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젊은 20대 여배우 대신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나이 든’ 배우들이 득세하고 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감독·영화사봄 제작)의 이미숙(42),
전도연(30)과 ‘아카시아’(박기형 감독·다다필름, 아름다운영화사 공동 제작)의 심혜진(37)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20대 여배우는 가질 수 없는 관록과 노련미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력과 흡입력은 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기다.
‘스캔들~’에서 요부 조씨부인 역을 연기한 이미숙은 관록미에서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80년 ‘불새’로 데뷔해 연기 경력이 자그마치 23년이나 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절녀 숙부인을 유혹하도록 내기를 제시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오랜 시간의 흐름에서 얻어진 게 아니다.
캐릭터에 억지로 자신을 구겨넣지 않고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은 영화가 흔들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바람둥이 조원(배용준)과 음탕한 대사를 흐트러짐 없이 태연하게 주고받는 장면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정절에 목숨을 건 숙부인 역의 전도연은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조원의 철저한 공략에도 불구하고 은장도를 몸에 지니고 정절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조원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까지 감질나게 만든다. 결국 마음을 열고 벌이는 조원과의 정사신에서
전도연은 가슴을 노출하는 과감한 연기로 역시 프로답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심혜진도 원숙미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10년 넘게 아이가 없어 아이를 입양한 뒤 무서운 일을 겪게 되는 주부 미숙 역을 맡은 심혜진은
최근 공개된 포스터에서 강렬한 눈빛만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무섭다’ ‘역시 심혜진이다’는
팬들의 반응에서 읽을 수 있듯이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저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