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식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시스템…
기다리는 손님도 노는 직원도 없어
베트남 미용실 업계에서 최근 한국 업체가 '대박'을 터뜨렸다.
미용실 경영에 제조업의 첨단 노하우를 접목시킨 게 비결이다.
호찌민 도심에서 가까운 '3군 지역'의 '아트헤어(Art Hair)' 미용실<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이 미용실은 일단 매장 규모부터 입이 딱 벌어진다.
지상 4층에 연면적만 1200㎡(약 360평). 웬만한 한국의 동네 미용실 10여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 크다.
하루 고객은 평균 1000여명이고, 90% 이상은 베트남인이다.
바쁠 땐 하루 1500명이 찾는다.
개점시간(오전 7시30분~오후 10시)을 감안하면 시간당 100명 이상이 찾는 셈이다.
이 미용실의 운영 기업인 'B.B.다이밍' 이영훈 대표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단일 매장으로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손님 머리를 직접 만지는 미용사가 60명, 보조 직원까지 합치면 300명에 달한다.
직원은 한국인 매니저 2명을 빼고 모두 베트남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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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치민(베트남)= 유하룡 기자
이 미용실은 외관부터 다른 미용실과 차이를 보인다.
4층 전체를 통유리로 처리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베트남에선 간판만 미용실로 내걸고 퇴폐행위를 하는 미용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 차별화 조치였다.
이 대표는 이 미용실에 150만달러를 투자해 모든 미용 시설을 현대식으로 꾸미고,
고객을 위해 인터넷이 가능한 PC 10여대도 들여놨다.
그러나 가격은 결코 비싸게 매기지 않았다.
커트 가격이 평균 3만5000동(약 2000원)으로 다른 미용실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익을 낼까?
해답은 박리다매(薄利多賣)이다.
싸게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긴다는 제조업식 접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미용실의 최대 문제인 대기 시간을 없애는 게 과제였다.
해결책은?
이 질문에 전혀 뜻밖에도 "도요타식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생산 시스템"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분석기법을 썼단 말일까?
이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1층 접수창구에서 내방한 고객의 이름과 성별, 연령, 일자, 내방 시각, 커트 종류, 선택한 미용사 이름 등을 빼놓지 않고 받아 이를 시간대·요일·월별로 데이터화했다"고 말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고객이 많고, 어떤 요일에 손님이 더 몰리는지 등을 분석한 것이다.
이 대표는 "고객이 많은 시간대와 요일에는 미용사를 더 투입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줄이는 식의 신축적 운영으로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고 설명했다.
손님이 없는 시간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 시간대 내방 고객에게 각종 할인 쿠폰을 제공해 유인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조치로 이 미용실에선 기다리는 손님도, 노는 직원도 거의 사라졌다.
이 미용실은 또 다른 베트남 미용실과 달리 성과에 따라 미용사에게 인센티브 보너스를 준다.
모든 디자이너는 월 150~500달러의 기본급만 받고, 나머지는 성과 보너스 형태로 차등 지급받는다.
디자이너는 숙련도에 따라 A부터 C까지 등급이 나뉘고, 같은 커트에도 다른 요금을 받는다
. 고객의 지명이 늘수록 수입도 늘어나는 구조다. 따라서 고객 만족도와 커트 품질을 높이기 위한 동기 부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아트헤어 미용실도 초창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와 미용 자질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오픈 초기 손님에게 인사하도록 의무화했더니, '자존심 상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간단해 보이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제조 과정도 매뉴얼이 560페이지나 된다"면서
"우리도 한 걸음 더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각종 미용 과정을 매뉴얼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