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터와 백무동 사거리를 지나 한여름 소금짐 끌고가는 나귀쇠처럼 팥죽 같은 땀을 노드린듯 철대방죽으로 뻘뻘거리며 죽기 살기로 오르는데 등로 한가운데에 웬 불그스레한 나무토막이 가로 놓여 있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싶어 침침한 눈을 문질러 올빼미 눈처럼 동그랗게 기를 모아보니 아, 글씨 이놈이 전설로만 떠돌던 그 유명한 지리산 삼보중의 하나인 불모사가 아닌가.
허 ,, 이런 귀물을 어찌 이리도 죄많고 탈많은 우매한 백성에게 허락 하셨을꼬, 고맙고 또 고맙도다
감사한맘을 이기지 못하여 몇 번이고 작렬하는 태양을 바라 하느님 부처님을 찾으며 축수를 개어 올린다.
원래 지리산의 삼보라 하면 하늘의 신비한 기운이 영글은 천왕봉의 일천년 만왕 산삼과 옥황상제가 손때먹여 기른 칠선폭에 산다는 백마록의 용(녹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리산의 희귀한 약초로 살을 찌운 불모사(붉은 살모사)를 일컫는데 우짜자고 이리도 귀하고 귀한 영약이 내눈앞에 현신했을꼬,,
불현듯 며칠전 아내의 지청구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밥 대신에 토마토래두 좀 갈아 달랬더니,
“아니, 정성 들여 갈아 멕이면 뭘 하냐구. 빌빌거리기는 매일반인데.”
하며 퉁박을 사정없이 내지른다.
무춤허니 섰다가 뒤돌아 나오면서 속으로,
‘뭐 누군 빌빌거리고 싶어서 행사가 개차반인줄 아나.. 니미럴 이더위에 새끼들 멕여 살릴려고 뼈골이 부서지는데 난들 무슨 통뼈라고 항우의 절륜함이 남아 있을꼬. 괜히 아침부터 악지를 쓰고 지랄이여, 씨이.’
혼자 궁시렁 툴툴거리며 쳐진 어깨를 땅에 끌며 대문을 나서는데 생각허니 원통 절통이 비견할데가 없다.
그러나 이제는 상전벽해 전화위복, 이거 한 마리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의 전주곡이 아름답게 울릴터이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야 불무사로 살지.. 혼자 희짜를 뽑으며 보따리 풀어 땅바닥에 패대기 쳐놓고 우선 끝이 Y자로 갈라진 손에 맞춤한 작대기 하나를 장만해 요렇게 노리다가 불각시에 놈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내질러 꼼짝 못하게 잡도리 하고는 비비적 거리는 놈의 목줄을 가만히 잡아 뽑아 올리니 카햐,, 요놈 힘쓰는겄 좀 보소. 오동통한 몸이 손목을 죄어 부치는데 힘꼴이 제법 근사하다.
혹여 놈이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을까봐 칡넝쿨로 놈을 단단히 결박해 노송에 걸어 두고는 아직 중화참이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뭐, 그게 대수랴 싶어
보따리 풀어 가마솥 꺼내어 금강석 두어개 괴어 솥발을 만들고는 칠선골 맑은물 두어동이 길어 솥전이 찰랑거리도록 넘치게 붓고는 질 좋은 참나무를 도끼로 쿵딱 쿵딱 찍어 사정없이 불질을 해대니 금새 폴폴 풀풀 펄펄 끓어 오르는구나 .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감초 갈근 계피 길경 맥문동 당귀 두충 영지 복분자 산초 익모초 복령 하수오를 되는대로 뜯어와 듬쁙 듬쁙 넣고는 다시한번 걸죽히 우려내니 어허 이것만으로도 천하명약 이로세.
죽은체 꼼짝 않고 노송에 매달려 있는 놈을 두손으로 움키어다 사정없이 가마솥에 쳐넣고는 두어시진을 더 달여내니 가마솥 가득 옥같이 뽀얀 국물이 가득하고 향기로운 내음이 온산을 진동하는구나.
입에 신침이 절로 괴어 턱으로 주르르 흘러 내리고 큰 국자로 가득 떠서 마악 입으로 가저 가려는데,
“자기, 늦었어요. 이제 그만 가요..”
엥, 이 무신 초치는 소리.. 천하의 정력 대보탕을 아직 맛도 보지 않았는데.
번쩍 눈을 떠니 불모사도 천하 정력 대보탕도 간곳이 없고 창암능을 흐르는 푸른 바람만이 한가로이 뺨을 스치며 맴돌다 간다.
글고 보니 중화 후에 까무룩히 잠이 들었나부다.
에공,, 눈치없는 여편네 하곤,, 맛이나 보거든 깨우지. 에고 아까워라 화타와 편작이 동의보감을 백권을 싸 짊어지고 와도 만들지 못하는 천하명약인데.
참으로 복이없는 여편네로다. 서방이 명약을 마시면 그 엑기스가 어디로 갈까 ?? 자기는 받기만 하면 되는데 ,,
그나저나 당분간 출근길의 지청구는 면할 방도가 없게 되었네 그랴. 쩝,,
창암산 오름길은 가채동 안길을 가로질러 구불 구불 창암산 속살을 파고 오른다.
마을 뒤편을 찔러 드는 길은 폭염으로 인해 잘 달궈진 불판처럼 이글이글 타올라 도대체가 고개를 들이밀 형편이 아니였다.
철대방죽으로 흐르는 땀을 훔치며 하늘을 원망하는데 농로가 끝나면서 옛 산판길 형태의 길이 그늘속으로 길게 이어진다.
곧바로 치고 오르던 길은 왼편으로 왼편으로 비스듬히 기울더니 다시 임도를 만나 사면을 타고 흐른다.
야생화가 잔잔한 길은 오른편으로 급작히 꺾이더니 이제는 무용지물이 된 취수장을 지나 부드럽게 잔등을 타고 오른다
팔부능에 가까워 올 즈음 길이 양갈래로 나뉜다. 그러나 둘다 모두 한길로 뫃이게 되니 어느 길로 가도 상관은 없으나 왼편길이 조금 더 부드럽다.
급경사를 추어 오르니 몇발 가지 않아 주능선에 닿고 왼편으로 길을 재촉하매 묘지 두기가 잇따라 나온다.
아마도 이묘의 후손들은 걸출한 산꾼들이 많으리라.
창암산 정상은 삼각점만이 외롭고 조망도 없어 오래 머물기에는 적합지가 않더라.
하늘이 낸 대효, 인종이 일찍 동궁으로 있을 때 병풍 뒤에 영의정 피장, 좌의정 서화담, 우의정 정북창이라 써 놓곤 늘 그것을 들여다 보곤 했다한다.
피장은 고리 백정의 딸 봉단을 아내로 맞은 교리 이장곤의 처삼촌을 일컫음이요, 서화담은 송도삼절이니 말할 필요도 없고 정북창은 을사사흉의 괴수로 지목되는 정순붕의 장남 정렴을 말한다.
아비의 극악함을 말리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이후 은둔의 생활을 하며 한국 선도의 대종사로 자리매김한다.
한번은 그의 동생 정작과 집안일을 처리하러 남도길을 나섰는데 충청도 어느 고을을 지날 때였다.
석양이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포실한 마을은 굴뚝 마다 밥 짓는 연기 아늑히 피어 올라 선경을 연출 하는데 문득 아우 정작이,
“형님, 저기 동네에 검은 구름이 가득하니 소제가 가서 마를 제거하고 오겠나이다.”
“오냐, 그리 하거라. 나는 윗동네 주막에서 기다리마.”
북창이 선선히 응낙하니 정작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기세 좋게 마을로 내려선다.
정작은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닿아 목청을 걸게 하여,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하고 통짜를 넣으니 안에서 깡총거리는 발자욱 소리와 함께 대문이 삐거덕 앓는 소리를 내며 열리고는 검버섯이 푸릇푸릇한 맨상투가 해소 기침을 걸게 쏟으며 의심 많은 눈초리를 휘번득 거리며 정작의 아래위를 훓더니,
“도대체 뉘시관대 남의 대문간에서 이리도 야료가 자심하단 말이요.”
정작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이놈아, 눈은 가죽이 모자라 뚫어 놓은줄 아느냐? 내 이 집안의 우환을 차마 외면 못하고 방책을 마련할까 해서 왔더니만 대접이 이리도 혹심할까”
맨상투가 그 한마디에 안색이 청짓독 오른놈 마냥 퍼렇게 달아 오르더니 금새 사랑채로 줄달음을 놓으며 애고지고 장탄식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렛나루가 푸짐한 주인이 맨발로 뛰어 나오는데 막상 보니 깍은듯한 약관의 서생인지라 내심 실망의 눈치가 역력하다.
그러건 말건 정작이,
“댁에 필시 길하지 않은 일이 있을법 한데 혹 소생의 힘이 닿을까 해서 왔소이다 만,,”
주인이 한참이 유구무언 이더니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게 말입니다. 한 보름 전부터 집안의 개 도야지가 죽어 나가기 시작 하더니 이제는 마소도 모두 죽고 사람만 남은 형편입니다 마는 도무지 연유를 짐작조차 할수 없어 어디 용한 무당이래두 불러볼 참이였습니다.”
“제가 이미 사단을 알만하니 긴말 제하고 우선 숯 백섬을 급히 구하여 저기 아래채에 있는 곳간을 단단히 싸서 불을 지르고 식구들은 절대 나오지 못하게 하고 방안에서 자리보전을 하소서”
주인이 곧 휘하 마름과 비복을 조발해 숯 백섬을 구하여 곳간을 에워 싸고는 불을 붙이니 이윽고 용광로 같은 불길이 일러이며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데 올망졸망 운치 있는 창암능이 소지봉으로 줄기차게 달려간다.
길은 한참이나 물흐르듯 내려 서더니 두지터와 백무동 네거리에 안착 시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지터로 내려 선듯 두지터 길은 아주 반짝반짝 윤이 난다.
더위 먹은 소도 살린다는 낙지회와 수박 화채로 더위를 식히며 한참을 쉰다. 꾸준한 오름길에서 서두에 언급된 불모사도 만나고 지리산의 악다구니 산모기에게 통행세도 바치며 오르는 길이 참으로 호젖하고 정겹다.
왼편으론 칠선골의 도란 거리는 물소리가 뚜렷하고 오른편엔 ‘동네 구장이 알림니다’ 로 시작되는 백무동의 사람 내음이 후끈 끼쳐 올라 내닫는 걸음이
한가하기 이를데 없다.
이윽고 소지봉과의 갈림길이 왼편으로 나타나면서 이제는 오로지 칠선골로만의 산행이 시작된다.
능선 사면을 따라 비스듬히 이어지는 길은 심설기엔 자칫 길을 분실(?)할 우려가 적지 않아 조심에 조심을 기해야 할듯하다.
우거진 숲으로 인해 서늘한 길은 칠선골 벽계수의 합창이 우당탕 퉁탕 들려와 심심파적으로 걷는 멋이 보통이 아니다.
이리저리 굽이치는 길이 선녀탕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면서 원시림의 매력은 끝이난다.
숯더미에서 벌겋게 불꽃들이 용을 써며 달아 오르자 정작은 식구들을 모두 방안으로 들여 보내고 의관을 정히 정제 하고는 옥추경을 낭랑히 외기 시작한다.
그때 갑자기 곳간에서 여자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리면서 소름이 뚝뚝 듣는 괴성이 온 집안을 휩싼다.
“내가 원수를 갚으려 미물로 환생해 십여년을 별러 이제 성공이 목전인데 북창 네놈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또 다시 천추의 한을 품고 가는구나. 하지만 내 기필코 다시와 이 빚을 갚으리라. 끼이이아아악,,”
이튿날 타고 남은 재를 뒤집으니 거대한 구렁이의 뼈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어 차마 볼겄이 못되더라.
주인이 천금으로 은혜를 사례하려 하니 정작이 받지 않고,
“언제고 이 미물이 다시와 후손에게 해악을 끼칠지 알수 없으니 항상 적덕을 쌓으사 후환을 방지 하소서.”
그리고는 소매를 떨쳐 총총히 왔던길을 되짚어 간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하이얀 옥으로 부서지는 칠선폭은 작년에 왔을 때 울긋불긋 단풍물을 풀어 내더니 오늘은 지리산의 푸른 그림자를 쉼없이 흘려 보낸다
아마도 저아래 어드메에 빨래하는 아낙있어 물빛을 보노라면 지리산 수백골이 발목에 찰랑이며 감기리라.
보따리 벗어 놓고 짚신 감발을 헤치니 도깨비 굴속 같은 시꺼먼 발가락이 국수 뽑히듯 때를 죽죽 밀어 올린다.
가만히 물속에 담그니 뼈속을 가르는 차가움이 오장육부를 더위로부터 쏴아아 씻어 내주어 상쾌함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계곡에 발을 던져두고 반석 위에 팔베개를 하고 누우니 상제는 휘하 흑운 장군을 호령해 칠선폭의 마땅찮은 물건을 내쫓으라 명한다.
점차 검은 구름이 모여들매 어느새 단말마의 소나기가 칠선폭을 감싸고 비가 그치고 햇빛이 벙싯 거릴제 합수골 초암능 위로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피어 오른다.
갈길은 멀건만 무지개의 칠선녀를 찾으려 좀체로 발길을 뗄수가 없어 긴긴 한여름의 오후도 어느새 산자락에 시나브로 어둠을 부려 놓더라,
난테 진맹익 ,,,,
첫댓글 난테아우 어쩜 똑같은 날 똑 같은 산행을 하고 왔는데 이렇게 멋진 문장을 맹글수 있단 말이요 아우님을 내가 합천이 낳은 천재라 했는데 그 말이 정말 틀리지 않았음을 오늘 실히 알았습네다. 불모사가 그리 정력제였다면 아우님이 잡도록 내버려둘 걸 그랬소. 아니 그리고 무신 한약재를 나보다 더 많이 아시우 아운 앞으로 돌팔이 한약국해도 되겠습네다. 그리고 토마토 갈아 라고 했을때 제수씨가 하신 말씀은 아우님이 지어낸 가공의 이바구 맞지요 절대 그럴 제수씨가 아니지 암. 아니고 말고.. 너무 재미있게 감하고 갑네다. 또 같이 함 갑시다. 도장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