장기미아 전담반이 생겼고, 시민단체에서 그렇게 반대하던 DNA구축이 시작된 것입니다. 단순 실종사건에도 초동수사가 강화되고 공조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것일까요?
저는 아직도 속상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언론의 이벤트성 보도도 화가 납니다. 시민단체의 생각 없는 발언에 너무나 화가 납니다.
이번 일을 통해 미국이나 선진국의 미아관련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시스템을 조사하면서 다시 한번 더 화가 났습니다. 이런 나라에 아이를 낳고 기를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이 더욱 화가 났고 이 탄핵정국은 미치도록 화가 납니다. 이 땅에서 우리 아이들의 인권을 어디서 찾아주어야 합니까. 탄핵정국을 만드는 열정만큼 국회와 대통령이 국민의 민생치안에 열심을 다하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이제 아이들의 인권 앞에서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정당간 당론도, 각 부처간의 책임전가도 어떤 시민단체의 구호도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 모두가 힘을 모을 때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아동학대와 성매매와 아동의 실종 및 유괴납치에 있어 이제 어떤 이유도 그 앞을 가로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이 땅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에는 저도 아이였습니다. 여러분도 아이였습니다. 20년 후에는 우리 자녀들이 분명 기성세대로 당당히 이 나라를 이끌어 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땅의 미래를 보호해 주어야합니다.
지금 해야합니다. 한해도 아깝습니다. 한달도 아깝습니다.
지금 아동법을 다시 세우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수고가 물거품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들은 더욱 간절히 17대 국회에서는 법안이 통과되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 나라에는 전무후무할 정도로 아동과 노약자를 보호하는 관련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법안이 잃어버린 우리 아이만을 위한 법안일까요? 저희는 다시는 저희처럼 고통 받는 부모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그 절망을 그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저는 지난 개구리소년 장례식에서 분명히 들었습니다.
정부당의 의장께서 분명 “이 어린아이들의 영정 앞에서 법다운 법을 만들어 바치겠노라고”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로 가슴 아픈 부모가 없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저희 가족들은 끊임없이 요구할 것입니다.
다음은 누구차례가 될지 모르니까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집 앞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5월 5일 입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하나 더 선물해주는 것이 어린이날의 의미일까요?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이 보호해야할 대상인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를 단지 나의 대리만족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진정 우리 아이와 그들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기성세대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밑거름이라도 만들어 놓아야하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관심이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단체 여러분들의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