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임제종의 가풍 임제 가풍은 맨손에 한 자루의 칼을 들고 부처도 조사도 죽이고, 예와 지금을 삼현삼요三玄三要로써 판단하며, 용과 뱀을 주인과 손님의 위치로서 알아낸다. 금강이 보검으로 도깨비를 쓸어내고 사자의 갖은 위엄을 떨쳐 여우와 이리의 넋을 찢는다. 임제의 종지를 알겠는가? 푸른 하늘에 벼락치고 평지에 물결 인다.
86. 조동종의 가풍 조동 가풍은 방편으로 다섯 자리를 열어 세 가지 근기를 잘 다루며 보검을 빼어들고 나쁜 소견이 자라는 빽빽한 숲을 베어 내며 널리 통하는 길을 묘하게 맞추어서 천만 가지 모든 생각을 끊고 천착하여 가도다. 위음왕불威音王佛 나시기 전의 눈에 의젓한 풍광이요,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풍경이다. 조동종을 알겠는가? 부처님과 조사도 안 나시고 아무 것도 없는 그대로, 바른 것, 치우친 것, 있다 없다 하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威音王佛; 이 세계전에 맨 처음 부처가 되신 분이라 함
87. 운문종의 가풍 운문 가풍은 칼날 위에 길이 있고, 철벽에 문이 없다. 온 천하의 갈등을 흔들어 엎고 범부의 식견을 베어 버린다. 번개처럼 빠른 생각으로도 미칠 수 없는데, 활활 타는 불꽃 속에 어찌 발붙일 수 있으랴. 운문종을 알겠는가? 주장자가 날아 하늘 높이 오르고 잔 속에서 모든 부처님이 설법을 한다.
88. 위앙종의 가풍 위앙 가풍은 스승과 제자가 부르면 화답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한 집에 살고 있네. 옆구리에 글자가 씌어 있고, 머리 위에 뿔이 높이 솟았구나. 방안에서 사람들을 시험하니 사자가 허리가 꺽인다. 네 가지 시비를 여의고, 백 가지 아닌 것도 모두 끊어 버려 한 망치로 쳐 부수었네. 입은 둘이 있으나 혀는 하나도 없는 것이 아홉 구비 굽은 구슬을 꿰뚫었도다. 위앙종을 알겠는가? 부러진 비석은 옛 길에 비켜 있고 무쇠소는 작은 집에 잠을 잔다.
89. 법안종의 가풍 법안 가풍은 말 속에 메아리가 울려퍼지고, 글 속에 칼날이 숨었구나. 해골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콧구멍은 어느 때나 그 가풍을 풀무질한다. 바람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에 실상을 드러내고 푸른 대와 누른 국화 묘한 법을 환히 드러낸다. 법안종을 알겠는가? 바람은 구름을 몰아 산마루로 날리고, 밝은 달은 물과 함께 다리 지나 흘러오네.
90.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망이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망이가 다 나고 죽음이 없는 진리에 사무쳐 들어가 도리를 철저하게 증득하여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꿰뚫었다. 큰 기틀과 큰 작용이 자유자재하여 어디나 전신으로 출몰하며 전신으로 짐을 져, 물러나 문수와 보현의 대인 경계를 지킨다 하더라도 실상대로 말한다면 이 두 분도 또한 도깨비가 됨을 면치 못할 것이다.
91. 부처와 조사 보기를 원수같이 한다 대장부는 부처님이나 조사 보기를 마치 원수와 같이 하여야 한다. 만약 부처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부처에게 얽매인 것이요, 만약 조사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또한 조사에게 얽매이는 것이 된다. 무엇이든 구하는 것이 있다면 다 고통이 되므로 아무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92. 거룩한 빛 거룩한 빛 어둡지 않아 만고에 환하여라. 이 문안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