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입니다.
교장의 죽음을 보면서 진교사의 고통이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저의 지난 일이 생각이 납니다. 제 글을 읽으시면 교장의 권위의식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으며 진교사가 진술했던 내용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학교는 전학년 통털어 5학급의 작은 학교였으며 유치원 교사 포함 여교사가 3명이었습니다. 그 때 그 학교는 전 직원이 점심으로 밥은 집에서 가지고 오고 반찬은 여교사가 돌아가면서 학교에서 준비했습니다. 가끔 반찬을 가지고 오는 분들도 있었지만.
하루는 아침 조례 후 교감 선생님께서 여교사만 교무실에 남아라는 거였습니다. 무슨 일일까? 1교시 수업도 해야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때부터 교감 선생님은 교사들이 사용하는 부엌이 더럽다고 하시면서 도대체 여교사들이 세명이나 있으면서 뭘 하느냐고 꾸중을 시작하셨습니다. 무려 1시간 30분을요. 그 시간동안 3명의 여교사가 들어야했던 엄청난 말들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그 시절 저는 나름대로 아이들 사랑에 푹 빠져 있었고 이 세상에서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아이들에게 조금 소홀했던 여교사에게는 월급 받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말까지 하면서 .....
1시간 30분동안을 꾸중하시고 난 후 저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교사라는 이유로 아이들 수업도 못하고 교사들 점심 설겆이, 찻잔 씾지 않은 일로 그 긴 시간 꾸중을 들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 생각을 정리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교감선생님 앞에 놓여있던 화분 하나가 저의 얼굴을 향해 날라왔습니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느껴 얼굴을 약간 돌렸습니다. 그 화분은 저의 귀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저는 안경을 끼고 있는데 저의 순발력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그 화분은 저의 안경쓴 얼굴 정면을 때렸을 것입니다. 그 화분은 교무실 바닥에 산산 조각이 났습니다. 그 이후 저는 전교조에 가입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전교조를 제외한 어느 단체, 어느 기관도 약한 교사의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전교조를 가입한 후 저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교사 개인의 힘은 너무 약하지만 단체의 힘은 강했습니다. 그 시절 전교조가 저를 지켜주었기에 저는 당당하게 신명나게 아이들 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생각해도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학교 일에도 열심이었습니다. 단지 업무가 너무 많아(수시로 공문서 처리할 것은 집에 가지고 다녔을 정도임) 학교 부엌을 깔끔하게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을 뿐입니다.
지금도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단지 여교사라는 이유로 ......
지금은 그런 교감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교장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시절 교감선생님들이 지금 교장의 자리에 앉아있으니까요. 개가천선하지 않은 이상 그런 사고를 가졌던 사람들이 얼마나 바꿨을까요?
중요한 것은 교사가 즐거워야 아이들도 신이 나고 즐겁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신명나게 가르칠 수 없는 분위기라면 학교는 제 역할을 잘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장선생님! 학부모님! 교육 관계자 여러분!
저는 정말 즐겁고 신명나게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 보람된 일, 즐거운 일이 아이들 가르치는 일임을 굳게 믿고 평생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교사들 좀 신명나게 해주세요. 그리고 학교 민주화를 일궈낸 전교조를 매도하지 마세요. 전교조가 없었다면 이 땅의 교사들은 아이들 앞에 더 쳐진 어깨로 설 것입니다.
교장의 죽음은 자신이 선택한 죽음입니다.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질 것을 부끄러워 한 것이 아닐까요? 혹시?
그리고 진선생님 힘내세요. 자신의 행동을 이 땅의 교육발전을 위해 잘한 일이라 생각하세요. 이번 일이 없었다면 서교장과 같은 사고를 가진 교장들은 또 그런 행동을 할테니까요. 돌아가신 분은 안됐지만. 종교에서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자살을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라고 합니다. 그 용기로 사고를 바꿔 멋진 교장이 되어 우리 교육계를 빛낼 수도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