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매년 정기적으로 저는 봄 가을 이렇게 두 번 가스점검을 받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가스렌지는 7년 됐습니다. 제가 사용한 지 7년 됐다고 했는데 만약 이 사실을 숨기고 누군가에게 이 가스렌지 구입한 지 석 달 정도 됐다고 해도 아마 믿으실 겁니다. 사실 한 1.5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본다면 일주일 전에 구입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저는 오늘 이 사실을 근거로 해서 평소 생각한 묵상이 있고 여러분에게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모르는 사람은 제가 엄청 관리를 잘 해서 그렇게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꼭 그런 건 아니고요 크게 보면 일 년에 두 번 보는 가스점검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스렌지는 크게 두 가지만 조심하면 깨끗하게 특별히 유지하려고 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 음식물이 끓어넘치는 경우와 기름이 들어가는 요리를 할 때 기름이 튄 것을 제때 잘 청결하게만 해 주면 정말 깔끔한 상태가 됩니다. 아무리 유명한 세프가 요리를 한다고 해도 계란후라이 같은 것을 해도 기름이 튀게 됩니다. 오른쪽 한 쪽이 한 번 예전에 음식물을 올리고 난 후에 딴 일을 하다가 냄비를 태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흔적이 잘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나중에 한번 물과 베이킹소다 같은 걸로 좀 담궈놓고 세척하면 깨끗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살림 사는 주부도 아니고 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 정도만 가스렌지 전용 세제로 청소를 합니다. 이게 시간이 좀 지나서 청소를 하면 힘이 듭니다. 그리고 가스점검 온다는 카톡이 오면 그때 한 번 꼼꼼히 청소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남에게 청결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렇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가스점검하는 분이 남자분이라면 그냥 적당하게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랬을 겁니다. 여자분이라서 생각보다 신경이 쓰입니다. 물론 그분이 고객의 가스렌지가 청결하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는 잘 모릅니다. 제가 이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지금 계산해보니 38년 전쯤 됐습니다. 제 중학교 은사님 댁에 심부름을 학교에서 급히 가게 됐습니다. 그 당시 제가 선생님 이사하실 때 도와드려 저만 선생님 댁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도 좀 난감하셨는데 제가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이사하시고 난 후에 처음 갔던 날입니다. 그날 선생님 댁에 들어가서 부엌을 보고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습니다. 가스렌지 부근이 마치 중국집 부엌 같았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그날 이후에 선생님에 대한 환상이 완전 무너졌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중3 어린 학생이었지만 말입니다. 아마 평소 깔끔한 이미지의 선생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저한테는 그때 그 일이 간접적인 트라우마 같은 걸로 작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리 남자라고 해도 그 정도까진 아닌데 아무튼 이게 그런 건 여자, 남자의 성별하고는 무관한 것을 언제 성인이 된 후에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마 그때 그 선생님은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셨을 겁니다. 나름 제가 청결하게 깔끔을 뜨는 사람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청결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이런 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는 10년째 사용하고 있는 흰 사각 접시 두 개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접시를 설거지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바치는 화살기도가 있습니다.
이 접시는 대개 계란후라이를 담는 용도로 많이 사용합니다. 먹고 나면 저는 노른자를 완전히 익히지 않기 때문에 약간 노른자 자국이 좀 남습니다. 이 자국이 설거지할 때 씻겨나가면 순간이지만 기분이 상쾌한 걸 느끼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때부터 바친 화살기도가 이 접시처럼 내 영혼도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지향으로 화살기도를 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그런 기도가 자연히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가스렌지 이야기를 하다보니 접시 이야기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이 접시에 관해 묵상한 걸 언제 한번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오늘 약간 하게 돼 다음엔 하지 못하겠네요. 이젠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판공성사 시간이 다가옵니다. 재의 수요일 때 하고 또 오늘 미사 때 성사를 봤습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저는 평균적으로 죄를 고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요즘은 20초를 넘기지 않습니다. 제가 죄를 잘 짓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고요 가스렌지를 청결하게 유지되는 것 보고 저는 제 영혼도 이렇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3년 전부터 하게 된 이후에는 가능하면 한 달에 세 번은 성사를 꾸준히 보려고 마음으로 작정을 한 것입니다.
제가 성사를 이렇게 보다 보니 실제 판공 땐 특별히 제가 제 자신이 그동안 어떤 죄를 지었는가 성찰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그것 하나는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로 퉁 쳐서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다른 사람한테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제 개인적으로는 하느님께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저는 그게 싫어서라도 가능하면 미루지 않고 그냥 주기적으로 가급적 볼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해보니 이게 습관만 잘 들이게 되면 다른 건 모르겠는데요 영혼은 가급적 자주 청소되는 느낌이라 조금은 상쾌하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건 저만의 생활 스타일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습니다.